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전설과 현재, 미래 라인업 총집합
-특별함으로 물들고 열광하게 만들어
포르쉐를 좋아한다면 하루가 짧게 느껴질 만하다. 서울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리는 '포르쉐 바이브 서울'에는 브랜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포르쉐 70여 대가 한자리에 모였다. 클래식카부터 르망을 주름잡았던 전설적인 레이스카, 최신 전기차와 세상에 단 하나뿐인 포르쉐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려면 하루 종일 둘러봐도 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그렇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수많은 포르쉐 가운데 브랜드의 역사와 기술, 모터스포츠 그리고 미래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차는 무엇일까.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이것만큼은 그냥 지나치면 아쉽다. 포르쉐 바이브 서울에서 반드시 봐야 할 7대를 골랐다.
▲962 C 쿠페, 1980년대 세계 내구레이스를 지배하다
화려한 레이싱 데칼과 지면에 바짝 엎드린 차체만 봐도 범상치 않은 기운을 뿜어낸다. 962는 956의 뒤를 이어 등장해 1980년대 세계 스포츠카 레이싱을 대표했던 포르쉐의 전설적인 프로토타입 레이스카다. 르망 24시를 비롯한 세계 내구레이스 무대에서 활약하며 포르쉐는 내구레이스의 강자라는 이미지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특히 962 C는 강력한 터보 엔진과 공기역학에 최적화한 차체, 장시간 극한의 레이스를 견뎌내는 내구성까지 포르쉐가 가진 기술력을 집약했다. 낮고 넓은 차체와 거대한 리어 윙을 실제 눈앞에서 바라보면 사진으로 접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압도감이 느껴진다. 1980년대 내구레이스의 황금기를 직접 마주한다는 것만으로도 볼 이유는 충분하다.
▲917, 르망의 전설로 만든 주인공
이번 행사에서 딱 한 대만 골라야 한다면 가장 먼저 눈여겨볼 만한 차가 917이다. 포르쉐 모터스포츠 역사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1970년 르망 24시에서 포르쉐에 역사상 첫 종합우승을 안긴 주인공이다. 오늘날 포르쉐를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스포츠카 브랜드 가운데 하나로 만든 모터스포츠 신화의 결정적인 장면에 바로 이 차가 있었다.
낮게 깔린 차체와 극단적으로 매끈한 실루엣은 반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 바라봐도 여전히 미래적이다. 더욱이 포르쉐 바이브 서울에서는 정적인 전시에 그치지 않고 917의 살아 있는 엔진 사운드까지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 시동이 걸리고 회전수가 올라가는 순간 행사장을 뒤흔드는 굉음은 그 시대 레이싱의 치열함을 그대로 되살린다.
▲550 스파이더, 포르쉐 레이싱 DNA의 시작
917과 962 C가 포르쉐 모터스포츠의 화려한 전성기를 상징한다면 그 시작점에는 550 스파이더가 있다. 1950년대 등장한 550은 포르쉐 최초의 순수 레이스카로 꼽힌다. 처음부터 경쟁을 목적으로 태어난 만큼 작고 낮으며 군더더기가 없다. 지금의 기준으로 바라보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아담하지만 바로 그 작은 차체 안에서 오늘날 포르쉐까지 이어지는 레이싱 DNA가 있다.
핵심은 가벼움과 균형에 있다. 무조건 큰 엔진과 강력한 힘을 앞세우기보다는 가벼운 차체와 민첩한 움직임을 활용해 자신보다 강력한 경쟁차들과 맞섰다. 이는 이후 수많은 포르쉐 스포츠카가 이어받은 철학이기도 하다. 917과 962 C, 최신 911 레이스카까지 살펴본 뒤 다시 550으로 돌아오면 포르쉐 모터스포츠의 계보가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911 챌린지, 다음 세대에게 건네는 모터스포츠 바통
911 챌린지는 포르쉐가 모터스포츠의 다음 장을 어떻게 준비하는지 보여주는 차다. 911 GT3의 기술을 바탕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본격적인 모터스포츠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든 새로운 세대의 레이스카다. 화려한 전설을 박물관에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음 세대가 직접 레이싱을 경험하도록 연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양산형 911과 비교하며 살펴봐도 재미가 배가된다. 익숙한 911의 실루엣을 간직하면서도 차체 곳곳에는 서킷을 위한 기능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빠르게 달리는 데 필요한 것에 집중한 모습에서는 포르쉐가 생각하는 레이스카의 본질도 엿볼 수 있다.
▲카이엔 일렉트릭, 미래를 그리는 포르쉐의 희망
카이엔 역사상 최초의 순수 전기 SUV이자 포르쉐가 고성능 SUV의 미래를 어떻게 해석했는지 보여주는 핵심 신차다. 내연기관을 걷어내고 배터리를 넣은 카이엔이 아니라 전동화의 장점을 적극 활용해 퍼포먼스 SUV의 영역 자체를 확장하려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성능은 압도적이다. 국내 공식 홈페이지 기준 카이엔 일렉트릭은 런치 컨트롤 사용 시 442마력을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4.8초가 걸린다. 최상위 카이엔 터보 일렉트릭은 오버부스트 기준 무려 1,156마력에 달하고 0→100㎞/h 가속을 2.5초에 끝낸다. 대형 SUV의 실용성과 포르쉐다운 퍼포먼스를 전기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카이엔이 향할 방향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차다.
▲존더분쉬 911·타이칸, 오직 단 하나의 가치
차의 희소성과 아름다움에 끌린다면 존더분쉬를 지나쳐서는 안 된다. 상상을 실제 자동차로 구현하는 포르쉐 개인화 프로그램의 정점이다. 이미 준비된 몇 가지 색상과 소재를 고르는 일반적인 옵션 개념을 넘어 고객의 취향과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포르쉐를 완성한다. 포르쉐 역시 이번 행사에서 존더분쉬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포르쉐 개인화의 정점으로 소개한다.
현장에 놓인 911과 타이칸은 차체 색상과 소재의 조합, 작은 디테일까지 일반적인 양산 포르쉐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특히 911의 화이트와 블루 조합은 조명과 보는 각도에 따라 표정을 달리하며 한참을 바라보게 만든다. 성능 경쟁과는 완전히 다른 영역에서 포르쉐가 얼마나 깊게 파고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차들이다.
▲959, 시대를 너무 앞서간 1980년대 슈퍼카
마지막은 959다. 화려함만 놓고 보면 주변의 최신 포르쉐가 먼저 눈에 들어올 수도 있지만 기술적인 의미를 알고 나면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차다. 1980년대 등장한 959는 포르쉐 최초로 AWD 시스템을 적용하며 당시 슈퍼카의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혁신적인 제품이다.
특히 당시로서는 매우 진보적인 구동 기술과 터보 엔진, 공기역학 및 전자제어 기술을 하나의 차에 집약했고 이후 등장할 고성능 포르쉐에 적지 않은 영향을 남겼다. 무엇보다 4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 봐도 특유의 유려한 실루엣과 비율이 촌스럽지 않다. 최신 기술을 누구보다 먼저 양산차에 구현하려 했던 포르쉐의 집요함을 상징하는 차라고 해도 좋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