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의 고도화보다 중요한 것은 감정의 소통
“AI의 대중화가 시작됐다.” CES2026에서 만난 모빌리티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동에서 AI의 역할이다. 절묘한 타이밍을 찾아 이동 시간을 단축시키고(Seamless), 이동 중에 건강(Health) 상태를 파악해 주는 것을 넘어 아예 인간이 운전하지 않는 자율주행 시대를 앞다퉈 자신한다. 물론 CES 자체가 미래 기술 전시회라는 점에서 이들이 외치는 미래는 기술의 완벽성이 더해지며 새롭게 달라질 것으로 여긴다. 곳곳에 새겨진 ‘미래를 만든다(Shaping the Future)’라는 문구는 다가올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고 상상을 현실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여과 없이 드러낸다.
<인간과 탁구하는 샤르파의 탁구로봇>
그런데 수많은 기술의 틈 속에서 본질적으로 ‘인간(Human)’의 역할은 무엇일까를 주제로 삼는 곳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현대자동차와 LG전자 등이 뽐낸 로봇도 한 마디로 ‘일하지 않는 인간(Labor Zero)’ 시대를 의미할 뿐이다. 그리고 본질적인 이 질문에는 그저 평범한 답변만 내놓을 뿐이다. “인간은 또 다른 가치의 일이 맡겨질 것이라고….” 하지만 기계가 인간의 단순 반복적인 일을 대신한 산업혁명과 지금의 AI 도전은 차원이 전혀 다르다. 인간이 가진 지능을 기계에 넣어 ‘생각하고 판단하는 인간 대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팔과 다리를 대신했던 시대를 넘어 지능의 영역으로 로봇을 진출시키려 한다.
지능까지 확보한 로봇은 자유로운 형태로 진화한다. 가사를 돕기도 하고 운전도 대신한다. 복잡한 공장의 작업 과정도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해 완벽하게 처리한다. 이때 던져지는 화두는 일하지 않는 인간과 이동이 관계성이다. 일하지 않는 인간 시대가 도래하면 그간 인류가 필요로 했던 생존 이동이 반드시 필요할까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유희의 이동은 여전히 잔존한다. 하지만 설레임으로 표현되는 유희의 이동 또한 AI가 AR과 결합해 자연광보다 선명한 초대형, 초슬림 LED TV로 보여주고 입체 음향으로 만족감을 준다면 어떻게 될까.
그럼 또다시 질문이 떠오른다. “일하지 않는 인간은 이동을 최소화하기 마련인데 이동 수단을 제조하는 기업은 무엇을 만들어 지속 생존을 할까?” 여기서 일부 기업은 새로운 제조물로서 제조물을 만드는 로봇을 선택한다. 로봇이 자동차를 만들고 로봇이 로봇을 만든다. 쉬지 않고 7일 내내 하루 24시간 가동된다. 그럴수록 인간의 역할은 더욱 줄어든다. 로봇이 해외 바이어와 상담하고 상대방의 감정을 읽어가며 필요한 대화도 대신한다. 그럴수록 인간은 굳이 어디론가 가지 않아도 되고 누군가를 만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CES2026에 경쟁적으로 참가한 테크 기업들은 인간의 노동을 없애줄테니 자신들의 기술 사용에 돈을 지불하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노동이 사라져 생존에 필요한 자본 획득은 더욱 어려워진다. 오히려 자본 소유의 양극화가 더 심해질 뿐이다.
<위 : 구독형 로보택시에 뛰어든 플라이드(Pliyt)의 자율주행 모빌리티 컨셉트>
<아래 : LG전자 가사용 로봇 '클로이드'>
따라서 일부 미래학자는 로봇이 물리적 운전을 지배하는 미래 이동 사회는 이동 수단의 역할이 매우 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어디론가 떠나기 위한 목적 이동이 아니라 자율주행 이동 수단과 그저 감정적 소통을 하기 위한 감성 이동으로 바뀐다는 의미다. 이동 과정의 완벽한 구현은 전제되면 이동하는 로봇(자율주행 모빌리티)과 탑승자인 인간이 얼마나 감정적인 교류를 하느냐가 이동 사업의 경쟁력이고 제조물로서 이동 수단의 제품력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고민은 남는다. 인간을 AI가 잘 이해하려면 상대방에 대한 더 많은 정보 교류가 전제돼야 한다. 한 마디로 프라이버시 자체를 공유해야 보다 친밀감이 형성되는데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어서 절대 보안이 중요하다. CES2026에 등장한 소프트웨어 보안기업에 시선이 몰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 로봇과 AI가 테마로 떠오른 CES2026은 모빌리티와 전자 영역도 허물었다. 가정용 전자제품을 만드는 기업도 움직이는 로봇을 만들고 자동차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그간 모빌리티와 가전 기업 영역은 제조물의 이동 여부와 이동 공간으로 구분됐지만 이제 그 의미가 희미해졌다. 모두가 서로의 영역을 힐끗대면서도 속내를 표출하지 않을 뿐이다. 사람들은 자동차회사가 고도화된 로봇을 만들었다고, IT 기업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만들었다고 열광한다.
하지만 CES2026에 드러난 미래의 모습이 어김없이 실현된다면 과연 미래에 인간의 이동은 어떻게 정의될까는 신경 쓰지 않는다. 오로지 진화론적 관점에서만 미래를 바라볼 뿐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이동 산업의 본질이 자꾸 떠오른다. 인류는 앞으로도 이동이 꼭 필요할까? CES2026이 생각하게 만든 고민이다.
<위 : 보스턴 다이나믹스 휴머노이드 보롯 '아틀라스'>
<아래 : 소유형 자율주행차 '텐서'>
라스베이거스 =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