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트럭, 나와 있어도 보조금 없어 못팔아
-'큰 차 한 대=승용 여러대' 탄소 감축효과 대두
중·대형 전기 화물차 보급을 위한 정책 해법 마련을 위한 장이 열렸다.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큰 화물차 전동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모였고 '패키지 정책' 필요성도 제시됐다.
논의는 지난 30일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열린 '중·대형 전기화물차 보급 정책 마련을 위한 전략 정책 세미나'에서 나왔다. 현장에는 행사를 주최한 강득구 의원(더불어민주당, 환경노동위원회)과 김주영(더불어민주당, 환경노동위원회 간사) 의원을 비롯해 타타대우모빌리티, 볼보트럭코리아 등 주요 업계 관계자들도 자리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중·대형 전기 화물차의 장점은 분명하다. 운행거리가 길고 연료 소모와 탄소 배출이 많은 디젤 화물차 한 대만 바꿔도 탄소 절감 효과가 크다는 것. 더욱이 도심 소음을 낮출 수 있고 연료·정비비도 덜 든다는 강점이 있다. 문제는 현실이다. 국내에는 아직 중·대형 전기 화물차에 대한 보조금 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제품이 없는 것도 아니다. 타타대우모빌리티와 볼보트럭코리아는 이미 전기 트럭을 국내에 양산·도입했고, 메르세데스-벤츠 트럭, 만트럭, 스카니아 등 글로벌 상용차 브랜드들도 본국에서 양산 체계를 갖춰 국내 수요에 대응할 준비를 마친 상태다.
박지영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규제·시장 동향을 짚었다. 그는 “대형 사업용 화물차 1대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은 승용차 수십 대에 해당한다”며 미국의 ACT(제조사 의무판매)·ACF(대형플릿 의무구매)와 LCFS(저탄소연료표준), EU의 AFIR(대체연료 인프라 규정)·ETS2(도로연료 배출권) 사례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도시배송·청소차·항만 야드 트랙터 등 노선과 차고지가 명확한 차를 초기 전환 타깃으로 삼고 차고지 충전 우선 구축과 더불어 급속충전, 메가와트급(MCS) 표준 대비, 재생에너지·저장장치 연계 등 ‘전력계통 친화’ 설계도 주문했다.
김대진 인하대학교 물류학부 교수는 ESG와 공급망 규제 확산을 근거로 “물류사의 신용·투자 조달이 탄소 대응에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보급이 1톤 전기화물차에 치우쳤다”며 “같은 1대 전환이라도 대형 화물차의 CO2·미세먼지 저감 효익이 압도적”이라고 했다.
충전 인프라 운영사에서는 병목을 지적했다. 유대원 워터(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 대표는 “중대형 트럭 허브 한 곳에 최소 5~10MW의 수전이 필요하지만 현장에선 고압 수전 대기만 수년”이라며 “대형 부지와 동선 표준, 기본요금 완화·단계요금제, 민관합작(PPP)·수익보장 등 금융 설계, 다지점 부하를 위한 재생에너지 PPA 허용이 병행돼야 민간 투자가 집행된다”고 말했다.
정책의 일관성과 경쟁 촉진 주장도 나왔다. 권용주 국민대학교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보조금은 배터리 용량·환경편익에 비례해 합리적 차등을 하되 최소 반년 이상 사전 예고가 필요한데 우리 제도는 해마다 흔들린다”며 “국산·수입을 막론한 개방형 경쟁과 지자체 중심의 집행이 현장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했다. 개인 명의 상용 전기차의 탄소배출권 인정 등 ‘정당한 인센티브’도 주문했다.
정부는 ‘패키지 지원’에 공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박태현 과장은 “중대형 전기화물차 안전·시험 기준을 정비하고 수소 내연기관 등 다양한 전동화 기술을 병행 지원하며 R&D·국산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 강찬 사무관은 “해외 사례·차 가격 격차·총소유비용(TCO)·환경편익을 반영한 보조금 지침을 설계하고 차고지 충전·경로충전, 공공조달·자발적 협약 등 수요·인프라 정책을 묶은 패키지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승용 중심 전동화의 한계를 넘어 '큰 차부터 빠르게' 라는 대의제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예산 및 보조금 업무처리 지침 논의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