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혼다 슈퍼커브, 철학이 담긴 위대한 모빌리티

입력 2025년09월22일 14시00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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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쉽게 타는 접근성, 많은 삶 바꿔
 -'소박함의 힘'..생계·레저 모두 아울러

 

 혼다 슈퍼커브는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바꿨다. 어떤 이에게는 생계를 위한 발이 되고, 어떤 가정에게는 아이들을 태우고 장을 보러 가는 생활의 파트너가 됐으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소박한 즐거움을 주는 레저 도구로서 모터사이클의 즐거움을 알게 해준다. 그리고 공통분모는 단 하나다. 누구나 쉽게 탈 수 있다는 것. 이 위대한 매력은 누구나 쉽게 운전할 수 있는 모터사이클을 만들겠다는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의 철학에서 비롯됐다. 

 


 

 혼다의 철학은 그리 거창하지 않았다. 서민에게 자동차는 너무나도 비싼 이동 수단이었고 도로마저 열악한 나라에서는 꿈도 꿀 수 없었다. 무엇보다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어린아이, 여성, 노인도 편하게 다룰 수 있어야 했다. 슈퍼커브는 그렇게 세상에 나왔고 반세기가 넘은 지금까지 변함 없이 우리 곁을 달리고 있다. 

 

 슈퍼커브의 외형은 시간이 멈춘 듯하다. 1958년 첫 출시 당시의 실루엣이 지금도 그대로 이어져 내려온다. 낮은 시트, 가느다란 차체, 발판을 가로지르는 평평한 바닥. 이른바 언더본이라고 불리는 이 간단한 구성은 접근성을 극대화한다. 키가 작은 사람도, 바이크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도 부담 없이 올라탈 수 있다. 시트에 앉는 순간 ‘나도 탈 수 있겠는데?’라는 자신감이 생긴다.

 


 

 실용적인 디테일도 변함없다. 프론트 휠 커버 상단에 부착한 캐리어에는 그 자체만으로 뭔가를 결박시키거나 바구니를 달아 간단한 짐을 싣기에 좋다. 시트와 핸들 사이에도 추가적인 캐리어 장착이 가능하고 시트 뒷켠에 짐대까지 더하면 운반 능력은 극대화된다. 실용성이 중요한 많은 슈퍼커브 오너들을 위한 기능의 언어다. 

 

 물론 시대에 맞춘 변화도 있다. LED 헤드라이트는 어두운 밤길을 환하게 밝혀주고 계기판은 아날로그의 정서를 유지하면서도 연료 잔량, 주행거리, 시간 등을 보여주는 자그마한 디지털 미터기가 표시되어 있다. 키를 꽂아 오른 쪽으로 한 번만 꺾으면 요즘 자동차 처럼 계기판이 팽그르르 돌며 세레머니까지 선사해준다. 

 

 시동을 걸면 작고 귀여운 110㏄ 단기통 엔진이 깨어난다. 수치로만 보면 소박하다. 최고출력은 9.1마력, 최대토크는 1㎏∙m에 불과하다. 자동차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과연 달릴 수 있을지 근본적인 의구심마저 드는 수치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로 달려보면 도심에서 부족할 게 전혀 없다. 102㎏ 불과한 무게 탓에 오히려 필요한 만큼만 충분히 갖췄다는 생각이 든다.

 



 

 동력계통에서 가장 큰 특징은 반자동 클러치 방식이다. 왼손으로 클러치 레버를 당길 필요가 없고 발로 기어만 밟으면 된다. 덕분에 초보자도 쉽게 배울 수 있다. 이 단순한 변속 시스템 덕분에 수많은 이들이 ‘처음’의 두려움 없이 모터사이클에 입문할 수 있었다. 시승 중에도 변속 충격은 크지 않았고 곧 익숙해져 리듬을 타는 기분마저 들었다.

 

 차체가 가벼워 조작은 손끝처럼 직관적이다.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하체에 조금만 힘을 주면 원하는대로 차체가 따라나간다. 워낙 가벼운 움직임 덕분에 좁은 골목도 거침없다. 노면 충격도 의외로 크지 않아 시트 위에서 긴장도 덜 수 있었다. 더욱이 언더본 설계 특유의 낮은 무게중심과 안정적인 밸런스는 특히 초심자에게 든든하다. 누구나 쉽게, 자신 있게 탈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슈퍼커브의 존재 이유다.

 

 제동 성능은 단출하다. 전륜 디스크와 후륜 드럼의 조합은 최신 바이크처럼 세련되진 않았지만 차체와 성능에 맞춘 세팅이라 불안감은 없다. 

 


 

 소유주들이 가장 큰 만족감을 표하는 건 연료 효율이다. 혼다 측에 따르면 슈퍼커브는 60㎞/h 정속 주행 시 ℓ당 60㎞ 안팎의 효율을 기록한다. 연료탱크 용량이 3.2ℓ인걸 감안하면, 약 5,000원 어치의 휘발유 만으로 180㎞를 주행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왕복 30㎞ 가량을 출퇴근 한다면 대중교통보다도 싸다. 

 

 슈퍼커브를 시승하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철학의 힘’이었다. 혼다 소이치로가 꿈꿨던 “누구나 쉽게 운전할 수 있는 모터사이클”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이 철학에 근거해 슈퍼커브는 세계 곳곳에서 누군가의 생계를 지탱하고, 가족의 이동을 돕고, 또 다른 이들에게는 소박한 즐거움을 주고 있다.

 


 

 정말 쉽게 다룰 수 있다는 단순한 매력이 사실은 인류의 삶을 바꾼 위대한 힘이었다. 속도를 자랑하는 슈퍼카나, 최신 기술로 무장한 전기차보다도 어떤 의미에서는 더 깊이 사람들의 삶을 바꾼 모빌리티. 단언컨대 슈퍼커브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모빌리티 중 하나다. 빠르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그러나 그 소박함 속에 담긴 철학은 시대를 넘어 오늘날에도 빛을 발한다.

 

 혼다 슈퍼커브의 가격은 273만원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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