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오랜 시간 사운드에 진심이었던 렉서스

입력 2026년02월23일 07시30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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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숫자로 가늠할 수 없는 성능의 가늠자 역할
 -렉서스 LFA에 숨은 사운드의 비밀은...

 

 출력 수치, 토크 곡선, 가속 시간, 뉘르부르크링 랩타임까지. 자동차의 성능은 여러가지 '숫자'로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차를 직접 운전하는 이들에게 가장 먼저 전달되는 정보는 숫자가 아닌 '소리'다. 그게 신차를 개발하는 테스트 드라이버이건, 트랙에서 경쟁하는 레이싱 드라이버이건, 도로를 달리는 운전자이건 말이다. 소리는 차의 상태를 판단하고, 조작하며, 때로는 경쟁자의 상황까지 읽어내는 역할을 한다. 

 

 특히 레이스에서 드라이버는 시야와 촉각만으로 차를 조작하지 않는다. 청각 역시 핵심적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많은 드라이버들이 엔진음을 통해 적절한 변속 시점을 판단한다. 엔진 회전 수가 상승하면서 나타나는 특정 주파수를 이해하고 계기판을 보지 않아도 적절한 순간에 기어 레버를 조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단순한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성능과 직결된 요소다. 레이스 상황에서 계기판을 확인하는 순간조차 랩타임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청각은 시각보다 빠르고, 촉각보다 명확하게 기계의 상태를 전달한다.

 


 

 엔진음은 자신의 차 상태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다. 경쟁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배기음의 변화만으로도 엔진 회전 상태나 출력 저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특히 내구 레이스에서는 트러블이 빈번하기 때문에 상대 차의 배기음을 통해 이상 여부를 감지하는 것은 전략 수립에도 영향을 미친다. 모터스포츠에서 청각은 단순한 감각이 아니라 정보 수집 도구라는 점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자동차는 ECU와 각종 센서로 정밀하게 제어된다. 이 때문에 과거 기화기 방식 엔진에 비해 소리만으로 상태를 판단하기는 어려워졌다. 그러나 소리의 중요성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특히 흡기음과 배기음은 엔진의 특성을 직접적으로 반영한다. 싱글 스로틀만의 음색, 터보 엔진의 독특한 음향은 단순한 감성적 요소가 아니라 기계의 작동 상태를 반영하는 물리적 현상이다.

 

 엔진 개발자들 역시 이 점을 인식하고 있다. 성능 향상 과정에서 소리가 나빠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연소 속도, 진동, 공기 흐름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것은 출력뿐 아니라 음질에도 영향을 준다. 좋은 소리를 만드는 과정은 곧 엔진의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과도 맞닿아 있다.

 


 

 자동차는 인간이 조작하는 기계다. 그리고 인간이 기계와 교감하는 방식은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감각이다. 실제로도 토요타와 렉서스, 다이하츠의 마스터 드라이버로 활동하고 있는 토요다 아키오 회장은 "드라이버가 타기 쉬운 차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조향 감각이나 서스펜션 세팅을 넘어 청각적 피드백까지 강조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각각의 자동차들은 고유한 음색과 특성을 갖고 있다. 드라이버는 소리를 통해 엔진의 회전 상태, 출력 특성, 심지어 개별 실린더의 작동 상태까지 감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어쩌면 우리가 각기 다른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상대를 구별하는 것과 같은 원리일지도 모르겠다. 

 

 대표적인 사례가 렉서스 LFA다. 이른바 ‘천사의 포효’로 불리는 자연흡기 V10 엔진이 9,000rpm에 육박하는 고회전 영역까지 상승하는 과정에서의 음색은 저음에서 시작해 점차 맑고 높은 금속성 음으로 변한다. 단순한 감성적 연출이 아니라 엔진 회전 상승을 운전자에게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정보’이기도 하다. 운전자는 소리의 높이와 밀도를 통해 현재 회전 영역을 파악하고 최적의 변속 시점을 판단할 수 있다.

 

 사운드는 의도적으로 설계된 결과물이기도 하다. 렉서스는 LFA 개발 과정에서 단순히 배기 시스템만 조율한 것이 아니라 흡기 구조와 공명 특성까지 정밀하게 조정했다. 특히 디지털 계기판을 채택한 이유 역시 기계식 타코미터가 엔진 회전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인데 이는 엔진이 얼마나 빠르게 회전하고 그에 따라 사운드가 얼마나 즉각적으로 변화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LFA의 엔진음은 단순한 배경음이 아니라 엔진의 상태와 성능을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청각적 인터페이스로 기능한다.

 


 

 이 때문에 LFA의 사운드는 단순히 ‘좋은 소리’를 넘어 자동차의 완성도를 상징하는 요소로 평가받는다. 운전자는 귀로 엔진의 회전을 느끼고 그에 맞춰 차를 조작한다. 소리가 곧 기계와 인간을 연결하는 언어로 작용하는 셈이다. 이는 왜 자동차 개발 과정에서 지금까지도 사운드 튜닝이 중요한 영역으로 남아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자동차의 소리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사운드의 중요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전기차 역시 모터의 회전음, 감속기의 작동음, 공기 흐름 등 다양한 음향 특성을 가진다. 이는 여전히 운전자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자동차의 소리는 단순한 감성 요소가 아니다. 그것은 기계의 상태를 전달하는 가장 직관적인 언어이자, 인간과 자동차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다. 데이터가 모든 것을 설명하는 시대에도 드라이버는 여전히 귀로 차를 이해해야 한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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