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차 전용 생산 라인, 한국 언론에 최초 공개
-당일 온·습도까지 고려하는 꼼꼼함 인상적
-부품 오차까지 계산해 조립하는 치밀함 '눈길'
일본 아이치현 토요타시 모토마치 공장. 아시아 최초의 승용차 공장인 이곳은 토요타에게 있어 각별한 자동차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수소차 미라이를 비롯해 '일본의 롤스로이스'로 불리는 최고급 세단 센추리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이곳은 토요타의 고성능 브랜드 GR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날 토요타가 국내 취재진에게 처음 공개한 GR팩토리는 '모터스포츠를 통한 좋은 차 만들기'라는 모리조(토요다 아키오 회장)의 신념을 현실화한 곳이다. 이른바 '토요타 생산 방식(TPS)'을 적용해 빠르게 많이 효율적인 차를 만드는 게 아닌 모터스포츠의 DNA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특별한 곳이다. 이렇다보니 하루 생산 대수는 100대 수준, 생산하는 차는 GR야리스와 GR코롤라 그리고 렉서스 LBX 모리조 에디션 등 3종 뿐이다.
출입부터 까다로웠다. 통상적인 자동차 공장을 방문할 때에는 보안경이나 안전모 정도만 요구하지만 용접 불똥을 막아주기 위한 팔토시와 장갑, 만약을 대비한 안전화까지 신고서야 공장 출입이 가능했다. 공장 내부에는 이 같은 위협 요인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안전 시설이 마련되어 있었지만 한 치의 위험 요인까지 배제하는 모습이었다.
GR팩토리에서 생산하는 차는 레이싱카 제작에 준하는 과정을 거친다. 일반적인 양산차는 기본 차체를 바탕으로 일부 성능을 다듬는 데 그치지만 GR팩토리에서 만드는 처는 처음부터 다르다. 차체 공정에는 일반 양산차보다 배 이상의 스폿 용접을 진행하고 구조용 접착제도 더 많이 쓴다. 차체의 강성을 더욱 높이기 위함이다. 토요타 관계자는 "일반적인 야리스의 차체 용접 포인트가 3,700개라면 GR야리스는 4,500개 수준일 정도"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차체만 조립해서 끝나는 건 아니다. 스캐너로 조립 오차는 없는지 꼼꼼한 점검을 거친다. 이후 숙련 기술자들이 각종 공구로 차체의 단차를 다시 조정한다. 오차 허용 범위를 묻는 질문에 토요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설정해둔 오차 범위는 없다"며 "도면대로 똑같이 만든다는게 기본적인 생산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얼마나 완벽을 기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의 치밀함은 부품 조립 공정에서도 보여진다. 핵심은 오차를 인정하고 결과적으로 이를 '0'에 수렴하도록 만드는 방식. 통상 오차 범위 내에 있다면 문제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지만 GR 팩토리에서는 각종 부품을 일일이 측정하고 이를 최적의 조합으로 묶는다. 부품을 얹을 차체가 도착하면 시스템은 작업자에게 가져가야 할 구성 요소들을 안내해준다. 부품마저 슈퍼마켓처럼 가지런히 '진열'해 편의성을 높였다. 정리하자면 부품들간의 조합으로 오차를 상쇄해 완벽한 밸런스를 구현하는 셈이다.
이렇게 까지 하는 이유는 단순히 특정 차종의 완성도 때문 만은 아니다. 작업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품질을 균일화 하기 위해서다. 생산 차종이나 공정이 달라지더라도 언제나 일관적인 만듦새를 유지할 수 있는 것.
공정에서는 사람의 역할이 예상보다 더 많다. 앞유리 조립만은 반드시 작업자가 직접 수행하는 게 대표적이다. 그 날의 온도와 습도에 따라 앞유리를 부착하는 접착제의 종류와 양도 다르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칫 효율적이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모든 일에 완벽을 기하겠다는 토요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파워트레인과 차체를 결합하는 과정부터 엔진과 변속기, 드라이브샤프트를 연결짓는 과정도 모두 작업자의 노하우를 동원한다. 일반적인 양산차 공장이라면 1분여만에 로봇이 끝낼 일이지만 이 과정에는 네 명의 작업자가 붙어 1시간 가량을 쓴다. 조립이 끝난 뒤 휠 얼라인먼트를 조정하는 작업도 진단기 대신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모든 조립이 끝난 차는 왕복 3㎞ 테스트 트랙으로 향한다. 생산 대수 당 한 대만을 임의 테스트하는 방식과는 다르게 모든 차를 전문 드라이버가 전수 검사한다. 테스트 드라이버는 항공기 파일럿처럼 일정 주기마다 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시험받아야 할 정도로 까다롭게 선발한다.
아이치현의 이 작은 공장은 단순한 생산 시설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좋은 차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토요타의 답변을 집약한 공간이다. 생산 공정의 곳곳에서 느껴지는 긴장감과 열정은 마치 하나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약 400명의 근로자가 차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해 몰두하는 모습은 자동차 제조가 단순한 노동을 넘어 예술의 경지에 있음을 보여준다.
나고야=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