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뷰] “우리는 언제나 혁신 선도, 전기 페라리 반응 좋다”

입력 2025년10월10일 08시3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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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네데토 비냐 페라리 CEO 및 핵심 임원
 -페라리는 혁신 기술을 감정으로 번역하는 회사

 

 페라리가 현지 시각 9일 전세계 미디어를 대상으로 순수 전기차에 대한 개발 현황과 주요 기술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특히, 하이엔드 브랜드를 중심으로 전동화 전환 수정과 축소 등을 내비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페라리의 행보는 단번에 주목을 이끌었다.

 

 이 자리에서 베네데토 비냐 페라리 CEO는 전동화 제품에 대한 의지를 다각적으로 소개하며 자신감을 키웠다. 고객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야 하고 언제나 혁신 앞에서 당당하게 맞서 성공했기 때문이라며 좋은 소비자 반응이 이를 증명한다는 것. 이 외에도 제품에 대한 여러 궁금증을 가감없이 답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다음은 베네데토 비냐 페라리 CEO 및 핵심 임원들과 나눈 일문일답.

 



 

 -새 전기 페라리의 구체적인 출력은?
 “이 차의 총 출력은 1000마력 이상이다. 이는 우리가 차의 목표 성능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적정 수준의 출력을 탑재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순히 ‘가장 강력한 차’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운전의 즐거움, 조화로운 주행 감성, 그리고 완벽한 균형감을 갖춘 전기차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를 완벽하게 구현했다”

 

 -요즘 럭셔리 브랜드들이 EV 계획을 축소하거나 취소하는 사례가 많다. 그런데 페라리는 왜 2026년을 출시 시점으로 본 것인지?
 “두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첫째는 페라리의 전기화 여정은 2009년에 이미 시작됐다는 것이다. 둘째는 물론 다른 회사들의 행보도 보지만 우리는 창립자 시절부터 우리만의 타임라인을 지켜왔다. 그래서 우리는 2025년 4분기에 공개(프리뷰)하겠다고 약속했고 지금 그 약속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전동화 파워트레인으로도 페라리만의 운전의 쾌감을 전달하려면 기술을 올바른 방식으로 마스터해야 합니다. 회사들마다 각자 사정이 있겠지만 우리는 어떤 기술이든 페라리식으로 다루면서 감정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고 EV 페라리를 사겠다는 또 다른 소비층에도 다가가려 한다”

 

 -방금 말한 새로운 소비층은 누구인지?
 “이번 출시는 3단계 공개의 첫 번째 단계이다. 나머지 2·3단계는 내년 상반기이며 구체적으로는 1분기, 2분기에 예정돼 있다. 일부 고객과는 이미 대화를 시작했고 본격적인 상담은 2~3월에 집중될 예정이다. 고객층에 특정 지역·연령 패턴은 없다.

 

 30대든 60대든, 아시아·미국·유럽 모두에서 컬렉터와 신규 고객이 섞여 있다. 몇몇 컬렉터들은 ‘팀을 신뢰한다, 차 동역학이 주는 감정을 잘 알기 때문’이라며 자신감을 심어주기도 했다. 또 한 가지는 우리가 2인승 본격 슈퍼카로 가지 않은 선택을 반기는 의견도 많았다.

 

 이유는 배터리 셀 자체가 아직은 슈퍼카의 최상 성능에 맞는 단계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페라리 슈퍼카는 성능의 정점이어야 한다. 이를 비춰볼 때 지금 이 차는 목적이 아니다. 몇 달만 기다려 주기를 바란다. 확실한 건 초기 반응이 아주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페라리의 첫 순수 전기차가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인지, 아니면 규제 때문에 그리고 지금의 기술 발전이 맞아떨어진 건지?
 “1947년 창업자가 여러 선택지 중 V12를 택했다. 그때는 사실상 한 회사만 12기통을 하고 있었고 곧 시장에서 사라졌다. 그럼에도 우리의 선택은 성공이었다. 우리가 얻은 교훈은 간단하다. 페라리는 늘 혁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가능성의 한계를 대담하게 다시 쓰는 것을 회사의 사명으로 삼고 있다. 전동화는 새로운 추세이고 우리는 혁신을 통해 답을 낸다는 걸 보여주려 한다. 그래서 미디어를 대상으로 이 자리에 초대한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드라이빙 스릴의 주요 요소를 빠짐없이 구현하면 EV로도 고유의 감정을 줄 수 있다”

 



 

 -왜 4인승을 택했는지, 2000마력급 진짜 슈퍼카로 경쟁할 수도 있지 않았는지?
 “지금의 아키텍쳐로 2인승을 만들면 성능이나 흥미 면에서 얻는 게 크지 않을 수 있다. 대신 실내 공간을 키운 4인승으로 가면 배터리를 매우 낮고 중앙에 배치해 무게중심을 최적화하고 네 바퀴를 각각 독립 제어하는 코너의 자유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

 

 우리는 네 바퀴를 각각 하나의 ‘구’처럼 다루며 전자·소프트웨어 제어로 민첩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해당 아키텍처는 내연기관과 기어박스의 기계적 제약이 없는 만큼, 새로운 주행 영역을 열어준다. 즉, 가족·친구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넉넉한 공간과, 페라리다운 감정과 성능을 매일 누리게 하려면 이번 선택이 최적이었다”

 

 -최근 시장에서는 ‘전기와 럭셔리의 결합은 실패할 것이다’라는 주장이 있다. 페라리는 틀렸다고 생각할텐데 이유는?
 “우리는 여러 아키텍처를 분석했다. 그 결과 4개의 독립 모터 구조가 가장 유연하고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 방식은 기존 엔진과 기어박스의 기계적 제약을 완전히 벗어나게 해준다. 각 모터가 독립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전자 제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해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차를 움직일 수 있다.

 

 즉, 핵심은 올바른 소프트웨어를 작성하는 것이었다. 이 차의 가장 큰 특징은 각 휠이 모든 방향의 힘을 능동적으로 제어한다는 것이다. 수직 하중은 액티브 서스펜션이 담당하고 좌우 제어은 4륜 조향 시스템 역할이 크다. 앞뒤 가·감속은 4개의 전기 모터가 담당한다. 네 바퀴 각각이 완전히 독립적으로 ‘살아 있는’ 구조다.

 

 이건 지금 시장의 다른 전기차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우리는 또한 모든 시스템을 동시에 통합 제어한다. 각 액티브 컴포넌트에 실시간으로 명령을 내려 주행 상황에 맞춰 최적의 동작을 수행하게 하는 것이다. 물론 이건 소프트웨어적으로 매우 어려운 도전이었다. ‘하나의 뇌’로 모든 방향의 움직임을 동시에 제어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란듯이 해냈고 페라리 EV는 다른 어떤 전기차와도 다르게 하나로 연결된 느낌을 준다” 

 

 -이 차가 SDV라고 봐도 되는지? SDV 개발에서 큰 어려움은 없었는지?
 “솔직히 ‘SDV’라는 말이 요즘 너무 유행어로 쓰인다. 2021년 11월 취임 직후에 실리콘밸리의 몇몇 기업들이 SDV 플랫폼을 같이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는 유행어가 아니라 ‘현실’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페라리는 필요한 곳에만 SDV 개념을 적용한다. 즉, ‘SDV’라는 말로 주목을 끌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우리는 필요한 만큼만 정확하게 사용한다”

 



 

 -본격 출시될 때 이름이 바뀔 예정인지?
 “현재는 페라리 일레트리카라는 명칭으로 부르고 있지만 최종 이름은 비공개이다. 럭셔리의 본질은 비밀스러움과 독점성, 그리고 선택된 사람만이 아는 스토리텔링에 있다. 그래서 지금은 그 이름으로 불리지만 정식 공개 때는 달라질 수도 있다”

 

 -핵심 기술 중 하나가 ‘쉽게 교체 가능한 배터리 구조’라고 들었다. 그렇다면 새로운 배터리 화학이나 고밀도 셀이 등장했을 때 기존 차의 배터리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지?
 “우리의 배터리는 현장에서 수리 가능한 구조이다. 즉, 배터리 팩 내부가 모듈식으로 설계돼 있어서 전체 교체가 아닌 일부 모듈 단위의 수리 및 교체가 가능하다. 또 미래에는 셀 공급이 종료되거나 화학 조성이 바뀌더라도 팩 구조와 채널 설계를 새로 디자인해 기존 오너에게도 업그레이드 가능한 배터리를 제공할 수 있다. 우리는 이를 배터리 포에버라 부른다. 즉, ‘배터리가 수명을 다해도’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영속적 가치의 자동차로 설계했다”

 

 -연간 생산에서 비중으로 제한을 둘 것인지?
 “이 차는 레인지 모델로 분류한다. 즉, 슈퍼카처럼 한정 생산이 아니라 전체 라인업 내의 한 ‘축’으로 자리할 예정이다. 정확한 비율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가격이 최종 결정되는 시점 즉, 완전 공개 직전에 그에 맞춰 생산 비중이 정해질 것이다. 따라서 지금 단계에서는 ‘전체 레인지 내 일부 제품’이라고만 말씀드릴 수 있다”

 

 -출력을 높여 더 강력한 차로 경쟁하려는 생각은 없엇는지?
 “전기모터로 2000마력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렇게 만든 차들은 ‘성능 수치’만 크고 실제 운전 감각은 코끼리처럼 둔하다. 페라리는 단순히 힘센 차를 만들지 않는다. 무게 배분, 핸들링, 브레이크 반응, 주행 리듬 등 모든 것을 함께 고려한다.

 

 우리는 오너가 이 차를 ‘차고에 두는 전시용’이 아니라 매일 몰고 나가 미소 짓게 되는 차로 만들고 싶었다. 이건 단순한 전자공학이 아니라 자동차공학의 균형미이다. 마력 경쟁보다 중요한 건 주행 감성이기 때문이다. 페라리는 기술을 감정으로 번역하는 회사이다. 차체가 움직이는 순간, 운전자의 뇌가 자연스럽게 반응하도록 만드는 것, 그게 페라리가 기술을 쓰는 방식이다”

 



 

 -전기차 소리는 어떤 특징을 갖고 있고 페라리다운 감정적인 사운드를 낼 수 있는지?
 “모든 엔진에는 고유한 영혼이 있다. V6, V8, V12가 서로 다른 울림을 가지듯이 전기 모터 역시 자신만의 기계적 사운드를 낸다. 우리는 그 소리를 흉내내지도, 합성하지도 않았다. 즉, 내연기관 사운드를 모방하거나 우주선 같은 소리를 만들어내지 않았다는 뜻이다.

 

 대신 각 전기 모터에 센서를 설치해 실제 전자기적 진동을 포착했다. 그 진동을 실내로 전달하고 증폭시켜 운전자가 파워트레인 존재를 느끼게 한다. 비유하자면 어쿠스틱 기타는 자체 공명통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소리가 크지만 일렉트릭 기타는 앰프가 필요하다. 우리는 바로 그 앰프 역할을 하는 시스템을 탑재했다.


 물론 소리는 항상 울리는 것이 아니다. 운전 모드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코너를 공략하거나 가속 및 감속을 반복하며 몰입 주행할 때는 운전자가 몸으로 느끼는 청각 피드백이 꼭 필요하다. 그래야 운전자와 차가 연결된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다. 반대로 고속도로에서 순항 중이거나 대화를 나누거나 음악을 듣는 상황에서는 그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즉, 사운드는 운전 몰입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한다. 그것이 우리가 말하는 페라리다운 전기 사운드이다”

 

 -이미 양산 디자인이 확정된 상태인지?
 “디자인은 이미 완전히 확정된 상태입이다. 지금도 우리는 양산 라인에서 실제 차를 테스트 중이다. 참고로 이번 주 월요일 밤부터 화요일 새벽까지 직접 위장막 없는 차를 시승했다. 밤에 진행한 이유는 아직 공개 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다. 차는 완전히 확정됐고 양산 준비가 끝났다”

 

 -배터리는 한 곳에서만 공급받는지?
 “복수의 공급처를 확보하고 있다. 그 중에는 한국 업체도 포함돼 있다. 또 다른 공급사는 유럽 및 기타 지역에 있다. 참고로 니켈·코발트·망간은 특정 언어를 쓰지 않는다. 즉, 글로벌 멀티소싱 체계이다. 예를 들어 파우치 셀은 한 공급처에서, 기타 모듈·냉각 시스템은 또 다른 공급처에서 받는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었는지?
 “가장 큰 도전은 모든 액티브 시스템(모터, 서스펜션, 조향 등)의 완전한 통합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이 차의 핵심 가치이기도 했다. 우리가 목표로 했던 감정적인 전기차를 가능하게 만든 요소였다. 이 외에 전력전자팀에게 가장 어려웠던 점은 고출력을 오래 유지하는 능력이었다.

 

 요즘 2000마력 전기차가 많다고 하지만 그 출력이 몇 초간만 지속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반복 주행에서도 성능이 떨어지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다. 이를 위해 냉각과 전력 관리에 엄청난 노력을 쏟았다. 이건 단순한 ‘출력 경쟁’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퍼포먼스’의 구현이었다.

 

 또 배터리 관점에서는 섀시와의 완전한 통합이 가장 큰 도전이었다. 우리 차는 ‘배터리’와 ‘차체’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의 구조체로 설계돼 있다. 그 덕분에 무게중심이 극단적으로 낮고 차체 강성도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궁극적으로는 완전히 새로운 파워트레인을 창조하는 과정 자체가 가장 큰 도전이자 즐거움이었다. 페라리의 DNA, 모터스포츠 감성과 디자인 철학을 유지하면서 모든 것을 처음부터 새로 설계해야 했다. 여기에 실제 생산라인에서 구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엔지니어들과도 밀착 협업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이 차는 디자인과 기술, 생산이 완벽히 조화된 작품이다”
 

이탈리아(마라넬로) =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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