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수입차 25% 관세, 결국 소비자 직격
-보험·수리비·세금까지 물가 인상 '도미노' 우려
-월가, "차 가격 최대 2,200만원 인상"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금 강경 무역 정책이라는 깃발을 들어 올렸다. 모든 수입산 자동차 및 부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며 자동차 업계에도 '트럼프 리스크'가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이유는 분명하다. 제조업 일자리 회복, 무역 적자 축소, 이를 통한 미국 자동차 산업의 부활이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캐치 프레이즈였지만 언제부턴가 트럼프의 상징이 되어버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MAGA)' 라는 슬로건의 일환이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심각한 역풍이 도사리고 있다.
그가 가장 간과하고 있는 건 자동차가 생필품화된 미국 사회의 현실이다. 많이 알고 있듯 미국에서 자동차는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다. 주거지와 직장, 상업지구간의 거리가 멀고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이 많다 보니 자동차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 탓에 관세에 따른 자동차 가격 인상은 단순한 시장 왜곡을 넘어 국민 생활비에 직격탄을 날리는 조치가 될 지 모른다.
월가도 경고음을 내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표에 따라 미국으로 들어오는 수입차 가격은 최대 1만5,000달러(한화 약 2,200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 미국산 자동차를 사면 되는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이 조차 3,800달러(550만원)가량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욱이 미국에서 생산된 차만 사라고 소비자에게 강요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뿐만 아니다. 월가의 유명 투자은행인 웰스파고는 이번 관세 조치로 미국의 연간 인플레이션율이 0.4%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 가격 상승이 보험료, 수리비, 취등록세 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의 소비자들은 선택의 여지 없이 자동차 지출 비용을 늘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트럼프는 제조업 일자리 회복을 내세운다. 그런데 수십억 달러의 투자가 필요한 공장이 다음날 뚝딱 지어지는건 아니다. 자동화 설비가 확대되는 추세에서 실제 창출되는 일자리가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다.
반면 관세는 즉각적이다. 말인 즉슨 소비자들의 피해도 즉시 발생하며 전방위적이다. 자동차 대출은 늘어나고 여유 소비는 줄어든다. 그 결과 생계비에서 자동차에 지출하는 비중이 늘어나면 소비 심리는 위축될 수 밖에 없다.
결국 인플레이션으로 물가는 오르고 소비는 위축되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미국 경제가 재채기를 하면 우리 경제는 독감에 걸린다는 말 처럼 꽤나 위험한 일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 정책은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에게 큰 타격을 줄 수 밖에 없다. 공장은 특정 지역에서만 일자리를 창출할 뿐이고, 현대차, 토요타, 혼다 같은 아시아 브랜드의 차를 타는 다수의 백인 노동계층은 더 이상 저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차를 구입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역설적으로 미국 소비자들을 후순위로 내모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자동차는 지난 3월 말, 미국 조지아주에 신설한 전기차 공장을 언론에 공개하며 연간 생산 능력을 30만 대에서 50만 대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 더해 루이지애나주에 철강 공장을 추가로 세우는 등 미국 내 총 2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도 예고했다. 트럼프의 입장에서는 “모두 현대차를 본받아라”는 말이 나올 법한 뉴스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단 하루 만에 트럼프는 수입차에 25% 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차처럼 생산기지를 미국에 이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조차 정책적 보상 대신 관세 리스크에 노출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준비나 협상의 여지도 없는 모습에 자동차 산업계는 당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책이 국민 생활에 직접적 타격을 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때 그 대가는 정치적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관세는 ‘지금’ 트럼프의 정책적 승부수일 수는 있어도, ‘곧’ 그의 정치적 리스크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