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뷰] "전기차, 열을 지배하는 자가 효율을 지배한다"

입력 2025년07월25일 10시05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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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를로스 카스타뇨 보그워너 부사장
 -"열 관리만 잘 해도 10~15% 효율 높아져"  
 -"내연기관에서 축적한 기술, 열 관리에 접목"

 

 전기차의 주행거리, 배터리 수명, 승차감까지 좌우하는 요소는 바로 ‘열’이다. 뜨거워도 문제, 차가워도 문제인 이 복잡한 물리 조건 속에서 보그워너는 해답을 찾아가고 있다. 보그워너 터보 및 열 기술 부문에서 열관리와 파워일렉트로닉스 엔지니어링을 총괄하는 카를로스 카스타뇨 글로벌 부사장은 “전기차에선 냉각보다 난방이 더 어렵다”고 말한다. 내연기관 시절의 폐열이 사라진 시대, 배터리 에너지를 갉아먹지 않으면서 쾌적한 환경을 구현해야 하는 전기차에 최적화된 고효율 시스템이 절실하다.

 


 

 카스타뇨 부사장은 보그워너의 강점을 ‘균형 잡힌 기술 포트폴리오’라고 설명한다.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배터리 전기차(BEV)까지 모두 대응 가능한 열관리 기술력이 깔려 있다는 것. 카스타뇨 부사장은 “기후, 지역, 차 아키텍처에 따라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진짜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카스타뇨 부사장과의 일문일답.

 

 -전동화 차에서 열 관리(HVAC)는 왜 중요한가?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에서 열관리는 차 성능과 주행거리에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다. 냉각 시스템은 내연기관 시절부터 발전해왔고 전기차에서도 그 기술을 그대로 쓸 수 있지만 난방은 다른 문제다. 내연기관 시절에는 엔진 등에서 발생하는 잉여 열을 난방에 활용할 수 있었지만 전기차는 자체적인 열을 발생시키는 요소가 적다. 때문에 배터리 에너지를 직접 소모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주행거리가 줄어드는 문제가 생긴다. 적은 에너지로 효율적인 난방을 할 수 있는 개발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향후에는 차 전체를 데우기보단 필요한 부분만 선택적으로 데우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도 있겠다"
 
 -보그워너 열 관리 시스템의 핵심 기술은 무엇인가?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모두 아우르는 강력하고 균형 잡힌 열관리 기술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시장이 전동화로 빠르게 전환되더라도 혹은 내연기관 중심의 시장이 일정 기간 유지되더라도 모두 대응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내연기관 분야에서는 이미 다양한 열관리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상용차용 팬 드라이브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외에도 EGR 시스템에 적용되는 히트 익스체인저, 열 에너지를 회수해 연소 효율을 높이는 터보차저 등도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기술들은 내연기관에서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발전해왔다. 전기차에서는 고전압 히터가 핵심 기술인데 배터리 온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열관리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셀 간 냉각 기술, 고전압 전기 팬 등도 보그워너의 열관리 주요 구성 요소다"

 

 -외부 기온이 낮을 때 배터리의 효율 저하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저온 환경은 전기차에 있어 큰 도전 과제다. 외부 기온이 영하 10~15도까지 떨어질 경우 실내 온도를 쾌적하게 유지하기 위해 난방에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고 이로 인해 주행거리가 최대 45%까지 줄어들 수 있다. 즉 평상시와 동일한 배터리 용량을 갖고 있어도 추운 날씨에서는 그만큼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크게 감소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그워너를 비롯한 여러 기업들이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적으로 난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다. 많지는 않지만 전기모터, PE 시스템, 배터리 등에서 발생하는 일부 열을 회수해서 쓸 수 있는 여지도 있는데 그만큼 모든 열원에서 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경량화를 위한 소재도 중요할텐데 주목하는 소재가 있다면.
 "전기차에 있어 총중량은 중요한 요소다. 그렇기 때문에 보그워너도 무게를 핵심 기준 중 하나로 고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알루미늄, 플라스틱 등과 같은 경량 소재를 적극 활용 중이다. 특히 고온을 견딜 수 있는 플라스틱 소재에 대한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또한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모두 재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재활용성과 지속가능성 또한 설계 단계에서 중요한 고려 요소로 반영하고 있다. 너무 비용이 높은 특수 소재는 경쟁력 측면에서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열 관리는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소프트웨어의 역할도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보그워너는 일부 열관리 제품에 자체 소프트웨어를 개발 적용했다. 소프트웨어는 작동 환경에 따라 부품 성능을 조절하거나 필요 시 일시적인 부스트 기능을 제공하고 과열이나 과부하를 방지하는 보호 기능도 수행한다. 또한 시스템 데이터를 수집해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최적화된 제어가 가능하며 이를 통해 성능 향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노력으로 자동차의 에너지 효율을 얼마나 높일 수 있나.
 "최신 기술을 적용하면 특히 저온 환경에서의 에너지 효율을 약 10~15% 향상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예를 들어 매우 낮은 온도에서는 주행거리가 최대 45%까지 감소할 수 있는데 이러한 손실을 일부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열관리 효율을 높이는건 곧바로 시스템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OEM과 협력해 효율성과 비용 간의 균형을 최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궁극적으로는 가장 합리적인 비용으로 최고의 성능을 내는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보그워너의 열 관리 시스템이 자동차 외 다른 산업에도 응용되고 있나.
 "기본적으로 자동차 분야에 특화된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새 제품 개발 또한 차를 중심으로 설계되고 있다. 다만 향후 다른 산업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충분히 확장 가능성은 열려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자동차 산업이 핵심 영역이자 주요 초점이다"
 
 -한국에서 보그워너 열 관리 시스템의 주요 대응 전략이나 주력 기술은 무엇인지?
 "한국은 중요한 지역 중 하나다. 특히 전기차 기술과 관련해 고전압 히터와 배터리, 열관리 시스템은 한국을 위한 주요 대응 기술로 꼽히며 현지 니즈에 맞춰 적극 지원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나 강점이 있다면?
 "오랜 기간 글로벌 파트너로서 함께해왔다. 앞으로도 시장 변화에 발맞춰 진화하며 신뢰받는 공급 업체로 남는 게 핵심 목표다. 내연기관 기술이 여전히 필요한 만큼 해당 기술 생산도 지속할 예정이지만 동시에 미래를 대비한 새로운 포트폴리오 구축에도 꾸준히 투자해왔다. 또한 전략적 인수합병을 통해 전동화 전환에 필요한 역량도 이미 갖춘 상태다. 현재 보그워너는 내연기관을 대체할 수 있는 전기 드라이브 모듈(전기모터, 기어, 인버터 포함)을 포함해 전기차에 필요한 핵심 부품을 종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상용차를 위한 배터리팩, 전기차 열 관리 등 다양한 니즈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

 

 -열관리 기술 개발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정확히 언제부터라고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기존 내연기관 기술에서 출발한 점진적인 발전의 결과다. 초창기에는 EGR 쿨러나 히트 익스체인저 등에서 축적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전동화 흐름에 맞춰 고전압 히터 등 EV 전용 제품 개발로 자연스럽게 전환해 왔다.

 

 전기차용 고전압 히터는 약 10여년 전부터 상품화가 시작되었으며 초기에는 저전압 기반의 간단한 히터였지만 현재는 EV 환경에 최적화된 고전압 쿨런트 히터 기술로 발전했다. 전기차는 별도의 열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히팅 기술이 핵심이다. 특히 배터리는 적정 온도 범위 내에서 유지되어야 하므로 공기를 데우는 PTC 히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를 위해 보그워너는 고전압 쿨런트 히터를 중심으로 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이 기술은 배터리뿐만 아니라 캐빈 히팅까지 동시에 대응할 수 있어 중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어떤 시장과 어떤 제조사에 공급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전 세계 주요 시장과 다양한 업체에 적용되고 있다. 구체적인 회사명은 기밀 유지 계약상 공개할 수 없지만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유럽, 북미 등 모든 지역에서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전기차 시장이 두드러지는 매우 역동적인 시장인 만큼 보그워너도 빠른 대응과 경쟁력 있는 기술,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적극 대응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이 현재 공급 과잉 상태라고 생각하나.
 "중국 전기차 시장은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는 성장 시장이다. 현재 상황이 공급 과잉인지 여부나 미래를 지금 단정 짓기는 어렵고 결국 그 판단은 시간이 지나고 실제 수치들이 말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분명한 점은 중국 기업들이 자국 내 시장뿐 아니라 해외 시장으로의 확장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모비스가 중국 내 가격 경쟁력 문제로 현지 부품사 인수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하는데 보그워너도 중국 내에서 비슷한 전략이나 목표가 있는지 궁금하다.
 "보그워너는 이미 오랜 기간 중국에서 사업을 운영해 왔으며 중국의 특성과 변화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 우리가 중국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어갈 수 있었던 핵심은 운영 모델에 있다. 보그워너는 ‘로컬 책임, 글로벌 역량(Local accountability, global strength, LAGS)’이라는 내부 원칙 아래 가능한 한 의사결정을 현장 가까이에서 내릴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하고 있다. 

 

 중국은 매우 역동적이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신속하면서도 현명한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보그워너는 이미 이 시장에서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그러한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앞으로도 전략적 시장 중 하나로서 지속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 내 생산 시설을 확장할 계획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일단 열관리 시스템 공장은 없지만 개발 진행에 따라 관련사업부 공장에 시험시설 및 조립설비를 구축하기 위한 선행 검토를 하고 있다. 이 외 대구 테크니컬 센터와 보그워너 PDS 같은 기술 거점이 운영되고 있으며 시장 상황과 사업 전개에 따라 생산 시설과 관련기술 개발 시설을 검토할 예정이다."

 

 대담 권용주 편집위원
 정리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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