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과 성능, 편의 기능까지 모두 챙긴 SUV
-정교한 실력으로 높은 만족 주는 주행보조시스템
가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차를 한 대 꼽으라면 미니 컨트리맨 JCW를 이야기하고 싶다. 그래서 굳이 이 계절에 맞춰 시승차를 빌렸다. 더욱이 이번에 만난 차는 미니 순정 루프바와 루프박스까지 얹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짐을 싣고 어디론가 떠나야 할 것 같은 모습이다.
하늘은 높고 공기는 선선하다. 창문을 살짝 열고 달리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굽이진 길을 찾아가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짐을 가득 싣고 교외로 떠나기에도 좋다. 그런 가을의 여러 순간을 생각하면 컨트리맨 JCW만큼 잘 어울리는 차도 흔치 않다. 그렇다면 이 차는 왜 가을과 잘 어울릴까. 직접 운전대를 잡고 하나씩 이유를 찾아봤다.
첫 번째 이유는 역시 JCW의 맏형다운 주행 실력이다. 보닛 아래에는 2.0ℓ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이 들어간다. 최고출력 317마력, 최대토크 40.8㎏·m를 발휘한다. 숫자만 놓고 보면 요즘 고성능차 사이에서 아주 자극적인 수준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약 1.7t의 컨트리맨을 이끌기에는 차고 넘친다.
무엇보다 숫자 이상의 재미가 있다.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부터 반응이 빠르다. 무거운 펀치를 한 번에 꽂는 고출력 SUV와는 느낌이 다르다. 순간적으로 잽을 연달아 날리듯 짧고 빠르게 속도를 붙인다. 그래서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운전자는 끊임없이 가속페달을 밟고 싶어진다.
7단 더블클러치 변속기도 이러한 성격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단수를 오르내리는 과정이 빠르고 초기 가속에서는 엔진의 힘을 놓치지 않고 즉각적으로 다음 단을 물어준다. 운전자가 원하는 순간을 정확히 알아채고 한발 먼저 움직이는 듯하다. 작은 차를 신나게 몰아붙이는 미니 특유의 감각이 가장 큰 컨트리맨에서도 살아있다.
JCW 모드로 바꾸면 분위기는 한층 뜨거워진다. 다른 미니에서 사용하는 고-카트 모드가 아닌 자신의 이름을 내건 이유부터 의미심장하다. 스티어링 휠은 묵직해지고 차체 움직임은 더욱 단단해진다. 가속페달 반응 역시 눈에 띄게 빨라진다.
여기에 인공적으로 보강한 사운드와 실제 엔진음이 뒤섞이면서 운전자를 자극한다. 스로틀을 조금만 깊게 열어도 차는 기다렸다는 듯 앞으로 튀어나간다. 무지막지한 출력으로 운전자를 짓누르는 방식이 아니다. 경쾌하게 몸을 날리고 끊임없이 다음 움직임을 요구한다. 정신없이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도로 위 무리의 가장 앞에서 달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코너에서는 미니의 장기가 더욱 또렷하다. 차선을 바꾸거나 짧은 코너를 연속으로 돌아나갈 때 SUV라는 사실을 잊을 만큼 앞머리가 민첩하게 움직인다. 고속 코너에서도 마찬가지다. 차체를 단단히 움켜쥔 채 원하는 궤적을 충실히 따라간다.
올 4 사륜구동 시스템이 힘을 보태지만 기본적인 고속 안정성과 섀시 완성도가 상당하다. 빠른 속도에서도 운전자를 불안하게 만들지 않고 오히려 조금 더 달려보라고 부추긴다. 그래서 컨트리맨 JCW는 이 계절 최고의 드라이빙 파트너가 된다. 창문을 조금 내려 선선한 가을 공기를 들이고 주변 풍경이 빠르게 바뀌는 모습을 바라보며 굽이진 길을 달리는 순간, 자동차를 운전하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나들이가 된다.
두 번째 이유는 활용성이다. 가을에는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길어진다. 단풍을 찾아 떠나기도 하고 캠핑이나 나들이를 위해 교외로 향하기도 한다. 더욱이 혼자가 아니라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이때 컨트리맨 JCW의 넉넉해진 공간이 빛을 발한다.
실내 곳곳에는 수납공간이 많다. 도어 패널 안쪽은 크고 깊으며 센터터널 역시 다양한 형태의 물건을 툭툭 넣을 수 있도록 센스 있게 구성했다. 자잘한 짐이 많아지는 장거리 이동에서 제법 유용하다. 그리고 2열로 넘어가면 만족감은 더욱 커진다. 신형으로 오면서 차체가 대폭 커진 덕분에 머리 위 공간과 무릎 공간 모두 여유롭다. 여기에 2열 시트는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고 앞뒤 슬라이딩까지 지원한다. 사람을 편하게 태우는 데 집중할 수도 있고 필요에 따라 적재공간을 늘릴 수도 있다.
전용 송풍구와 USB 충전 포트, 컵홀더를 품은 팔걸이 등 장거리 이동에 필요한 편의품목도 알차다. 2열 햇빛가리개가 없는 점은 조금 아쉽지만 고개를 들면 넓게 펼쳐지는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가 아쉬움을 달랜다. 탁 트인 개방감만큼은 앞뒤 좌석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누릴 수 있다.
트렁크 역시 넉넉하다. 기본 460ℓ에서 2열을 접으면 최대 1,450ℓ까지 확장할 수 있고 바닥 아래에도 추가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여기에 이번 시승차처럼 순정 루프박스까지 더하면 활용 범위는 훨씬 넓어진다. 부피가 큰 캠핑 장비나 여행용 짐을 싣고 훌쩍 떠나기에 부족함이 없다.
무엇보다 루프바와 루프박스가 만들어내는 모습 자체가 꽤 근사하다. 컨트리맨의 각진 차체와 묘하게 잘 어울리고 어디든 떠날 준비가 끝난 미니라는 성격을 단번에 보여준다. 가을이라는 계절과 이보다 잘 어울리는 액세서리가 또 있을까 싶다.
세 번째는 장거리 운전의 부담을 덜어주는 주행보조 기능이다. 속도와 앞차와의 거리를 조절하고 차선을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다. 차선 중앙을 따라가는 능력도 상당히 자연스럽다. 필요 이상으로 좌우를 오가거나 운전자가 계속해서 스티어링 휠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도 적다.
특히, 내비게이션 정보와 연동한 주행보조 기능은 장거리 이동에서 만족도가 높다. 경로상 굽은 구간 등을 만나면 상황에 맞춰 속도를 조절하며 보다 안정적으로 주행을 이어간다. 운전자가 모든 상황에 일일이 대응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처음에는 차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움직이는지 살피게 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믿고 맡기는 영역이 점점 넓어진다. 그만큼 피로도도 낮아진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다시 운전을 즐길 체력을 남겨준다는 점도 컨트리맨 JCW의ㄴ 장점이다.
큰 차체 역시 다루기 어렵지 않다. 바짝 세운 A필러 덕분에 전방 시야가 시원하고 커진 사이드미러도 주변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각종 안전기능까지 유기적으로 작동해 차 크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비교적 편하게 적응할 수 있다. 신나게 달리고 싶을 때는 JCW답고, 느긋하게 이동할 때는 최신 SUV답다. 이 두 얼굴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는 것이 컨트리맨 JCW의 매력이다.
마지막 이유는 생김새다. JCW는 멀리서 봐도 일반 컨트리맨과 다르다. 앞에서는 체커기에서 영감을 얻은 전용 그릴 패턴이 시선을 사로잡고 범퍼 양 끝에는 큼직한 공기흡입구를 뚫었다. 차체 곳곳에는 대비되는 장식 요소를 넣었고 보닛 위 데칼도 존재감을 높인다. 더욱이 시승차는 검빨 조합으로 그 특징이 더욱 두드러진다.
옆에서는 20인치 휠이 압권이다. 휠 안쪽을 가득 채우는 빨간색 4피스톤 브레이크 캘리퍼와 타공 디스크는 이 차가 단순히 꾸미기만 한 SUV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순정으로 들어가는 미쉐린 e-프라이머시 타이어도 이상적이다. 여기에 미니 순정 루프바와 루프박스까지 시선을 위로 끌어올리면서 고성능과 아웃도어 감성을 절묘하게 섞어놓는다.
뒤쪽 역시 강렬하다. JCW 배지를 비롯해 공격적으로 다듬은 범퍼와 쿼드 배기구가 고성능 컨트리맨의 성격을 드러낸다. 길이를 서로 다르게 설정해 입체적인 배기는 보는 내내 만족을 키우는 요소 중 하나다. 또 유광 블랙으로 마감한 여러 요소까지 더해지면서 전체적인 인상은 한층 또렷해진다.
전체적으로 이 차를 바라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루프박스에 짐을 싣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목적지를 정한 뒤 선선한 공기를 가르며 달리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자동차가 계절의 분위기를 바꿔 놓을 수 있다는 것을 컨트리맨 JCW가 보여준다.
컨트리맨 JCW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욕심 많은 차다. SUV답게 사람과 짐을 넉넉히 받아들이면서도 운전대를 잡으면 영락없는 미니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경쾌하게 달려나가고 코너에서는 몸집을 잊은 듯 재빠르게 방향을 바꾼다. 반대로 긴 이동에서는 풍부한 공간과 최신 주행보조 기능을 앞세워 운전자를 편하게 만든다. 그래서 유독 가을과 잘 어울린다.
혼자라면 굽이진 길을 찾아 마음껏 달리면 되고 가족과 함께 라면 루프박스에 짐을 가득 싣고 멀리 떠나면 된다. 이동하는 동안에는 넓어진 공간과 편의품목이 모두를 편하게 하고 목적지까지 이어지는 길에서는 JCW의 강한 심장이 운전자를 즐겁게 한다.
무엇보다 이 모든 과정에 미니 특유의 유쾌함이 묻어난다. 빠르기만 한 고성능 SUV도 아니고 공간만 넓은 패밀리 SUV도 아니다. 컨트리맨 JCW는 잘 달리고 잘 싣고 멋있게 떠날 줄 안다. 높은 하늘과 선선한 바람, 조금씩 색이 바뀌기 시작한 풍경을 보며 생각했다. 가을이 조금만 더 길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컨트리맨 JCW의 운전대를 잡고 있는 동안만큼은 가는 계절과 시간의 흐름이 유난히 아쉽게 느껴진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