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마력 내뿜는 초고성능 SUV
-완성도 절정 이룬 파워트레인, 섀시컨트롤
-온·오프로드 아우르는 최상의 성능 발휘
포르쉐가 전동화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새로운 전기 SUV 카이엔 일렉트릭을 공개했다. 디자인 완성도를 높인 외관과 화려한 볼거리를 더하는 실내, 화려한 신기술이 어우러져 새로운 차원의 이동 경험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그 중에서도 혁신을 거듭해 완성한 파워트레인과 높아진 운동 성능은 새 전기 카이엔을 나타내는 핵심 역할을 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한 자리가 지난 00일 독일 라이프치히포르쉐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열렸다. 미디어 택시 드라이빙을 통해 온오프로드 실력을 확인해봤다.
월드프리미어로 세상에 등장하기 전 기술 워크숍인 점을 감안해 외관은 위장막이 씌워져 있었다. 그만큼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갖고 있는지 정확한 확인은 어려웠지만 전체적인 실루엣과 차의 얼굴을 나타내는 몇몇 포인트는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시선이 가는 부분은 헤드램프다. 전체적으로 크기가 작아졌고 타이칸, 마칸 일렉트릭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으며 네 개의 주간주행등 사이로 램프가 자리한다. 매우 복잡하고 입체적인 느낌이 사뭇 신선하게 다가온다.
범퍼는 성능과 트림에 따라 서로 다르다. 시승차는 고성능 버전으로 양 끝에 공기 흡입구와 유광 블랙 장식이 돋보였다. 또 아래쪽에는 신형 911 GTS에서 보던 세로형 핀과 두툼한 스플리터를 추가했다. 옆은 카이엔 특유의 볼륨감을 강조한 차체가 눈에 들어온다. 부드럽게 말린 윈도우 몰딩과 곡선이 돋보이는 벨트라인이 대표적이다. 굵직한 캐릭터라인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22인치 휠과 세라믹 브레이크, 폭이 상당한 피렐리 P제로 타이어 조합도 마음에 든다.
뒤는 가장 많이 위장 스티커를 붙인 곳이다. 그만큼 디자인 변화와 완성도를 가늠해 볼 수 있겠다. 가로로 긴 테일램프 기조는 이어가지만 디테일이 살아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범퍼 양 끝에는 깊은 세로형 에어 인테이크가 위치하며 포르쉐 전동화 라인업에서 봤던 두툼한 언더커버와 디퓨저도 멋과 기능을 더한다.
실내는 완전히 새로워졌다. 포르쉐 스포츠카를 상징하는 수평 구조의 틀은 그대로 유지했지만 센터페시아를 전부 화면으로 채운 것. 먼저, 운전석에 앉으면 거대한 커브드 계기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곡률이 더욱 깊어 졌으며 양 끝에는 운전에 즉각적인 조작이 필요한 버튼들이 마련돼 있다. 정체성을 상징하는 시동 버튼은 왼쪽에 붙어있고 오른쪽에는 작은 변속 레버가 위치한다.
메인 디스플레이는 부드럽게 아래까지 휘어지며 내려온다. 차를 다루는 거의 모든 기능을 화면에서 조작 가능하며 UX/UI 구성도 전부 새롭다. 화려한 그래픽과 빠른 반응, 위젯 형태로 깔끔하게 마련한 점도 무척 마음에 든다. 그만큼 개인화가 가능하고 영상 시청이나 게임도 할 수 있다.
화면 바로 아래에는 꼭 필요한 물리 버튼이 몇 개 보인다. 볼륨과 공조장치, 유리 성애 제거와 같은 주행 중 바로 쓰기 편한 기능들이다. 그리고 나서 완만하게 센터터널까지 이어져 내려오는데 가장 주목할 부분은 손목을 놓을 수 있는 ‘페리 패드’다. 옛 사진 속 페리 포르쉐가 변속 레버에 손을 올려놓은 모습을 보고 착안했다. 최적의 각도로 손을 얹어서 화면을 터치로 조작할 수 있다.
센터 터널은 공간 활용이라는 SUV 본연에 충실했다. 불필요한 장식을 걷어내고 넓은 수납함으로 표현한 것. 앞쪽에는 조명이 포함된 휴대폰 무선충전 패드가 위치하고 중앙에는 깊은 컵홀더가 있다. 두 단계로 높이 조절이 가능하며 탈착도 가능하다. USB C-타입 충전 포트도 네 개나 마련했다. 뒤쪽에는 별도의 센터콘솔은 없으며 슬라이딩 팔걸이가 대체한다. 이 외에 선택 품목인 패신저 디스플레이는 면적이 훨씬 넓어졌다.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으며 지루할 틈이 없다.
2열은 전기차 특징을 살려 광활하고 여유롭다. 무릎과 머리 위 공간 전부 부족함이 없고 가운데 턱도 낮아 성인 세 명이 앉아서 장거리 이동도 충분하다. 전용 송풍구는 중앙과 B필러에 위치하고 독립식 공조장치와 컵홀더 겸 팔걸이 등이 위치한다. 시트는 전동 조절식으로 바뀌었다. 리클라이닝과 슬라이딩은 물론 풀 폴딩도 가능하다. 선루프는 전자식으로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다. 선 블라인드가 없어진 결과 개방감을 키우고 조금 더 높고 넓은 헤드룸을 만들 수 있었다. 트렁크는 차의 급을 생각하면 충분하다. 버튼 한 번만 누르면 시트를 접을 수 있고 뒤쪽 서스펜션 높이를 조절해 물건을 넣고 빼기에도 쉽다.
카이엔 일렉트릭의 성능은 압도적이다. 최상위 트림의 경우 600㎾이상의 출력을 발휘하고 오버부스트와 런치 컨트롤을 사용하면 시스템 최고출력은 800㎾(1,000마력)를 상회한다. 최대토크는 153㎏∙m에 달한다. 푸시-투-패스 기능을 활용하면 순간적으로 출력을 극대화하며 10초 동안 100㎾ 이상의 추가 출력을 낼 수 있다. 정지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하는데 3초 미만, 200㎞/h까지는 가속하는데 8초 미만이 소요되며 최고속도는 250㎞/h에 달한다.
압도적인 실력은 서킷에서 드러났다. 비록 택시 드라이빙이지만 차의 정체성과 본질을 알기에는 충분했다. 론치 컨트롤로 시작해 맹렬히 질주한 카이엔 일렉트릭은 코너 끝단에서 비 현실적인 반응을 보여주며 방향을 틀었다. 인스트럭터는 코너 끝까지 도착해서 브레이크를 밟았고 분명 제동 포인트가 한 참 늦었다고 생각했는데 완전 착각이었다. 무척 깔끔하게 포물선을 그리며 통과했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방향을 잡고 다시 내달렸다.
폭발적인 가속만큼이나 놀라웠던 건 제동이다. 마치 갈고리로 아스팔트를 내려 찍는 것처럼 한번에 멈춰 선다. 물리력을 무시하는 듯한 모습에서 피가 쏠리고 헛웃음만 나온다. 실제로 최대 600㎾의 회생제동 양을 갖추고 있어 차를 다루는 대부분의 영역에서 유압 브레이크를 가져갈 필요가 없다. 심지어 이 마저도 부족했는지 포르쉐는 전기차에는 드물게 세라믹 브레이크도 제공한다. 잘 달리는 것만 것 잘 서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다시한번 일깨워 준다.
이와 함께 전기차가 줄 수 있는 낮은 무게중심과 안정적인 거동은 카이엔 일렉트릭을 강하게 휘둘러도 불안하지 않게 도와준다. 시종일관 진중하게 몸을 낮추고 미친듯이 내달릴 뿐이다. 트랙션 컨트롤을 끄면 언제든지 뒤를 흘리며 스릴도 맛볼 수 있다. 마칸 일렉트릭처럼 본격적인 드리프트를 요구하지는 않지만 차의 크기와 무게를 감안하면 상당히 재치있는 포인트다.
다시 직선 구간에 들어서자 재 가속에 들어갔고 차는 조금의 머뭇거림 없이 속도를 올린다. 지연 현상이 없는 전기차의 특징도 있겠지만 페달에 발을 올리는 순간 터져 나오는 순간적인 전기 에너지의 반응이 유독 빠르게 느껴졌다. 특히, 가감속 시에 즉각적인 반응이 두드러지는데 전류를 신속하게 전달하는 1000 암페어의 펄스 인버터, 지치지 않게 도와주는 혁신적인 냉각 시스템이 조화를 이룬 덕분이다. 포르쉐 공학 기술의 절정을 맛볼 수 있다.
순식간에 트랙을 돌고 이번에는 외각으로 향했다. 차가 갖고 있는 오프로드 능력을 체험해 보기 위해서다. 임도와 인공 구조물이 연속돼 있는 험로에서 카이엔 일렉트릭은 또 다른 매력을 전달했다. 바로 액티브 라이드의 재발견이다. 챔버 수를 줄이고 지능화된 벨브 시스템을 각 바퀴에 연결해 능동적인 노면 대응이 가능한 시스템인데 파나메라를 시작으로 최근 포르쉐가 두루 사용하고 있는 기술이다.
온로드에서는 상하좌우 쏠림에 대처하는 수준이 인상깊었다면 오프로드에서는 승차감이 압도적으로 좋아진다. 분명 눈 앞에는 날카로운 바위와 울퉁불퉁한 경사로, 깊은 웅덩이가 있는데 통과하는 순간 몸의 흔들림은 반으로 줄어든다. 적당히 꿀렁이다 말고 온전히 통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각 바퀴에 유압으로 작동하는 벨브 시스템은 개당 1톤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다. 총 4톤의 대응력이 각 바퀴에서 실시간 노면을 읽고 높낮이를 개별적으로 조절하는 것이다. 마치 연체동물처럼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험로를 통과한다.
이 외에 진입각과 이탈각, 경사면에서의 지탱 능력은 다분히 카이엔답다. 진득하게 언덕을 오르고 저속 크루즈 컨트롤을 이용해 안전하게 내려올 뿐이다. 어라운드 뷰 시스템과 오프로드 주행 그래픽을 통해 믿음을 심어주고 스파이더맨처럼 그립을 절대 놓지 않으며 오프로드 주행을 즐길 수 있다.
강한 전기에너지를 바탕으로 끌고 당기며 미는 힘이 상당하다. 실제로 카이엔 일렉트릭은 3.5톤의 견인력을 보장한다. 거대한 캠핑 트레일러나 요트도 무리 없이 끌고 다닐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도강능력 역시 문제없다. 강한 내구성으로 배터리의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깊은 물길도 쉽게 해쳐나간다.
눈 깜짝할 사이에 택시 드라이빙을 마치고 다시 마주한 카이엔 일렉트릭을 보며 한없이 박수만 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엄청난 출력과 토크도 대단하지만 이를 최적의 타이밍에 최상의 퍼포먼스 완성도로 보답하는 과정이 놀라웠다. 이상적인 주행 밸런스와 함께 모두가 공감할 만한 진정한 운전 재미를 포르쉐 새 전기 SUV에서 찾은 듯하다. 카이엔이 처음 등장했을 때 모두를 놀라게 한 것처럼 카이엔 일렉트릭 역시 포르쉐 위상을 한 단계 높여줄 차가 분명하다.
독일(라이프치히) =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