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형진·이율 드라이버 인터뷰
-"배터리,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게 핵심"
-"N과 GR, 함께 달릴 수 있는 환경 만들어지길"
토요타 프리우스 PHEV 클래스가 마지막 한 경기만을 앞두고 있다. 드라이버들은 단순한 순위 다툼을 넘어 치열한 전략과 심리전을 기반으로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올 시즌 두 차례 우승을 거머쥐며 챔피언십 선두권을 지키고 있는 송형진 드라이버, 그리고 꾸준한 성적으로 포인트 레이스를 이어가며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킨 이율 드라이버가 있다. 두 선수는 각기 다른 경력과 팀 컬러를 바탕으로 PHEV 클래스의 경쟁 구도를 이끌며 서로에게 가장 큰 라이벌이자 자극제가 되고 있다. 2025 오네 슈퍼레이스 6라운드가 열린 지난 7일 인제 스피디움에서 송형진 드라이버와 이율 드라이버에게 프리우스 PHEV 클래스의 매력을 들어봤다.
-우선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송형진, 이하 송) 어퍼스피드 팀에 소속되어 있다. 현재 분당 토요타 등 다양한 곳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차를 타고 있다.
(이율, 이하 이) 레드콘 모터스포츠 소속이며 현재 엘앤티 렉서스의 후원을 받아 경기에 참여 중이다.
-프리우스 PHEV 클래스에 참여하면서 느낀 소감, 마음가짐. 좋았던 기억 등에 대해 말해달라
"(송) 토요타코리아에서 슈퍼레이스라는 큰 경기에 프리우스 PHEV 클래스라는 경기를 만들어 준 덕분에 경기에 참여할 수 있게 됐고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기쁘게 생각한다. 이전까지는 아마추어 레이스, 소규모 레이스를 위주로 참가해왔는데 챔피언십이라는 보다 큰 규모의 대화라는 점에서 더 진지하게 경기에 임하게 되는 것 같다.
(이) 어린 나이에 레이스를 하다가 결혼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이제 레이스는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토요타 프리우스 PHEV 컵 소식을 듣고 이 정도의 경기라면 다시 도전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이런 기회를 만들어주신 토요타코리아에 감사드린다. 이왕 하는 김에 재미있게 하자는 데 의의를 두고 있고, 같이 활동 중인 어퍼스피드 팀의 송영인 선수와 함께 데이터도 많이 공유하고 있다. 덕분에 상위권에서 같이 주행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런 형태의 레이스는 첫 도전일텐데, 경기 운영 등과 관련해 도움이 되고 있는 점들, 그리고 제품 자체의 경쟁력은 어떤지 궁금하다.
"(송) 토요타 차들의 품질은 워낙 좋지 않나. 그렇다 보니 성능이라던지 안정성 등 서킷을 주행할 때 배우고 느끼는 점들이 많다. 프리우스라는 차 자체는 사실 빠른 차는 아니지만 레이스에 뛰어드는 초심자들의 경우에도 기본적인 운전을 배우기에도 굉장히 적합한 차라고 생각한다.
(이) 레이스라는건 자전거로 해도 재밌지 않나(웃음). 과연 이 차가 서킷에서 질주했을 때 버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토요타 측의 자신감이 상당했고 이걸 믿어보고 참가하기로 했다. 제원을 찾아보니 이전 프리우스보다 성능도 더 높아졌더라. 강조하고 싶은 게 효율성만은 아니라고 생각했고 바로 시승 예약을 해서 타 봤는데 옛날의 프리우스 같지 않았다. 나름대로 달리는 재미도 있었고, 결정적으로 브리지스톤 타이어의 성능도 너무 만족스러웠다. 매우 안심하고 탈 수 있는 차라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 경기 내내 달리는 중에도 걱정 없이 달리고 있다"
-송형진 드라이버는 86(GT, GR)으로 레이스를 해왔는데 프리우스의 장단점은 어떤 게 있는지, 브리지스톤 타이어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하다.
("송) 말한대로 GT86과 GR86 등 토요타의 후륜구동차를 오랫동안 타왔다. 그래서 망설였던 것도 사실이다. 전륜구동차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요타에서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이라는 큰 경기에 대회를 만들었다는 점 하나를 보고 참가를 하게 됐다. 안타본 차를 배우고 연구하는 재미, 그리고 배워나가는 과정 자체를 재미있게 느끼고 있다. 단점이라면 아무래도 차가 좋고 나쁨을 떠나서 후륜구동 대비 운전 재미는 떨어질 수 밖에는 없지 않나. 차가 나쁘다는게 아니지만 그런 점 정도의 단점이 있는 것 같다.
(이) 모든 선수가 그렇겠지만 타이어는 레이스의 결과를 결정짓는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차를 잘 만들어놔도 타이어가 좋지 않으면 성능을 이끌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써본적이 없는 타이어였지만 타이어의 일관된 성능이 인상적이었다. 선수 입장에서는 타이어가 마모되며 성능이 떨어지더라도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하는 게 중요한데, 현재 공급되고 있는 브리지스톤 타이어가 딱 그런 타이어인 것 같다. 타이어의 성능이 어느 순간 떨어지지 않고 과열되더라도 일정 수준의 성능은 유지해준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
-프리우스 PHEV클래스만의 매력이 있다면
"(이) 이전에 경차 원메이크 레이스에도 참가해봤는데 원메이크 레이스라는 것 자체가 굉장히 치열하다. 팀 간의 기술 격차를 굉장히 좁게 만들어둔 게 원메이크다보니 여기에서 오는 짜릿한 상황이 있는 것 같다.
(송) 프리우스의 출력은 223마력이지만 레이스를 하는 시시각각 출력이 변한다. 일반적인 원메이크 레이스에서는 차의 성능이 일정하지만 랩을 돌면 돌 수록 차의 성능이 계속 바뀌는 게 매력인 것 같다. 격차가 벌어지는 포인트가 다 다르기 때문에 순간순간 기록이 변화하는 묘미가 있고, 순간 순간의 배틀과 추월이 재미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이브리드로 치르는 레이스만의 특성이 있다면
"(송) 팀 간의 노하우가 가장 많이 들어가는 부분인 것 같다. 전기차가 아니라 하이브리드, 그 중에도 PHEV이기 때문에 배터리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레이스 후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작년 까지만 해도 레이스는 계속 풀 페이스로 달려야 하는것이라 생각해서 배터리를 아껴야 한다는 생각을 못했지만 올해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이) 똑같이 달리더라도 배터리가 한 코너라도 먼저 소모되면 이후 출력은 떨어지게 된다. 그런 점에서 약간은 운이 작용하는 게 아닐까 생각도 했는데 올해 두 번째 시즌을 치러보니 페이스 관리로 후반을 도모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점이 레이스 과정에서의 작전을 만드는 데 좋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보니 경기 초반 순위가 후반에 뒤집어질 수도 있는데 이런 점이 다른 클래스와는 다른 재미 요소인 것 같다"
-배터리 충전과 관련해서는 규정이 따로 있는지.
"(송) 따로 정해진 규정은 없다. 만약 지각을 한 팀이 있다면 배터리를 100% 못채우고 들어갈 수도 있다는 뜻이다"
-레이스 환경은 시시각각 변화하는데. 평소 페이스 유지나 멘탈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송) 항상 악에 받쳐있다(웃음). 지금도 잘 타는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초보 시절부터 지금까지 경력이 쌓이며 레이스 자체가 익숙해지고 적응되는 것 같다. 추월 당하고 하면 당연히 멘탈이 흔들리지만 얼마만큼 빨리 다잡냐도 모터스포츠의 영역인 것 같다. 모터스포츠 아닌가. 차로 싸우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정신을 얼마나 빨리 부여잡고 경기에 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F1이건 타 대회건 다른 레이스를 많이 챙겨보는 편이다. 참가하지 않는 레이스를 보면서 특정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 지, 사고 장면을 보며 어떻게 대처했어야 하는지 하는 생각을 평소에 많이 한다. 그리고 가장 인상깊게 봤던 작전들을 항상 머릿속으로 생각한다. 물론 폴 포지션을 잡고 맨 앞에 달리면 당초 세워둔 작전이 잘 안통하긴 한다(웃음). 앞에 차들이 있어야 무슨 생각을 하고 추월을 할 텐데, 맨 앞이면 멘탈 관리가 잘 안된다. 뒤를 신경 쓰며 달리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는 개인적으로 계속 노력하고 있다"
-다른 아마추어 레이스와는 다르게 프리우스 PHEV 출전 선수들의 만족도가 높아보인다.
"(송) 불만이 없을 수 밖에 없다. 토요타코리아에서 워낙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다. 참가비도 없고, 브리지스톤에서 타이어도 싸게 공급하고, 타이어도 교체해준다. 이렇다 보니 사실 따로 돈 들어갈 부분이 그리 많지 않다. 큰 사고도 별로 없는 편인데 대부분들 서로를 배려하는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것 같다.
(이) 선수들이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것도 아니고 하다 보니 사고 자체도 적은 편인 것 같다. 특히 선수들 사이에서 타이어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데 타이어가 잘 받쳐준다면 실수를 해서 브레이크 포인트를 조금 ㅈ놓치더라도 그 실수를 빠르게 극복해준다. 실제로도 타이어 덕분에 큰 사고가 나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토요타자동차그룹의 규모를 생각하면 한국은 아주 작은 시장인데 그럼에도 모터스포츠에 진심으로 접근하는 이들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송) 서킷 입문도 토요타로 했고 여태 탄 차도 토요타이며, 앞으로도 토요타를 탈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회장님(토요다 아키오)이 모터스포츠를 대하는 모습이 너무 좋다고 생각한다. 바라는 점이 있다면 토요타코리아가 모터스포츠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해달라고 압박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웃음). 일본에서 오토살롱이나 모터스포츠 경기를 열면 대규모 전시도 열고 하는데 이런 점들도 참고를 해서 더 풍부한 이벤트를 열어줬으면 한다.
(이) 동감한다"
-프리우스 PHEV 클래스 이외 또 다른 클래스를 했으면 하는 게 있다면.
"(송) 참 할 말이 많다. GR 브랜드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GR코롤라나 GR야리스 같은 차를 들여와서 경기를 열었으면 좋겠다. (토요타코리아가) 모터스포츠 마케팅을 더 열심히 하실거라 믿어 의심치 앟기 때문에 대중적인 클래스인 프리우스를 넘어 더 모터스포츠의 성격을 강화한 경기를 열어줬으면 좋겠다.
(이) 지난 해 현대차와 함께 페스티벌도 열었지 않나. 글로벌 시장에서는 모르겠지만 이렇다 보니 현대차 N과 토요타 GR이 경쟁을 하는 듯 한 구도가 만들어지는 것 같은데, 한국에서는 N의 팬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GR 브랜드를 더 적극적으로 알린다면 N의 팬층과 자연스레 경쟁 구도가 만들어질 것 같고 N과 GR이 함께 달리는 클래스가 만들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전국의 N 오너와 GR 오너가 서로를 응원하며 경쟁하는 게 모터스포츠가 흥행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총 10바퀴를 돌았는데 배터리가 어느 정도 유지되나
"(이) 오늘은 마지막 1랩을 남긴 상황에서 배터리가 모두 소모됐다. 딱 맞아 떨어졌다. 대부분 경기 주최 측에서 배터리 소모량을 고려해 몇 바퀴를 돌아야 할 지 평가한다. 배터리가 모두 소모되고 1~2랩 정도 더 돌 수 있도록 설계하는 편이고, 팀들도 이에 맞춰 전략을 짠다"
-만약 토요타가 슈퍼레이스에서 GR86 원메이크 레이스까지 운영한다면 86으로 넘어갈지 프리우스 클래스에 남을지 궁금하다.
"(송) 수 차례 요청을 했는데 안된다고 하긴 했지만 둘 다 개최한다면 두 경기 다 참가할 생각이다(웃음)"
-마지막 한 경기를 앞두고 있는데 어떻게 임할 계획인가.
"(송) 최선을 다 해야 하지 않겠자. 일단 어떻게 레이스는 끝날 때까지 끝나는지 모르는 거니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해보겠다. 이율 드라이버와 같이 가보겠다.
(이) 다음 경기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통해서 경기를 마무리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인제=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