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M, 내수 시장 돌파구 어떻게 마련할까
지난해 국내에서 연간 판매된 승용형 픽업은 대략 1만8,000대 가량이다. 이 가운데 압도적인 제품은 단연 KGM 렉스턴 스포츠다. 과거 무쏘스포츠로 틈새 시장에 들어가 지금의 렉스턴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거의 홀로 시장을 독점해 왔다. 쉐보레 콜로라도, 포드 레인저, GMC 시에라 등도 있지만 모두 미국산이어서 가격 부담이 크고 휘발유 엔진에 따른 연료비도 만만치 않다. 결국 대부분의 소비자는 KGM 렉스턴 스포츠 외에 달리 선택지가 없었던 셈이다.
그런데 최근 기아가 타즈만(TASMAN) 픽업을 공개하며 렉스턴 스포츠 시장 잠식을 위해 나섰다. 비록 주력은 해외 시장이지만 국내에도 연간 2만대 수준의 소비 시장이 존재하는 만큼 모두 휩쓸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기아는 렉스턴 스포츠가 대부분 차지한 연간 1만5,000대 가량의 물량을 모두 가져가겠다는 심산이다. 디자인, 상품성 등에서 압도적인 선택을 받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는다. 이미 공개된 타즈만을 보면 야외 활동에 최적화 된 기능들이 곳곳에 담겨 있어 시선을 끈다.
타즈만의 등장으로 걱정이 두 배로 늘어나는 곳은 KGM이다. 내수에서 렉스턴 스포츠의 비중이 작지 않은 탓이다. 액티언이 르노 그랑 콜레오스와 치열하게 경쟁하는 마당에 그나마 독점적 지위의 렉스턴 스포츠가 타즈만에 잠식되면 내수 규모는 지금보다 20% 이상 줄어드는 탓이다. 지난해 KGM이 국내에 판매한 완성차는 6만3,345대다(KAMA)로, 이 가운데 렉스턴 스포츠의 비중은 24% 가량이다. 그리고 올해 1~9월 누적에선 판매 비중이 27%로 오히려 상승했다. 렉스턴 스포츠가 내수를 떠받치는 형국이다. 모든 차종 중에서 토레스 다음으로 판매가 많다. 따라서 기아가 타즈만을 통해 렉스턴 스포츠 시장을 잠식하면 KGM으로선 속수무책으로 내수 시장이 흔들리기 마련이다.
렉스턴 스포츠가 위축되면 KGM은 액티언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액티언은 HEV 라인업이 없어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르노 그랑 콜레오스의 심한 견제를 받는다. 오히려 신차 경쟁만 놓고 보면 그랑 콜레오스에 밀린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신차 액티언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렉스턴 스포츠가 타즈만에 점유율을 빼앗기면 KGM은 어렵게 쌓아 놓은 내수 공든 탑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또 다른 희망은 수출이다. 하지만 올해 9월까지 완성차 수출은 4만8,390대로 전년 대비 3% 감소했다. 게다가 KGM은 르노코리아 및 한국지엠과 달리 해외 시장을 스스로 개척해야 하는 만큼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단순한 논리로 내수가 위축되고 수출에 시간이 필요하면 비용 부담이 증가하기 마련이다. 동시에 타즈만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할인 폭을 늘리면 그것 또한 돈 싸움이다.
그나마 내수 만회 방안이 있다면 최근 KGM이 손잡은 체리자동차의 완성차를 수입, 판매하는 방안이다. KGM의 부족한 제품군을 체리자동차의 도움으로 메우는 것인데, 자동차 업계에선 이미 KGM이 해당 계획까지 염두에 두고 체리자동차와 손잡은 것으로 해석한다. 체리자동차의 PHEV EREV 플랫폼을 들여와 제품 개발에 나서도 차종 다양화는 쉬운 과제가 아니다. 따라서 국내 소비 시장을 따라가기 위해선 결국 다른 회사의 완성차를 수입, 판매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밖에 없고 이때 체리자동차 제품을 도입할 것이란 예측에 힘이 실린다. KGM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BYD는 이미 한국에 승용과 상용 모두 완제품으로 진출해 있어 KGM이 판매할 수 없는 탓이다.
최근 국내 자동차 경쟁은 엄청나게 치열해지는 중이다. 연간 수요가 더이상 늘지 않는 만큼 무조건 경쟁사 점유율을 빼앗는 데 모두가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할인 금액이 늘기도 하고, 소비자 혜택이 증가하기도 한다. 한 마디로 자본력 싸움으로 바뀌어 가는 중이다. 그리고 쩐의 전쟁‘이 벌어지면 덩치가 작은 곳의 타격은 매우 직접적이다. KGM이 어떤 묘수를 내놓을지 사뭇 궁금할 따름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