[하이빔]현대차와 기아의 관세 돌파 전략은?

입력 2025년03월30일 14시53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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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생산, 해외 판매 국내보다 많아
 -트럼프 관세, 현지화로 적극 돌파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추가 투자를 단행키로 하면서 관세 칼날의 일부분은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미국 생산이 궤도에 오를 때까지 셈법은 매우 복잡하다. 차종별 수출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해서다.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풀어놓은 선물(?) 보따리는 미국 현지 생산 증대다. 30만대 규모의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에서 10만대를 추가 생산하고, 새로 준공한 현대 메타 아메리카 공장은 60만대 생산을 공언했다. 기아 조지아 공장 30만대를 포함하면 현지 생산 120만대 체제를 구축하는 셈이다. 계획이 실현되면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건너가는 수출 물량 100만대 가운데 30만대는 사라진다. 

 

 -차종별 전략 고려할 필요 있어
 -기아 멕시코 생산 물량 14만대도 영향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 판매되는 차종은 투싼과 싼타페가 대부분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투싼 23만,8159대 가운데 17만2,739대가 미국 생산이다. 11만9,000대가 판매된 싼타페의 대부분 생산도 미국에서 이뤄진다. 그러나 투싼의 경우 한국에서 생산, 수출된 물량도 6만5,420대에 이른다. 

 

 관세 부과가 실현되면 국내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차종의 가격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차종별로는 엘란트라(아반떼) 13만6,000여대, 팰리세이드 11만대, 코나 8만2,000대, 쏘나타 6만9,000대가 직격탄을 맞는다. 이들 차종의 생산 공장은 울산 및 아산이다. 4개 차종의 미국 판매 대수만 약 40만대에 달한다. 따라서 미국 현지 생산 확대는 곧 국내 생산 물량 감소를 의미한다. 

 



 

 기아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한 완성차는 79만6,488대다. 이 가운데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만든 물량은 29만6,954대이고 한국 생산은 35만7,839대다. 이외 멕시코 생산이 14만1,695대에 이른다. 미국 내 주요 판매 차종은 스포티지(16만1,917대), 쏘렌토(9만5,154대), 텔루라이드(11만5,504대), 셀토스(5만9,958대), 쏘울(5만2,397대), 카니발(4만9,726대) 등이다. 

 

 주요 판매 차종 가운데 한국 생산은 스포티지가 6만4,546대로 가장 많고, 셀토스가 5만9,958대로 뒤를 잇는다. 이외 쏘울(5만2,397대), 카니발(4만9,726대) 등도 전량 국내 생산이다. 국내가 아니라도 관세 대상에 포함되는 차종은 멕시코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건너가는 K3 13만9,778대가 있다. 따라서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해 미국에 판매한 170만대를 생산국별로 집계하면 미국 생산 63만대, 한국 생산 93만대, 멕시코 생산 14만대다. 미국 생산을 현재보다 60만대 많은 120만대로 늘리면 한국 공장 생산은 반대로 60만대가 줄어든다는 의미다. 

 

 -관세 피해 기타 시장 최대한 판매 늘려야
 -미국 현지 생산 확대 최대 속도 낼 듯

 

 국내 생산 물량이 감소되지 않으려면 미국에 수출하던 60만대 물량을 세계 각 지에 분산 수출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와 관련,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의 주요 제품 수출 전략을 세밀하게 마련하는 것으로 안다”며 “미국 내 경쟁력 약화 영향력을 최소화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설명한다. 수출 국가가 192개국에 달한다는 점에서 관세 부담을 피해 다른 시장의 판매를 늘려가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초기 관세 피해는 불가피하다. 일부에선 다른 나라 또한 동일 적용이라는 점에서 같은 조건이라는 분석을 내놓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요 경쟁사인 일본 기업 대비 불리한 점이 많다. 미국에서 인기가 많은 엘란트라는 토요타 코롤라와 경쟁하는데 코롤라는 대부분 미국 생산이다.

 

 팰리세이드의 주요 경쟁 차종인 포드 익스플로러와 토요타 하이랜더, 쉐보레 트래버스 또한 미국에서 생산돼 관세 부담을 피할 수 있다. 다만 이들 기업도 부품 일부가 일본 또는 멕시코에서 들어오고 있어 가격 인상 압박이 생기지만 전량 한국 생산보다 비용 부담은 적다. 

 



 

 -현지 생산 확대는 시장 관점으로 봐야

 

 현대차그룹의 미국 생산 확대에 대해 전문가들은 오히려 다소 늦은감이 있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한다. 2000년 이후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현지 생산-현지 판매’ 체체로 재편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또한 이 같은 전략에 따라 중국과 유럽 등지에 현지 생산 및 판매 체제를 갖추었지만 현지 생산을 늘리는 것은 국내 물량 감소와 직결돼 조심스러운 접근법을 선택했다.

 

 국내 물량 감소는 국내 근로자 소득에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사안이었던 탓이다. 결국 현대차그룹의 이번 미국 생산 확대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미래의 지속 생존을 해외에서 모색하겠다는 것과 같다. ‘현대차’ 브랜드 태생만 한국일 뿐 이제부터는 명실상부한 다국적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의미다. 한국의 생산 감소 속도는 최대한 늦추면서 말이다. 다시 말하면 국내 생산 물량 축소는 이제 감수할 때가 됐다고 판단한 셈이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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