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따르면서도 본연의 가치 유지해
-화려하지 않아도 만족감 주는 '기본기'
어떤 차는 요란함으로 이목을 끌고 어떤 차는 침묵 속에서 묵묵히 시간을 쌓아간다. 폭스바겐 골프는 후자다. 눈에 띄지 않지만 늘 도로 위 어딘가에 있고 특별함보다는 일상의 순간마다 함께 였다. 골프는 그렇게 50년을 반듯하게 살아왔다. 화려하지 않아도 진심이 느껴지는, 이번 8.5세대 골프는 바로 그런 기본기의 미학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해준다.
▲디자인&상품성
전면부는 더 또렷해졌다. 새롭게 다듬어진 범퍼가 스포티함을 뽐내고 한층 날카로워진 헤드램프와 함께 세련된 인상을 준다. 가장 눈길을 끄는건 골프 최초로 적용된 일루미네이티드 로고. 시동을 켜는 순간 골프의 상징이 은은하게 빛난다.
프레스티지 트림에서 만날 수 있는 매트릭스 LED 램프는 더 밝은 광원을 넘어 섬세한 배려라고 느껴진다. 타인의 시야를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길을 더 멀리 밝혀준다. 사람에 따라 두렵게 느껴질지 모를 야간 주행 조차 설레는 모험의 한 페이지로 만들어준다.
측면에서의 프로파일은 반듯함으로 요약된다. 차분하게 정리된 캐릭터 라인, 묵묵하게 중심을 잡고 있는 18인치 휠, 무심한듯 군더더기 없이 툭 떨어지는 캐릭터 라인까지. 달리고 있지 않아도 뭔가를 말하고 있는 것 같은 균형감이 인상적이다.
실루엣을 따라 뒤를 바라보면 이 차의 백미를 볼 수 있다. 실제로도 가장 감성적인 변화가 담겼다. 스포일러와 하단의 디퓨저는 차의 중심을 낮게 잡아주는 시각적 무게중심 역할을 더해준다. 3D LED 리어램프는 보다 세련된 점등 패턴 3가지를 고를 수 있고 방향지시등은 부드럽게 흐른다. 결과적으로 단정하면서도 섬세하고 오래 봐도 지겹지 않을 것만 같은 모습이다.
실내는 기능과 감성이 조화된 공간이다. 12.9인치로 커진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는 단순히 화면이 크다는 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구성이 더 쉬워졌고 더 다양한 기능으로 많은 경험을 제공한다. 어두운 밤에도 운전자가 조작을 주저하지 않도록 화면 터치 슬라이더에 조명을 더했고 대화형 음성인식 기술은 차의 주요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명령을 내릴 수 있는지 이 부분에 대한 적극적으로 알려나가는게 필요하겠다.
새로운 음성 지원 시스템 보이스 인핸서도 기본 탑재했다. 핸즈프리 마이크와 뒷좌석 스피커를 통해 운전자와 뒷좌석 탑승객 간 원활한 소통을 돕는 음성 지원 시스템이다. 럼버 서포트 기능을 포함한 전동 조절 기능, 메모리 및 마사지 기능, 조절식 허벅지 지지대를 지원하는 운전석 에르고 액티브 전동시트, 30가지 색으로 공간의 분위기를 바꿔주는 앰비언트 조명까지. 공간에 대한 폭스바겐의 고민이 보이는 부분이다.
▲성능
파워트레인은 EA288 에보 2.0ℓ TDI 엔진과 7단 DSG 변속기 조합으로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36.7㎏∙m을 낸다. 연료 효율은 복합 17.3㎞/ℓ로 동급 콤팩트 세그먼트 중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두 개의 SCR 촉매 변환기를 이용한 트윈도징 테크놀로지를 통해 이전 세대 엔진 대비 질소산화물(NOx)을 80% 까지 줄여냈다.
디젤차라 시끄러울 것 같지만 아니다. 골프는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확실한 방식으로 운전자의 감각을 깨운다. 1,600rpm부터 쏟아져 나오는 토크 덕분이다. 한 두번만 밟아보면 밀도높은 토크가 차를 밀어 올리며 경쾌한 움직임을 제공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디젤차를 몰아본 사람은 안다. 동력 전달이 조금만이라도 지체되면 차가 둔하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골프는 다르다. 발끝에서 시작된 작은 명령이 변속기를 타고 매끄럽게 전달되고 차체는 지체 없이 반응한다. 가다 서는 도심에서도, 속도를 높여야 하는 고속도로에서도 마치 고양이 처럼 숨 죽이고 있다가 원할 때에는 재빠르고 정확하게 내지른다.
코너링은 날카롭다기보단 정직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운전자가 스티어링휠을 돌리는 만큼 앞바퀴는 정확하게 따라오고 차체는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반응한다. 몰아붙여도 부담스럽지 않고 차선이나 코너를 급격하게 돌아나가도 안정감이 우선이다. 빠르게 움직이되 가볍지 않고 민첩하지만 튀지 않는다.
이 같은 성향은 승차감에서도 이어진다. 도심에서는 제법 유연하게 움직여서 푹신하다고 착각하다가 고속에서는 침착하고 차분하게 안정성을 유지해준다. 해치백이라는 특성 상 차체의 후방은 공기역학적으로 더 흔들릴 수 밖에 없지만 무슨 마법이라도 부려놓은듯 몇 체급 이상의 대형 세단마냥 묵직하고 안정적이다.
교통량이 적은 도심을 주행하면 트립컴퓨터에 19㎞/ℓ라는 수치가 찍힌다 복합 연료 효율은 17.3㎞/ℓ인데 이 보다 더 뛰어난 효율을 보여주니 헛웃음만 나왔던 순간이다. 여러모로 운전의 재미도 만끽하면서 지갑에도 좋을 수 밖에 없다.
잘 달리고 연비만 좋은 건 아니다. IQ.드라이브는 똑똑하고 친절하게 운전자와 동행한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정체 구간에서도 부드럽게 간격을 유지하고 차선 유지 기능은 스티어링에 약한 개입을 더해 불필요한 조작을 줄여준다. 트래블 어시스트는 장거리 여행에서 운전자의 피로를 눈에 띄게 줄여주고, 사이드 어시스트와 후방 트래픽 경고, 하차 경고 시스템은 운전자가 보지 못하는 곳 까지 살피고 지켜준다.
▲총평
디젤이라는 구성이 낡은 선택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차를 몰아본 사람은 안다. 단순히 효율이 아니라 반세기를 쌓아온 내공이 있다는 것을. 출력, 효율, 핸들링 하나 과하지 않고 딱 적당하다. 그리고 그 절제된 만족감이 매 순간 운전자를 미소짓게 만든다. 평범하고 반듯함이 오랜 시간 이어지면 그것은 결국 위대함이 되는 법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욱 빛나는 이런 차를 우리는 명차라고 부른다.
폭스바겐 골프의 가격은 프리미엄 4,007만원, 프레스티지 4,396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