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내연기관 유지하려는 미국, 중단하려는 중국

입력 2026년07월20일 08시55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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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 지날수록 내연기관이 불리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대형 상용차의 배출가스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환경을 보호해야 할 곳이 오히려 배출가스 기준을 낮춰 대형 상용차 유지 비용을 줄여주겠다는 셈이다. 배출가스 저감장치 부품 보증 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줄여 부품 값을 낮추고 배출 관련 센서 불량 때 엔진 출력을 제한, 시속 5마일까지 강제로 낮추는 기능은 시각 및 청각 경고로 대체토록 했다. 이 경우 운전자들은 비용이 수반되는 센서 점검을 미루기 마련이다. 물론 배출 기준은 유지했지만 이용 과정에서 운전자의 배출가스 관리 의무 행위를 줄이는 방식으로 환경단체들의 비판을 피해가는 모습이다. 

 


 

 흥미로운 점은 비슷한 시기 중국 내 하이난성의 조치다. 하이난성은 오는 2030년부터 아예 내연기관차 판매를 전면 금지키로 결정했다. 상업용은 물론이고 민간 부문의 신차 교체 때도 아예 EV만 살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EV 비중을 중국 정부 목표인 30%보다 많은 45%까지 확대할 태세다. 어차피 전동화로 간다면 관광지의 대기질 개선을 명분으로 최대한 빨리 전환하는 데 방점을 찍은 형국이다.  

 

 하지만 시선을 더욱 끌어당긴 지역은 미국 내 캘리포니아 주정부다. 마치 트럼프 정부의 내연기관 배출규제 완화를 거부하듯 올 여름부터 생애 첫 EV 구매자에게 즉시 3,500달러의 보조금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소비자 권장가격 5만 달러 이하 BEV가 대상이며 중고 전기차도 2만5,000달러 이하에 구매하면 1,750달러의 보조금을 제공한다. 캘리포니아 주에 거주하며 중량 3.8t 이하 승용 및 승합차 구매자가 대상이다. 

 

 나아가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자동차회사에 1:1 매칭 지원을 요청해 대당 구매 보조금을 7,000달러로 상향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트럼프 정부가 배제한 보조금 7,500달러를 거의 원상 복구하는 수준이다. 올해 2분기 미국 내 EV 판매가 24만7,000대로 전년 대비 20.5% 줄었다는 점에서 EV 확대에 적극적인 여러 자동차기업이 보조금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엇갈린 EV 전략은 유럽도 예외가 아니다. 유럽연합(EU)는 당초 2035년 내연기관 신차 판매 전면 금지(탄소 배출 100% 감축) 방침을 추진했지만 일부 국가의 반대에 부딪쳐 계획을 공식 철회하고 90% 감축으로 목표를 완화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인프라 부족, 그리고 독일과 이탈리아 등 전통 완성차 업계의 반발에 밀린 결정이다. 

 

 이로 인해 유럽 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H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의 수명이 연장됐고 이퓨얼(합성연료)이나 수소엔진 같은 대체연료 기술이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는 중이다. 미국의 '내연기관 유지 및 속도 조절' 기조와 일종의 맥을 같이 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현재 EV 시장은 ‘미국 vs 중국’의 경쟁 구도를 넘어 기업 간, 그리고 지역 간 전략적 선택에 따라 방향이 달라지는 중이다. 같은 나라에서도 자치단체별로, 글로벌에선 국가와 기업별로 제각각 속도 조절에 배팅하는 형국이다. 빠르게 가려는 곳과 천천히 가려는 곳만 있을 뿐 가지 않겠다는 곳은 이제 없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전환 속도의 완급 조절이 미래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 부문 또한 제조사마다 지역마다 차이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먼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중국 주도의 친환경 전동화 진영(글로벌 남반구, 아시아 일부 등)과 미국 및 유럽 주도의 다각화 진영(하이브리드·내연기관·내수 전기차)으로 완전히 쪼개질 수밖에 없다. 중국은 하이난성의 사례처럼 내수를 발판 삼아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과 배터리 공급망을 고도화해 신흥국 시장을 장악할 전망이다. 반면 미국은 미국은 강력한 관세 장벽으로 미국 내 완성차 업체들의 생존을 보장하는 폐쇄적 생태계를 유지할 태세다. 

 


 

 그러나 이 결과가 미래에 가져올 후폭풍은 만만치 않다.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배출 규제 완화와 정부의 보호 속에 당장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전기차 핵심 기술의 낙후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반면 중국 기업들은 정부 주도의 가속 페달 덕분에 기술 혁신 속도는 빠르겠지만 급격한 전동화로 '공급 과잉'과 내수 포화 압박을 견뎌내야 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북미를 제외한 유럽, 동남아, 남미 시장의 공격적인 진출을 감행하며 글로벌 표준을 중국식으로 이끌려 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궁극적으로 시간은 EV 편에 설 가능성이 높다. 재생에너지 전환과 탄소 감축이라는 거대한 인류적 흐름 자체를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과 유럽이 내연기관 수명을 늘리며 시간을 버는 동안 배터리 핵심 광물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독자적인 친환경 기술(수소, 합성연료 등)을 안착시킨다면 균형을 맞출 수는 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이 시간을 버는 동안 체질 개선에 실패한다면 훗날 관세 장벽이 무너지는 순간 미국 자동차 산업은 중국에 완전히 종속되는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다. 이 미래 시나리오 앞에서 한국차는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까? 선택은 기업의 몫이지만 둘 모두를 추진해야 한다는 해답은 쉽게 보인다. 그리고 둘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해선 파업 등의 갈등보다 미래를 위한 전략적 합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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