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식 없는 구조, 기능으로 남은 선과 면
-공기를 다루는 조형, 숨겨진 복잡성의 미학
-감속과 가속 사이, 기계와 인간의 교감
페라리 아말피는 단순 로마의 후속 차종을 넘어서는 차다. 페라리의 프런트 미드 V8 플랫폼을 다시 다듬어 단순한 디자인과 치열한 공기 역학 성능을 공존시켰다.
불필요한 조형을 덜어낸 단순한 외형은 기능의 결과다. 전통적인 라디에이터 그릴을 완전히 제거하고 차체의 전면을 단일 볼륨 형태로 정리했다. 전면 상단에는 차체 색상과 일체화된 플로팅 밴드가 자리하며 센서와 헤드램프를 매끄럽게 통합했다. 밴드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공기의 흐름을 엔진룸 쪽으로 분산시켜 냉각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차체 표면은 기하학적인 절개선과 유기적인 곡면이 교차하는 구조로 각 면이 만나는 지점마다 공기 흐름의 변화를 계산해 형상화됐다. 이 단순한 구조가 고속 주행 시 난류를 최소화하고 차체 전체를 ‘하나의 공기역학적 조형물’로 만든다.
측면 실루엣은 페라리 로마보다 더 낮고, 쐐기형의 비율이 명확하다. 차체 라인이 후면으로 이어지며 자연스럽게 리어 스크린과 통합되고 후면 상단에는 액티브 리어윙이 매끄럽게 숨어 있다. 리어윙은 속도, 종가속, 횡가속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동 제어된다. 이를 통해 시속 250㎞에서 최대 110㎏의 추가 다운포스를 발생시키며 시속 90㎞ 이하에서는 차체 안으로 완전히 수납돼 항력을 최소화한다.
윙의 세 가지 모드(LD, MD, HD)는 전자 제어 장비에 의해 실시간으로 전환된다. 직선 주행 시에는 로우 드래그, 고속 코너 진입 시에는 하이 다운포스로 전환되어 다운포스와 항력 간 최적의 균형을 유지한다.
차체 하부 역시 공력 효율을 최우선으로 설계됐다. 평면 언더커버는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며 전면부의 와류 발생기는 공기를 브레이크 냉각 덕트로 유도해 열을 분산시킨다. 하부 중앙 디퓨저는 주행 중 생성되는 후류를 제어하고 차체가 지면과 떨어지는 높이를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풍동 실험을 통해 얻어진 결과에 따르면 전체 항력계수는 이전 세대보다 약 4% 감소했고, 다운포스는 약 8% 증가했다.
아말피는 시각적으로 화려하지 않지만 모든 선과 면의 목적이 명확하다. 플라비오 만조니가 주도한 디자인 접근법은 ‘보이는 심플함과 숨겨진 복잡성’의 조화다. 정면에서 보았을 때의 단순한 덩어리감, 측면의 기하학적 응력선, 후면의 유동 제어 장치들이 모두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실내 디자인은 외관의 논리를 그대로 이어받는다. 듀얼 콕핏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계기판·송풍구·스티어링 하우징이 하나의 알루미늄 블록처럼 통합됐다. 대시보드 중앙에는 10.25인치 터치 디스플레이가, 운전석에는 15.6인치 디지털 클러스터가 배치된다. 조수석 전면의 8.8인치 디스플레이에는 엔진 회전수, 속도, G-포스 등이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스티어링 휠은 다시 물리 버튼을 채택했고 중앙의 알루미늄 스타트 버튼은 페라리의 상징으로 돌아왔다.
실내 구조는 기능 위주의 단순함으로 정리되어 있다. 기어 셀렉터는 전통적인 메탈 게이트 형태를 재현했고 불필요한 장식 요소는 배제했다. 손이 닿는 모든 부분은 물리적 피드백을 고려해 설계되었으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애플 카플레이·안드로이드 오토·무선 충전을 모두 기본으로 통합했다. 컴포트 시트는 세 가지 사이즈로 제공되며 통풍과 마사지 기능을 포함한다.
기술적 핵심은 ‘정확한 제어’다. 3.8ℓ 트윈 터보 V8 엔진은 F154 계열의 최신 진화형으로 최고출력 640마력, 최대토크 76.0㎏·m를 발휘한다. 최대 17만1,000rpm까지 회전할 수 있는 터보차저는 각 실린더 뱅크에 압력 센서를 배치해 부스트를 실시간으로 조정한다. 저점도 오일 사용으로 마찰 저항을 30% 줄였고 새로 설계된 캠샤프트는 1.3㎏ 가벼워졌다.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제어 로직이 개선되어 변속 응답이 짧아졌고, 저속에서도 클러치 개입이 부드럽게 이루어진다.
엔진은 고회전 영역까지 일정한 토크를 유지하는 특성이 강하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3.3초, 200㎞까지 9초, 최고속도는 320㎞/h에 이른다. 출력 대비 건조중량비는 2.29㎏/마력으로, 현존하는 프런트 미드 2+ 쿠페 중 가장 효율적이다.
전자식 브레이크 바이 와이어 시스템도 특별하다. 6D 센서로부터 전달받은 데이터를 통해 각 휠의 슬립율을 계산하고 ABS 에보 시스템이 제동력을 분배한다. 이를 통해 노면 환경과 관계 없이 일관된 감속 성능을 발휘한다. 시속 100㎞ 제동거리는 30.8m, 200㎞에서는 119.5m이며 사이드 슬립 컨트롤(SSC) 6.1은 조향각, 토크 배분, 횡가속 데이터를 통합해 주행 상황에 따라 즉각적으로 개입한다.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은 그립 예측 알고리즘을 개선해 낮은 마찰 계수의 노면에서도 접지력을 빠르게 추정한다. 서스펜션은 SCM-E Frs(전자식 가변 댐퍼) 시스템을 통해 주행 중 댐핑 압력을 실시간으로 보정하며 브리지스톤 포텐자 스포츠 또는 피렐리 피제로 타이어와 결합된다. 차체 무게 배분은 50:50, 건조중량은 1,470㎏이다.
여러 기술을 통해 아말피는 극단적인 속도보다 조작과 반응의 균형에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결과물은 ‘통제 가능한 즐거움’으로 나타난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