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자율주행 마을버스 동작 A01
-청와대 자율주행버스 운영사 SUM이 맡아
-좁은 길·언덕도 안정적인 주행 보여줘
"로봇이 운전하는 게 아니라 컴퓨터가 해요, 사람은 안전상 타 있는 거고요."
서울 동작구 숭실대학교 인근. 발차를 기다리고 있는 마을버스를 본 시민이 관계자들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던졌다. 국내 첫 자율주행 마을버스 '동작 A01번' 마을버스다.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확실히 신기하게 느껴질만한 구조다. 현대차의 카운티 일렉트릭을 개조한 마을버스에는 벨로다인의 라이다, 고정밀 GPS, 초음파 센서, 카메라, C-ITS 연동 장치를 탑재하고 있다. 서울시 관제센터와 0.12초 단위로 연결되며, 필요 시 수동 운전 전환도 가능하다.
운행을 맡은 업체는 SUM. 청와대 자율주행버스를 운영 중인 기업으로 이번 동작 A01 노선도 국토부 면허와 동작구의 용역 계약을 통해 직접 운영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이 노선이 기존 서울시 중앙관제가 아닌, 동작구가 자체적으로 기획하고 운영을 총괄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작년 공모를 통해 동작구, 동대문구, 서대문구를 시범지역으로 선정했으며 동작구가 가장 먼저 정식 운행에 돌입했다.
운행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10분까지, 하루 7회. 점심시간(12시~1시30분)에는 운행을 멈춘다. 현재 하루 탑승객은 약 40~50명 수준. 7월 14일부터는 일반 시민 누구나 무료로 탑승할 수 있게 됐다. 2026년 상반기부터는 유상 운송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노선은 단출하다. 숭실대 중문에서 중앙대 후문까지 편도 1.62㎞, 왕복 3.2㎞ 구간을 오간다. 그러나 결코 쉬운 길은 아니다. 좁은 골목과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된다. 기존의 청와대 자율주행버스나 심야 자율주행버스가 넓고 직선적인 구간을 달리는 것과 달리 이 노선은 진짜 ‘마을’을 달리는 마을버스답게 복잡한 지형을 오간다.
차 내부에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있는 주행 경로와 주변 객체들을 시각화한 디스플레이가 설치돼 있다. 화면에는 전방의 보행자, 교차로, 장애물 등이 상징화된 아이콘으로 표현돼 탑승자가 차량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상단에는 운전석을 실시간으로 비추는 카메라 화면이 고정돼 있어 운전자가 실제로 조작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시각적으로 증명한다. 동시에 차 내에 배치된 디스플레이에는 동작구청의 구정 소식이나 공공 안내 콘텐츠가 재생되며 지역 밀착형 교통 서비스로서의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수도권 환승 할인 연계를 위해 교통카드 태그는 필수다. 일반적인 마을버스와는 다르게 안전벨트도 착용해야 하고 입석 없이 좌석제로 운영된다. 이렇기 때문에 외부 LED 좌석표시기를 활용해 빈 좌석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서울에 폭우가 쏟아진 날이었다. 간헐적으로 굵은 빗줄기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버스는 비교적 정확하게 정류장에 정차했고 커브길이나 좁은 골목에서도 무리 없이 움직였다. 악천후 상황에서도 라이다 기반 인식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작동했다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탑승객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이날 두 번째로 자율주행 마을버스를 탑승했다는 한 시민은 “처음 탔을 땐 신기했지만 너무 자연스럽게 움직여서 이게 자율주행이라는 감각은 잘 안 든다”며 “배차 간격이 조금만 더 촘촘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 다른 승객은 “저상버스였다면 더 편했을 것 같다”며 “계단식이라 불편하긴 한데, 조용하고 흔들림이 없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주행 중간 몇 차례 제동이 가해지는 순간도 있었다. 폭우로 인해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라이다나 카메라가 주변 객체를 완전히 감지하지 못해 보수적으로 감속 제동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비나 안개처럼 공기 중에 떠다니는 수분 입자는 라이다 센서의 신호를 산란시키거나 왜곡시킬 수 있어 거리 측정의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 특히 물방울 크기와 밀도가 높을수록 라이다의 감지 능력은 감소한다. 이런 제동은 시스템 결함이라기보다는 ‘조심스러운 운전’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들의 도전은 계속된다. 기술이 가능성을 열었고 제도가 그 가능성을 마을 단위로 끌어내렸다. 가장 짧은 거리에서 가장 많은 변화를 상상할 수 있는 ‘1.62㎞의 실험’은 지금도 조용히 진행 중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