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관세에 글로벌 전략 재조정 움직임
 -수입차 및 중견 3사에 긴장감 감돌아
 -내수·이머징 마켓 물량 늘면 경쟁 치열해질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 고율 관세를 발표함에 따라 자동차 업계 전반의 기류가 바뀌고 있다. 문제는 이 움직임이 의도치 않게 다른 업체들에게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단 미국이 중요한 현대차와 기아는 대대적인 전략 수정에 나서고 있다. 쇳물부터 자동차까지에 이르는 공급망 일부를 미국으로 옮겨갈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 생산 비중은 자연스레 줄어들 수 밖에 없지만 이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현대차와 기아에 있어 국내 생산 시설은 단순한 공장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대량생산 체제 특성상 설비와 인력은 일정 물량 이상을 유지해야 원가를 유지할 수 있다. 둘째, 현대차와 기아의 생산 체계는 복잡한 노사 구조 위에 올라서있다. 이런 점을 들어 국내 생산 비중을 급격히 줄인다면 노조와의 충돌 가능성은 피할 수 없다. 즉 미국으로 일부 물량을 옮겼다고 해서 국내 생산을 줄이는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미국 수출이 줄어들면 현대차와 기아는 생산 공백을 채우기 위해 팔아야 할 다른 시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내수에서는 공격적인 프로모션에 나서고 남미와 동남아시아, 중동, 중앙아시아 등 이머징 마켓에 물량을 더 내보낼 테다. 단순히 미국 손실분 만회를 넘어 생산 안정이라는 구조적인 목적을 생각하면 이 같은 선택을 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지난 한 해 국내 자동차 판매량은 143만9,310대다. 기아가 49만7,051대(34.5%), 현대차는 43만9,460대(30.5%), 제네시스는 13만1,185대(9.1%)로 총 74.1%를 점유했다. KG모빌리티(KGM)와 르노코리아, GM한국사업장의 같은 기간 판매량은 각각 4만6,988대(3.3%), 3만7,822대(2.6%), 2만4,299대(1.7%)로 10만9,109대(7.6%)에 불과했다. 나머지 18.3%의 점유율은 수입차이며 각각의 판매량만 놓고 보면 BMW코리아(7만3,560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6만6,406대)보다도 적다. 

 결국 르노코리아와 KGM, GM한국사업장은 10%도 되지 않는 점유율을 방어하기 위해 더 치열하게 경쟁할 수 밖에 없다. 현대차·기아가 내수 시장에서 물량을 늘리는 순간 후발 완성차 업체들의 생존 여력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해외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볼 수 있겠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직설적으로 말해 KGM이 걱정된다. 최근 중남미와 중동, 호주 등 수출 거점을 확대하며 글로벌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지만 현대차·기아가 북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머징 마켓 공략을 강화한다면 KGM은 원치 않던 정면 경쟁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물량공세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비스 네트워크와 판매망 등 질적 측면에서도 현대차와 기아는 우위다. 이제 막 걸음을 떼고 있는 KGM 입장에서는 버거운 경쟁이 될 지도 모르겠다. 

 수입 대중 브랜드의 입지도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선택지도 다양해졌다보니 그동안 무풍지대에 가까웠던 일본차 브랜드들조차 더 이상 예외일 수 없다. 결국 토요타, 폭스바겐, 혼다, 스텔란티스 등 수입 대중 브랜드의 입장에서는 현대차·기아가 내수 시장에서 볼륨 제품 공급을 확대하고 보조금·저금리 금융·리스 조건 등을 총동원해 공세를 강화할 경우 가격에 민감한 소비층의 이탈을 막기 어려울 일이다. 

 물론 이를 현대차의 직접적인 경쟁자 제압이라고 볼 수는 없다. 글로벌 판도 변화에 따른 전략적인 조정일 뿐이다. 이들의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건 시장의 흐름이 바뀜에 따라 튀게 된 불똥에 다른 브랜드들도 대비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했다. 누구라고 비켜가거나 열외가 될 수 없는 흐름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