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국내 승용 점유율 75.1%, 전년 대비 1.2%P↑
-막강 지배력에 새로운 도전자도 나타날 수 있어
현대자동차그룹의 국내 시장 지배력이 더욱 공고해지는 모양새다. 수입차를 포함한 1~6월 내수 시장(상용 포함) 점유율이 무려 77.9%에 달해서다. 특히 수입차가 가세한 승용 시장에서도 점유율이 75.1%를 나타내 전년 대비 1.2%P 오른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차그룹의 내수 점유율 확대는 상반기 국내 완성차 판매가 고금리 및 경기 위축으로 전년 대비 10만대 가량 줄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배력이 보다 확대됐음을 의미한다. 국내 완성차 5사 및 수입차(승용+상용)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완성차 전체 판매는 79만8,60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89만2,625대와 비교해 무려 9만4,000대 가량이 감소했다. 물론 줄어든 판매의 절반을 차지한 곳도 현대차다. 그럼에도 기아와 제네시스 등이 선전하면서 결과적으로는 현대차그룹(현대차, 기아, 제네시스)의 전체 점유율이 지난해 상반기 77.2%에서 올해는 77.9%로 증가했다.
상용을 제외한 승용 부문도 예외는 아니다. 상반기 승용의 국내 판매는 모두 69만9,740대로 지난해 76만8,565대와 비교해 6만8,800대 가량 줄었다. 마찬가지로 현대차 감소분이 3만6,000대로 가장 많지만 기아의 선방으로 합산 점유율은 75.1%를 기록해 전년 대비 증가로 나타났다.
그 결과 국내 자동차 시장은 점차 ‘현대차그룹 vs 수입 프리미엄’ 대결 구도로 변모하는 모양새다. 수입차도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닌 이상 현대차, 제네시스, 기아의 시장 장악력에 맞서기 어렵다는 의미다. 국내 생산 기반을 보유한 쉐보레, 르노, KGM의 상반기 합산 승용 점유율이 6.9%로 지난해 같은 기간 9.2%와 비교해 상당폭 줄어든 점도 결국은 현대차그룹의 국내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돌이켜보면 현대차그룹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위기에 처했을 때도 있었다. 2000년 중반 이후 수입차의 거센 공세에 밀려 매년 점유율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로 수입차로 빠져나가는 소비자를 잡아두는데 성공했고 동시에 제품 다변화로 수입차 중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닌 경쟁사를 공략, 점유율 뺏기에 성공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르노, KGM, 한국GM 등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력 강화에 따라 르노코리아, 한국GM, KGM은 수출에서 돌파구를 찾는 중이다. 어차피 국내에서 현대차그룹과 경쟁해도 큰 기대가 없어서다. 반면 수출은 생산을 보장해주는 역할인 데다 아직 진출하지 않는 국가도 많아 확대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오로지 내수에서 생존 경로를 찾아야 하는 수입 업체는 현대차의 지배력 확대로 생존을 고민하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의 독점력이 강해질수록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외의 다른 수입 브랜드의 존재감이 사라지는 탓이다. 그리고 계속 판매가 위축되면 결국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다. 최근 일부 수입 브랜드 판매사들이 사업권을 반납하겠다며 아우성을 높이는 것도 현대차그룹의 거대함에 기인한다. 그렇다고 현대차그룹의 지배력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바꿀 수도 없다. 어디까지나 시장 내 소비자들의 선택에 따라 만들어진 결과인 탓이다.
그러자 새삼스럽게 1998년 현대차가 기아를 인수할 당시 상황이 재조명되고 있다. 무너진 기아를 인수하기 위해 당시 삼성, 포드, 대우, 현대차가 경쟁했는데 각각의 명분은 모두 달랐기 때문이다. 삼성과 포드는 현대차의 국내 경쟁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였고 현대차와 대우차는 자동차회사 규모를 키워야 글로벌 경쟁력이 생긴다는 명분을 앞세웠다. 고민하던 정부는 국내 경쟁보다 규모 확대를 주목해 기아차의 인수자로 현대차를 낙점했고 시간이 흐른 지금 현대차그룹의 국내 시장 지배력과 글로벌 경쟁력은 동시에 강화됐다.
그런데 또 다른 고민은 지금부터다. 독점적인 국내 지배력은 현대차와 기아 또한 더이상 국내에서 추가로 차지할 시장이 없다는 점을 의미하는 탓이다. 게다가 조금씩 전동화로 전환되는 과정은 새로운 경쟁자의 진입을 촉진하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산 전기차다. 이미 시내버스 상용 부문은 중국산이 50% 가까운 신차 판매 점유율을 확보 중이다. 그리고 BYD를 비롯해 한국 진출을 눈여겨보는 중국 브랜드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당장은 아니지만 BYD를 필두로 중국 전기 승용 브랜드의 추가 진출이 속속 타진되는 중이다.
내연기관은 안되지만 중국 브랜드의 BEV 경쟁력은 그들 스스로 자신하고 있어서다. 설령 한국서 손해를 보더라도 진출하려는 곳도 있다. 오히려 막강한 국내 지배력의 현대차그룹에 도전장을 던지겠다는 심산이다. 그들의 도전을 어떻게 물리칠 수 있을까? 서서히 고민이 시작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