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90일 유예' 루머에 S&P 500 롤러코스터
-트럼프, 해프닝 30여분 뒤 추가 관세 정책 예고
-엇갈리는 분석에 자동차 업계 혼란 가중 우려
미국발 관세 유예 루머가 불과 30분 만에 '가짜 뉴스'로 바뀌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50% 추가 관세를 경고하며 글로벌 시장이 또 다시 출렁이고 있다. 이미 통관 보류와 수출 중단, 공급망 재편 등으로 대응하고 있는 자동차 업계가 또 다시 예측 불가 리스크에 직면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사건의 발단은 우리 시간으로 7일에서 8일로 넘어가는 밤에 발생했다. 이 때 세계 시장은 '가짜 뉴스'와 '진짜 정책'에 롤러코스터를 탔다. 미국 동부 표준시각 오전 10시 15분,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대해 90일 관세 유예를 검토 중"이라는 루머가 확산됐고 불과 5분 뒤 CNBC 등 주요 외신이 이를 타전하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단 3분만에 S&P 500 지수는 저점 대비 3조 달러(한화 약 4,415조원) 상승할 정도였다.
하지만 급등은 오래가지 않았다. CNBC의 보도 5분 뒤 백악관은 해당 보도를 부인했고 1분 뒤 CNBC는 잘못된 정보였다고 정정했다. 10시 34분 백악관은 공식적으로 이를 '가짜 뉴스'라고 규정지었고 7분만에 S&P 500은 다시 2조5,000억 달러(한화 3,677조원) 증발했다. 불과 30분 사이 벌어진 일이다.
끝난 건 아니었다. 다시 30여분 뒤인 오전 11시 14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SNS '트루스 소셜'에 쓴 메시지를 통해 시장을 다시 한번 흔들었다. "8일까지 중국이 관세를 철회하지 않으면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며 이는 9일부터 발효될 것" 이라고 밝히며 중국의 대미관세(34%) 철회를 요구한 것. 동시에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과는 즉각 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히며 압박과 유화가 혼재된 이중 전략을 드러냈다.
업계의 분석도 엇갈린다. 주식 시장에 혼란이 가중되자 동맹국과의 무역 관계는 회복하고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는 투 트랙 전략을 쓰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이 같은 전략이 일관된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분석이야 어쨌건 자동차 업계의 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미국 내에 선적되어있는 차들의 통관 절차를 일시 보류하고 있다. 재규어랜드로버(JLR)는 이달 미국에 보낼 수출차 선적을 잠정 중단했다. 벤츠는 미국 내 재고를 늘리는 방식으로 충격 완화 준비에 돌입했다.
북미에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브랜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미 미국 내 생산비중 확대를 준비하고 있고 BMW와 토요타는 멕시코 생산 시설에서 제조하던 차 일부를 미국 본토로 이관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자동차 업계의 공급망이 가격 경쟁력이 아닌 정치적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재설계되고 있는 셈이다.
산업 논리와는 괴리감이 있는 움직임이다보니 금융 시장에서는 냉정한 진단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오토포캐스트솔루션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올해 미국내 자동차 판매 200만대 떨어뜨릴 것으로 분석한다. JP모건은 현재의 상황이 자동차를 넘어 반도체, 배터리 등 연관 산업 전반의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도 경고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백악관의 메시지가 몇 분 단위로 뒤집히는 현실에서 기업이 장기 계획을 세우기 쉬워지겠나"라며 "금융시장 역시 기술적 분석이 아닌 정치적 '감'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꼴"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이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에 대해 25%의 품목별 관세를 부과한 가운데 지난 9일애는 기본관세(10%)를 상호관세로 대체하며 우리나라는 25% 세율을 부과받고 있다. 우리 정부는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을 미국에 파견해 관세 조치 등 통상 현안 협의에 나선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