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상황에서 최적의 퍼포먼스 발휘
-강한 엔진과 합리적으로 움직이는 반응
하나만 잘하는 시대는 끝났다. 다양한 매력을 품고 자신의 가치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다재 다능한 능력이 필요하다. 이게 요즘 시대에 살아남는 방법이다. 이는 자동차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단순히 크기만 크다고 또는 성능만 강하다고 사람들이 선택하지 않는다. 그 안에서 고급스러움도 찾아야 하고 섬세함도 전달해 줘야 하며 심지어 세그먼트 본분까지 살려야 한다. 이 모든 걸 갖춘 차가 등장했다. 바로 랜드로버 플래그십 제품인 레인지로버 스포츠, 그 중에서도 하드코어 버전의 SV다. 이 차는 만능 엔터테이너의 역할을 자처하며 필요한 순간마다 자신을 증명해 내고 슈퍼스타가 된다.
▲디자인&상품성
겉모습은 여느 레인지로버 스포츠와 크게 다르지 않다. 랜드로버의 방향이기도 한데 최대한 깔끔하게 마무리했고 특급 모델이라고 과시하지 않는다. 정제된 캐릭터 라인과 면 품질은 단연 브랜드의 위상을 알게 하고 헤드램프와 그릴 등 세부 파츠들도 자연스럽게 이어져 매끈함을 배가 시킨다.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패턴 그리고 직선으로만 차를 꾸몄다.
화려한 곡선을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존재감이 상당하다.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일반 레인지로버와 다르게 가로 형태의 테일램프로 차별화를 뒀다. 자칫 심심해 보일 수 있지만 SV 특유의 쿼드 베기 시스템을 통해 이 마저도 날려 버린다. 오히려 균형감이 좋고 큼직한 트렁크 라인이 부각되며 대형 SUV 특유의 건재함을 드러낸다.
빠르게 달리기 위한 조건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휠타이어 조합이다. 블랙 콘트라스트 루프와 23인치 듀오톤 새틴/글로스 블랙 휠은 역동적인 실루엣을 완성하고 합을 맞추는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올 시즌 타이어도 사이즈가 상당하다. 속을 채우고 있는 브레이크 디스크와 캘리퍼는 어떠한 속도에서도 차를 완벽히 잡아 세울 듯하다.
두툼한 도어를 열고 들어간 실내는 단번에 우와 소리가 나온다. 고성능 요소들로 가득한 자극적인 감각에서 나오는 감탄사가 아니다. 매우 럭셔리하고 기품 있게 꾸며 놓은 모습에서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이 차의 정체성은 차명 그대로 레인지로버 라는 거를 증명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시각적으로 보는 만족, 각각의 소재를 누르고 만졌을 때의 촉감, 수 십여 개의 메르디안 사운드가 주는 청각 등 오감을 만족시키며 자부심을 높인다. 불필요한 물리 버튼을 최대한 지웠고 모든 기능은 화면 안에서 조작 가능하다. 웬만한 기능은 두 번 이상의 터치가 없다. 그만큼 사용 편의성 측면에서도 우수한 게 랜드로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피비 프로라고 불리는데 이제는 제법 안정을 찾은 모습이다.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밖으로 빼 놓은 것도 마음에 들고 큼직한 타일 형식으로 잘못 누를 일도 없다. 다만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살짝 아쉽다. 반응이 조금 느리고 연동성도 뛰어난 편은 아니다.
SV임을 증명하는 건 시트다. 두께가 상당히 얇고 가죽과 패브릭을 적절히 섞어 모던함의 끝을 보여준다. 물론 몸을 지지하는 기능적인 면도 전혀 아쉬울 게 없다. 그리고 이렇게 멋있는 시트는 2열에서도 동일하게 경험할 수 있다.
이번에는 세그먼트 본질을 확인할 시간, 바로 공간이다. 앞쪽에 위치한 깊은 휴대폰 무선 충전 패드를 비롯해 컵홀더 크기도 좋고 심지어 미닫이 형식으로 아래쪽에는 더 깊은 수납 공간이 나온다. 콘솔 박스에는 매우 시원한 냉장고가 위치하며 레인지로버를 상징하는 위아래 글러브 박스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2열은 최대한 평범하게 마무리했다. 고급감을 극대화시킨 레인지로버 계열과는 사뭇 다르다. 성능에 집중한 차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게 없다. 그리고 기본적인 편의 품목은 여전히 차고 넘친다. 전용 송풍구와 공조 장치, 열선 및 통풍도 개별적으로 지원하며 우리가 원하는 기능은 다 들어 있다.
대형 SUV이기 때문에 공간에 대한 아쉬움은 그 어느 누구도 입에서 나오지 않을 듯하다. 네모 반듯한 트렁크도 마찬가지이며 쓰기 편하다. 별도의 버튼을 이용해 뒤쪽 서스펜션을 낮출 수도 있어서 짐을 넣고 빼기에도 한결 쉽다.
▲성능
레인지로버 스포츠 SV는 최고출력 635마력, 최대토크 76.5㎏∙m를 발휘하는 4.4ℓ 트윈 터보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V8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단 3.9초 만에 도달하며 차 크기와 무게를 넘는 성능을 선보인다. 시작부터 강한 소리를 토해내며 차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후 가속 페달을 밟으면 스로틀 양에 맞춰서 매우 민첩하게 반응한다.
초기발진 가속도 좋지만 중속에서 고속으로 넘어가는 순간에서 훨씬 더 큰 만족을 안겨준다. 속도의 한계점을 찾기 힘들 정도로 엔진은 언제나 풍부한 힘을 가지고 차를 밀어붙인다. 아직도 여유 있으니 밟으라고 재촉하는 것만 같다. 이처럼 차의 크기와 무게를 잊을 정도로 경쾌하고 폭발적으로 치고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SV 모드에서는 이 모든 상황이 두 배로 증폭되며 무지막지한 악동으로 변모한다. 눈앞에 놓인 시야만 높을 뿐 마치 잘 세팅된 머슬카를 타는 것처럼 와일드하다. 특히, 순식간에 치고 나가는 최대토크의 영역을 한 번 경험하면 쉽게 헤어 나오기 힘들다. 변속 세팅이 고성능 라이벌 SUV들과 비교하면 엄청 빠른 편은 아니지만 한 번 탄력을 받기 시작하면 무시무시한 펀치력을 제공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대로 기대 이상의 포인트가 있다. 바로 차의 움직임입니다. 생각보다 탄탄하고 흐트러짐 없이 방향을 바꾼다. 굽이치는 연속 코너를 만나도 차는 당황하지 않고 절도 있게 반응한다. 식스티 다이내믹스 서스펜션의 힘이 큰 역할을 차지한다
능동형 서스펜션 시스템인 6D 다이내믹스는 물건이다. 거친 지형에서도 단단하고 안정적인 주행 질감을 유지한다. 극한의 코너링과 제동 상황에서도 차체를 최대한 수평에 가깝게 유지하며 접지력을 높여 다이내믹한 주행 성능과 탁월한 승차감을 동시에 구현한다.
심지어 다른 랜드로버 라인업에 들어 있는 것과 확실히 다르다. 훨씬 더 빠른 반응을 제공하고 레인지로버 스포츠 SV와 가장 좋은 궁합을 보여준다. 여기에 올 휠 스티어링이 기본 적용돼 민첩하고 정교한 핸들링이 가능하다. 11m미만의 최소 회전 반경으로 협소한 공간에서도 뛰어난 기동성을 구현한다.
물론 스티어링 휠이 다소 큰 편이지만 섀시컨트롤이 워낙 좋기 때문에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요소가 어우러져 전체적인 주행 만족도를 높인다. 레인지 로버의 명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성능에 대한 완성도까지 끌어올린 결과 상당히 강력한 선택지가 분명하다.
▲총평
레인지로버 스포츠 SV는 상황에 따라 성격을 자유롭게 바꾼다. 평소에는 최고급 SUV답게 조용하고 품격 있는 이동 수단이 되지만 운전자가 원할 때는 거대한 차체를 잊게 만드는 폭발적인 퍼포먼스로 운전의 즐거움을 전달한다. 럭셔리와 실용성, 그리고 압도적인 성능까지 어느 하나 포기하지 않은 결과물이다. 그래서 이 차는 단순한 고성능 SUV가 아니라 오늘날 소비자들이 가장 원하는 다재다능한 플래그십 SUV라고 부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