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후륜인 줄 알았다"..BMW 2시리즈 그란쿠페

입력 2025년07월17일 09시15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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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경쟁력, 엔트리 차급 뛰어 넘어
 -균형감있는 섀시와 민첩한 핸들링이 일품

 

 BMW 2시리즈 그란쿠페는 기대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놀라움을 안겨줬다. 후륜구동인지, 전륜구동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조향 감각, 노면을 읽어내는 섀시의 민첩함, 그리고 코너를 돌아나갈 때의 정확한 밸런스가 모든 것을 설명해줬다. 화려한 숫자보다 정제된 움직임, 크기보다 응답성이 주는 재미. 역설적이게도 전륜구동 기반 사륜구동에서 BMW가 말하는 '운전의 즐거움'이 순도높게 드러났다. 

 


 

 ▲디자인 & 상품성
 이전 세대보다 더욱 세련되고 과감해진 외관은 도로 위에서의 존재감이 또렷하다. 그 자체로 ‘엔트리’라는 수식어를 잊게 만든다.

 

 전면부는 낮고 넓게 펼쳐진 비율이 특징이다. 헤드램프는 이전보다 날렵해졌고 평평함보다는 볼륨감이 높아 시각적인 완성도가 높다. M 스포츠 디자인 전용 범퍼와 대형 공기 흡입구는 차의 공격적인 캐릭터를 표현하고 아이코닉 글로우가 내장된 키드니 그릴은 수직 및 대각선 형태의 패턴을 적용해 고급감과 디지털 감성을 동시에 전달한다. 

 

 측면은 쿠페다운 긴 루프라인과 완만한 캐릭터 라인이 일반적인 세단과는 전혀 다른 실루엣을 연출한다. 날카로운 숄더라인이 시각적으로 차체를 더욱 길어 보이게 만들고 블랙 윈도우 몰딩과 M 전용 사이드실 등이 역동적인 분위기를 완성한다. 후륜구동 기반이 아님에도 차 뒤쪽으로 무게중심이 살짝 실린 듯한 비율은 전형적인 BMW의 모습이다. 

 


 


 

 후면부는 전체적으로 낮고 넓게 펼쳐진 형태다. 테일램프는 좌우로 길게 뻗어 시각적 안정감을 주며 내부 그래픽은 입체감 있게 구성돼 주간과 야간 모두에서 인식성이 높다. 리어 범퍼 하단에는 블랙 디퓨저 스타일 요소가 더해졌고 수직형 리플렉터가 사이드 끝단을 강조해 시선을 바깥으로 유도한다. 덕분에 차체가 실제보다 더 넓고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실내는 외관에서 보여준 디지털 감성과 스포티한 성격을 자연스럽게 이어간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하나로 연결된 커브드 디스플레이다. 10.25인치 계기판과 10.7인치 센터 디스플레이가 곡선 형태로 배치되어 운전자 중심의 몰입감을 강화했고 OS9 기반의 신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반응 속도와 커스터마이징에서 확연히 진보했다. 

 


 

 대시보드 및 도어 패널을 따라 배치된 일루미네이티드 트림은 조명 테마에 따라 색이 바뀌며 차 전체를 감각적인 분위기로 연출한다. 토글 방식의 전자식 기어 셀렉터, 하만카돈 사운드 시스템, 파노라마 글래스 루프, 2시리즈 그란쿠페에서 처음 기본화된 디지털키, 콘솔 게이밍 기능과 스트리밍 기능을 품은 소프트웨어 등 상품 구성만 놓고 봐선 엔트리라고 할 수 없다. 

 

 ▲성능
 시승차는 228 x드라이브. 전륜구동 기반 사륜구동 시스템을 탑재한 차다. 2.0ℓ 트윈파워 터보 4기통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245마력, 최대토크 40.8㎏·m를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단 6초 만에 도달한다. 기존의 토크컨버터 타입 변속기는 7단 듀얼클러치(DCT)로 대체해 더 빠릿해졌다. 

 

 후륜구동 기반이라는 전통적 주행철학을 고수하던 BMW였기에 소형 FF 기반 플랫폼에서 과연 ‘운전 재미’를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228은 그러한 선입견을 가볍게 비웃는다.  사실 스스로도 차를 몰고 있을 때 전륜구동 기반의 사륜구동이라는걸 잊었다. 

 



 

 입에 발린 말이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중요한건 섀시다. 그리고 BMW는 소형 전륜구동 플랫폼을 다루는 방식에서 정밀함을 놓치지 않았다. 서스펜션은 경량화를 통해 초기 응답성을 살렸고, 캐스터 각도 조정과 보강재 추가를 통해 조향감과 직진 안정성을 모두 잡아냈다. 

 

 기어비가 짧게 설정된 스티어링을 조금만 돌려도 앞머리가 재빠르게 반응한다. 지나치게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아 반복되는 슬라럼에서도 운전자를 힘들게 하지 않는다. 마치 신체의 일부처럼 차체가 따라오다 보니 트랙에서도 자신감 있는 코너링이 가능하다. 

 

 트랙에서는 날렵하고 정직한 피드백을 준다. 전륜구동 기반 차 특유의 언더스티어가 전자식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벡터링의 개입으로 잘 제어된다. 급격한 제동 후 턴인 구간에서도 후미가 흐르지 않고 앞바퀴가 라인을 정확히 끌고 가준다. 속도를 점점 올릴수록 차가 더 정돈되는 느낌을 준다. M 스포츠 브레이크는 급제동 상황에서도 쉽게 지치지 않고 제동 초기 응답도 빠르다.

 


 

 승차감은 단단함 속에 여유가 있다. 어댑티브 M 서스펜션은 저속에서는 충격을 부드럽게 걸러내고 고속에서는 차체를 확실히 눌러 붙인다. 과속 방지턱이나 요철에서의 초기 충격 흡수력도 나쁘지 않고 특히 롤 억제력이 뛰어나 차가 좌우로 크게 흔들리는 일이 거의 없다. 스포츠 쿠페에 가까운 댐핑 감각이다 보니 뒷좌석은 '어쩌다' 쓰는 정도로 활용하면 되겠다. 

 

 ▲총평
 BMW 2시리즈 그란쿠페는 전륜구동이라는 사실을 한참 뒤에야 떠올릴 만큼 운전 재미에 있어선 아무런 아쉬움이 없다. BMW는 후륜이어야 한다는 믿음과 고정관념은 이 차 앞에서 무색해진다. 정제된 스티어링 감각, 빠릿한 섀시 응답성은 차의 구동 방식이 무엇인지조차 잊게 만든다. 오히려 BMW가 말하는 ‘운전의 즐거움(Sheer Driving Pleasure)’의 정수는 이런 작은 차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화려한 마력이나 웅장한 차체보다, 정확한 조향과 균형 잡힌 차체 거동에서 오는 직관적인 재미. 2시리즈 그란쿠페는 바로 그 지점에서 탁월한 밸런스를 보여준다.

 

 BMW 2시리즈의 가격은 4,990~6,510만원. 시승한 228 x드라이브의 가격은 5,700만원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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