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도로 위의 점보제트기,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입력 2025년12월04일 09시45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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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상적 스케일’이 전하는 첫인상
 -4톤을 밀어내는 힘, 이동 방식을 다시 쓰다
 -유일성과 압도감, 슈퍼크루즈로 '정점'

 

 세상엔 이유 없이 압도적인 존재들이 있다. 살짝 움직이기만 해도 주변 공기까지 달라지는것들. 보잉 747이 처음 하늘을 날던 순간처럼 처음부터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없던 것들. 에스컬레이드도 그런 범주에 있었다. 그리고 전기로 움직이는 에스컬레이드는 또 한번 그 알 수 없는 순간을 재현했다. 전장 5.7m, 공차중량 4톤, 실루엣만으로도 한 도시의 윤곽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은 스케일. 그런데 이런 크기의 물체가 이렇게 우아하고 교묘하게 움직여도 되는지 계속 되묻게 된다. 

 


 

 ▲디자인&상품성

 전면은 한눈에 봐도 ‘비정상적으로 거대한 물체가 다가온다’는 존재감으로 시작된다. 블랙 크리스탈 실드는 마치 대형 항공기의 동체 앞부분처럼 매끈하게 기수를 세우고, 수직형 LED는 활주로 주변을 밝히는 접근등처럼 선명하다. 일루미네이티드 캐딜락 크레스트는 야간 공항에서 비행기의 콕핏 윈도우가 은은히 빛나는 모습과 닮아 있다. 비유의 방향이 모두 ‘비행체의 전면부’로 연결되기 때문에 이 차가 가진 압도적인 첫인상이 하나의 이미지로 통일된다.

 

 그리고 이 기골이 장대한 전면부 아래에는 무려 345ℓ 용량의 e-트렁크가 자리한다. 엄청난 덩치를 가진 차가 실용성까지 챙기는 모습은,대형 항공기가 사람과 화물, 기술을 모두 담아내던 그 모습과 닮아 있다. 

 



 

 측면은 그야말로 ‘스케일링의 미학’이다. 5,715㎜의 길이, 3,460㎜의 휠베이스, 아치 끝까지 밀어 넣은 24인치 휠까지. 이 조합은 흔한 대형 SUV의 실루엣을 넘어선다. 거대한 비례 속에서도 루프라인은 슬로핑 형태로 흐르며 덩치를 우아하게 다듬는다. 마치 747의 곡선형 윙팁처럼 실루엣의 아름다움이 크기에 종속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요소다.

 

 후면부의 블레이드형 테일램프는 비행기의 수직미익을 연상케 한다. 거대한 체적의 끝을 정교하게 마감하며 IQ만의 강렬한 수직적 라인을 완성한다. 움직일 때마다 도시의 야경 속 또 하나의 랜드마크처럼 보인다.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도어를 지나 들어가면 에스컬레이드가 왜 늘 ‘타협 없는 세계’의 대명사였는지를 다시 알려준다.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55인치 커브드 디스플레이, 광활한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 그리고 플로팅 콘솔이 만들어내는 공간감은 단순한 차를 넘어 하나의 라운지처럼 구성된다.

 

 여기에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38개의 AKG 스피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정교한 실내 사운드 시스템이 더해지면 실내는 747의 프리미엄 캐빈처럼 외부와 완벽히 단절된 조용한 세계가 된다. 전기차이기 이전에 우리가 에스컬레이드에서 누렸던 기능들 대부분이 거의 그대로 있다.

 

 ▲성능
 에스컬레이드 IQ는 205㎾h 용량의 얼티엄 배터리를 탑재하고 듀얼 모터 AWD 시스템을 사용한다. 이를 통해 최고출력 750마력, 최대토크 108.5㎏·m를 발휘하며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복합 기준 739㎞다. 

 


 

 가속페달을 살짝 밟는 순간부터 이 차의 본성이 드러난다. 4톤이 넘는 질량이 앞으로 이동하는 방식이 전기차 특유의 ‘튀는 가속’이 아니라 거대한 압력으로 밀어붙이는 듯한 장엄함이다. 마치 747이 활주로에서 속도를 올릴 때 느껴지는, 몸 전체가 아주 천천히 뒤로 눌리는 그 감각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출력 수치가 750마력이라는 사실보다 더 강렬한 건 그 힘이 얼마나 부드럽고 선형적으로 전달되는지다. 스티어링 휠 아래 'V' 버튼을 누르면 활성화 할 수 있는 벨로시티 모드를 켜면 비로소 이 거인의 진짜 얼굴이 드러난다. 가속의 깊이는 끝이 보이지 않고, 차체는 무게 중심을 낮춘 채 터널 속 공기를 한 덩어리로 밀어내듯 나아간다. 

 

 주행 질감은 물리적 충격을 거의 남기지 않는다.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이 노면을 초당 수백 번 읽어내며 감쇠력을 조정하고, 에어 서스펜션은 차체를 적절히 띄우거나 낮추며 흔들림을 정교하게 지운다. 도로와 맞닿아 있음에도 미세하게 떠 있는 듯한 착시가 생기고, 실제로 속도를 높여도 차체는 거의 흔들리지 않는다. 

 


 

 조향은 차의 크기를 잊게 만든다. 사륜 조향으로 뒷바퀴가 최대 10도까지 움직이기 때문에 좁은 공간에서도 회전 반경은 중형 SUV 수준으로 줄어든다. 주차장에서 첫 회전을 할 때, 자몰고 있는 차가 5.7m라는 사실이 잠시 사라진다. 고속에서는 앞바퀴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며 차선을 옮길 때 차체가 수평으로 미끄러지듯 안정적으로 이동한다. 중량이 큰 SUV들이 보여주는 흔한 요동이나 바디 롤 대신, 에스컬레이드 IQ는 묵직한 덩치 그대로 ‘평형을 유지한 채’ 움직인다.

 

 고속도로에 들어서면 슈퍼크루즈가 이 차의 존재감을 완성한다. 손을 스티어링에서 떼도 차는 스스로 차선을 유지하고 가감속을 조절하며, 주변 흐름을 읽어 자동으로 차선까지 변경한다. 이는 편의 기능의 영역을 넘어, ‘조종’이라는 행위가 한 단계 더 높은 층위로 이동했다는 느낌을 준다. 

 

 주행 중에도 실내는 고요하고 안정적이며 차는 자신이 가야 할 항로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듯 움직인다. 747의 오토파일럿처럼, 인간의 개입보다 시스템의 완성도가 더 높은 순간이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추월이나 차선 변경은 어지간한 운전자보다도 잘 한다고 느껴질 정도다.

 


 

 어라이벌 모드도 재밌다. 뒷바퀴 조향을 활용해 차체 전체가 대각선으로 이동한다는 것 자체가 처음엔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 좁은 골목이나 주차장에서 이 기능을 사용하면 거대한 차가 마치 플랫폼처럼 옆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전기차 기술이 단순히 효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동 방식의 재정의’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다.

 

 ▲총평
 에스컬레이드 IQ는 ‘전기 SUV의 플래그십’이라는 범주에 자신을 가두지 않는다. 차체 크기, 출력, 기술, 정숙성, 그리고 주행의 우아함 중 어느 하나만으로 평가할 수도 없다. 전기차 시대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유일성과 압도감의 상징. 다른 어떤 차와도 비교할 필요가 없는, 혹은 비교가 불가능한 차. 생각해보면 에스컬레이드는 언제나 그렇듯 대체 불가능했다. 747이 그랬던 것 처럼 말이다.

 

 에스컬레이드 IQ의 가격은 2억7,757만원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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