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 네 바퀴를 넘어선 렉서스의 시선

입력 2026년10월12일 08시35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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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부터 요트·헬기까지 넓어지는 렉서스의 영역
 -'이동 경험'에 초점..이동 시간까지 럭셔리하게
 -차 형태 넘어 '공간'에 주목하는 렉서스의 철학은...

 

 자동차 회사가 자동차를 만들지 않는다면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렉서스는 최근 이 같은 질문을 계속 해서 던지고 있다. 

 


 

 물론 렉서스의 중심에는 여전히 자동차가 있다. 하지만 브랜드가 바라보는 모빌리티의 범위는 네 바퀴와 도로에만 머물지 않는다. 바다 위에서는 요트가 달리고 하늘에서는 헬기가 날아오른다. 자동차도 단순히 목적지까지 이동하기 위한 기계가 아닌 탑승자가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하나의 '공간'으로 정의되고 있다. 

 

 렉서스는 이를 '360도 모빌리티'라고 정의한다. 땅과 바다, 하늘을 각각의 이동 영역으로 나누는 대신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성이다. 

 

 이 같은 철학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사례는 렉서스의 럭셔리 요트 LY680이다. 이들은 2017년 스포츠 요트 콘셉트를 공개한 뒤 2019년 LY650을 선보이며 바다로 영역을 넓혔고 최근 공개한 LY680은 이를 한 단계 더 구체화 시킨 제품이다. 

 



 

 흥미로운건 렉서스가 요트를 단순한 해상 이동수단으로 접근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LY680의 핵심은 속도나 이동거리보다 그 안에서 어떤 시간을 보낼 수 있는가에 맞춰져 있다. 바다는 신호등도, 교통체증도 없는 공간이다. 일상의 시선과 소음에서도 멀어질 수 있다. 렉서스는 이 환경에 브랜드가 자동차에서 추구해온 정숙성과 승차감, 세심한 공간 설계와 디자인 철학을 옮겼다. 

 

 LY680의 외관에는 렉서스의 디자인 철학 ‘L-피네스’를 적용했다. 실내 역시 세부적인 마감과 안락함에 공을 들였다. 항해 과정에서는 렉서스가 추구하는 안정적인 조종성과 승차감, 정숙성을 담았다. 자동차에서 축적한 감각적인 가치가 바다라는 전혀 다른 환경으로 옮겨간 셈이다.

 

 제작 방식도 흥미롭다. 렉서스가 모든 것을 직접 만들기보다 럭셔리 요트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호라이즌 그룹과 협업했다. 렉서스는 디자인과 전체적인 경험을 설계하고 호라이즌은 대형 요트 제작 경험과 생산 기술을 맡았다. 여기에 토요타 생산방식의 개념도 접목했다.

 


 

 시선은 바다에서 하늘로 향한다. 2026년 론칭한 ‘렉서스 플라이트’가 대표적이다. 전용 헬리콥터를 활용해 도시와 리조트 등을 연결하는 서비스다. 여기에서도 중요한 것은 헬리콥터 자체가 아니다. 출발지에서 헬리포트까지 렉서스 차로 이동하고, 이후 헬리콥터를 이용해 목적지로 향하며 필요에 따라 바다에서는 LY680으로 경험을 이어가는 구조다.

 

 이는 이동에 대한 기존의 관점을 뒤집는다. 이동은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시간이지만, 렉서스는 얼마나 빨리 가느냐보다 그곳으로 향하는 동안 어떤 경험을 하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자동차와 요트, 헬리콥터가 '하나의 경험'을 만들어내는 셈이다. 

 

 이 같은 생각은 자동차 자체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2026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렉서스가 선보인 주제는 ‘공간(SPACE)’이었다. 출발점은 새로운 LS 콘셉트다. 여기서 LS의 ‘S’는 더 이상 세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렉서스는 이를 ‘공간’으로 다시 해석했다. 자동차를 차체 형태로 구분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그 안에서 무엇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있는지를 먼저 바라보겠다는 의미다.

 

 밀라노에서 공개한 작품들도 이런 생각을 보여줬다. 차 안을 고요하게 머물며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해석하고, 사람의 호흡에 따라 빛과 소리가 달라지는 경험을 구현했다. 일본 장인의 세밀한 수공예와 현대적인 기술을 결합해 공간의 감각을 표현한 작품도 등장했다.

 


 

 렉서스가 자동차 너머에서 찾고 있는 것은 새로운 탈것 자체가 아니다. 기술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이를 사람의 감각을 확장하는 도구로 썼다는 것. 요트와 헬리콥터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각각의 성능과 기술을 강조하는 것으로 충분했겠지만 렉서스는 이들을 통해 ‘사람이 이동하면서 무엇을 느끼는가’를 따진다.

 

 도로에서는 차가, 바다에서는 요트가, 하늘에서는 헬리콥터가 그 역할을 맡는다. 그리고 이들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이동수단 자체보다 그 안에서 보내는 시간과 공간이다.

 

 자동차 산업은 지금 전동화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중심 차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동수단의 기술적 경계가 흐려질수록 럭셔리 브랜드의 경쟁 역시 출력이나 소재, 가격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렉서스의 360도 모빌리티가 흥미롭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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