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차체를 위한 생산 및 조립 계획
 -현장 목소리 적극 반영하고 여러 부서와 소통
 -공학적 기술 총 동원해 완벽한 하나의 라인 표현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 디자인이라도 대량 생산과 산업화가 불가능하다면 단순한 장인의 연습에 불과하다. 생산성의 제약으로 인해 고객이 결함을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면, 품질에 대한 인식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포르쉐의 디자이너와 생산 기획자는 실제 차가 생산되기 시작하기 훨씬 이전, 매우 초기 단계부터 협업을 이어간다”

 포르쉐를 상징하는 이 같은 말에는 깊은 내공이 숨어있다. 강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고 이유를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 또 우리가 왜 포르쉐 디자인에 열광하고 오랜 시간 특별한 차로 남아있는지 궁금했다. 이에 직접 독일 포르쉐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열린 디자인 워크숍에 참석해 차가 탄생하기 까지의 디자인 스토리를 듣고 가치와 진면목을 살펴봤다.

 포르쉐 디자인은 단순 디자이너의 역량으로만 해결되지 않는다. 차체 생산기획 전문가들이 초기 디자인 제안부터 실제 스포츠카가 도로를 달릴 때까지의 모든 과정에 참여한다. 그들의 목표는 새로운 포르쉐의 개발에 있어 항상 ‘실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시장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그만큼 디자인, 생산 계획, 기술 개발, 그리고 공장을 아우르는 부서 간 긴밀한 협력이 이뤄진다. 포르쉐 고유의 디자인 DNA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생산을 위한 기술적 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필수요소라는 것. 수 개월에 걸친 반복 검토 작업을 거치며 스타일 포르쉐 직원들이 신형 모델에 특히 중요하게 여기는 디자인 요소가 무엇인지를 생산 기획자들에게 알리고 피드백을 받는다. 정확히 파악해야만 소비자 요구를 만족시키고 브랜드 고유의 세심함을 보여줄 수 있어서다. 궁극적으로는 실현 가능한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다.

 초기 CAD(컴퓨터 지원 설계) 데이터를 확보하면 즉시 동시 공학(Simultaneous Engineering)을 시작한다. 또 혁신 기술을 대량 생산에 신속하게 통합하고 개발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제품 개발의 개별 단계들은 병행으로 진행한다.

 차체 생산기획 전문가는 초기 평가에서 나온 새로운 스포츠카를 디지털 방식으로 표현한다. 물리적 모형을 디지털화 한 스타일링 데이터로 분석하고 이를 위해서는 컴퓨터 지원 시뮬레이션을 활용한다. 이미 이 단계에서 차체 외판의 성형 용이성이나 잠재적 약점의 존재 여부가 확인된다. 이러한 제조 시뮬레이션에는 초기 스타일링 데이터가 기반이 된다. 

 디지털로 구현된 표면은 작은 삼각형으로 매우 미세하게 나누어진다. 그물망 형태의 구조를 통해 다양한 하중 포인트를 예측할 수 있고 성형할 때의 반응을 정밀하게 분석 및 최적화할 수 있다. 실제로 현재 판매 중인 911의 측면 패널 시뮬레이션 데이터양만 해도 최소 10GB에 이른다. 강판 두께와 소재, 프레스 등을 달리하는 등 같은 공정상 추가 매개 변수를 고려하면 데이터 크기는 몇 배로 늘어날 수 있다.

 성형 한계 곡선을 바탕으로 해석 엔지니어는 외판 성형 시 주름이나 균열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같은 접근 방식을 껌 조각으로 비유하면, 껌의 양쪽 끝을 길게 잡아 늘리면 쉽게 찢어질 수 있다. 그러나 여러 지점을 잡고 잡아당기면 균열 위험이 줄어드는 것처럼, 알루미늄 판재가 찢어질 위험성은 줄어든다.

 이 같은 공정은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예를 들어, 양산을 앞두고 공기역학적 최적화가 이루어지거나 충돌 시험에서 새로운 하중 조건을 반영해 설계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다. 전체적인 차 시험에서 얻은 경험 역시 차체 설계에 반영될 수 있다. 이는 새로운 데이터 집합과 새로운 검증 루프의 생성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만 정해진 개발 기간 내에 양산 차 개발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 및 규제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제품 관리의 일부로써 조립 계획 전문가들은 설계 및 개발 과정의 초기 단계부터 지원에 참여한다. 그들에게는 스포츠카를 이루는 수백 가지 구성요소를 높은 품질로 조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설계 기준 목록과 조립 계획을 통해 포르쉐의 모든 모델 시리즈에 적용되는 구체적 품질 특성과 더불어 익스테리어 및 인테리어 디자인 요소를 정의한다. 예를 들어 익스테리어에서는 트렁크 개구부의 모서리 형태와 같은 디자인 요소 및 기능적 세부 요소에 관한 기준이 설정된다. 이를 통해 차 콘셉트를 대량 생산 단계로 원활하게 전환할 수 있다. 인테리어에서는 특히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 사이의 ‘킹 조인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틈새가 만나는 부분이 시각적으로 균일하고 조화롭게 보이도록 한다. 

 이처럼 장인 정신과 디지털 기술의 조화, 그리고 디자이너와 함께 각 공정 담당자들이 유기적으로 소통하고 협업해야 또 하나의 역작이 탄생할 수 있다. 오랜 시간 쌓아 둔 데이터와 노하우의 승리이며 이런 게 바로 포르쉐 디자인이 최고라고 말하는 이유다. 
 
 독일(라이프치히) =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