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용 승차 공유, 한국은 어려워
지난 2013년 우버가 한국에 진출했다. 그러나 한국은 자가용 승차 공유(일명 자가용 택시)가 허용되지 않았던 만큼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렇다고 한국에서 발을 빼기도 애매했다. 1인당 이동량이 많은 국가 가운데 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우버가 손잡은 파트너는 SK 계열사인 티맵모빌리티다. 둘은 50:50 합작으로 ‘우티’를 설립해 한국에서 본격 택시 호출 서비스에 착수했다. 카카오모빌리티 택시 호출의 대항마로 출범했던 셈이다.
그러나 난관에 봉착했다. 이용자들이 ‘우버’는 알아도 ‘우티’는 몰랐다. 택시 기사들은 호출 앱 사용의 불편함을 쏟아냈다. 그렇다고 우티 입장에선 글로벌 모든 나라에서 사용하는 우버 호출 앱을 바꿀 수도 없었다. 우티는 나름 열심히 시장을 두드렸지만 결국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냉정하게 평가하면 경영 전략 부재였고 ‘SK’라는 대기업의 덩치만 바라본 우버의 판단 실수다.
양 측의 갈등도 적지 않았다. 우버는 세계의 이동 시장이 하나라면 호출 앱도 ‘우버’ 방식이어야만 했다. 반면 티맵은 한국은 다른 나라와 이용자가 다르다는 점에서 관점도 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런 갈등은 우티 출범 전부터 예측됐다. 우버는 자가용 기반 호출로 성장한 곳이며 티맵은 내비게이션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인 탓에 성격이 조금 달랐다.
게다가 두 회사 모두 한국에서 택시 호출 사업은 해본 적도 없었고 택시 산업의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개인과 법인의 갈등, 법인택시 노사 갈등, 그리고 택시 이용자 패턴까지 오로지 브랜드와 덩치만 믿고 모든 걸 새롭게 바꿀 수 있다는 장밋빛에 빠졌을 뿐이다. 우티 시절 만났던 일부 경영진은 택시 요금의 구조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있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이동 산업의 근간을 모른 채 SK와 우버가 만난 셈이다.
예상은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우티 출범 이후 10년이 흘렀지만 적자는 누적됐고 호출 점유율은 좀처럼 개선되지 못했다. 여전히 ‘우티’가 ‘우버’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 택시 옆면에 우티 로고를 표시하고 가맹택시 숫자를 늘렸지만 카카오모빌리티 대항마 역할은 아직 미몽일 뿐이다.
그러자 결국 둘은 결별을 선언했다. 우버가 합작사인 티맵의 지분 절반을 가져오기로 했다. 더이상 ‘우티’가 아닌 ‘우버’로 브랜드를 통일시키고 택시 호출 사업에 집중할 태세다. 이미 올해 초부터 우버 브랜드를 앞세워 가맹 택시 숫자를 늘려가던 중이어서 티맵의 역할은 이미 없다.
국내 택시 호출 사업은 사실상 카카오모빌리티의 독점 시장이나 다름이 없다. 택시 사업자는 카카오 호출이 없다면 영업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다. 요금에서 수수료를 조금 내주어도 하루 종일 카카오모빌리티 기사 호출 앱의 ‘딩동’ 소리에만 집중한다. 오히려 호출을 서로 빨리 수락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하자는 대로 해야 하고, 자칫 호출 취소 등으로 밉보이면 호출이 없어 거리를 배회하며 손 흔드는 손님만 태워야 한다.
이런 이유로 우버의 성장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많다. 어느 분야든 경쟁이 필요한 탓이다. 공정위 등도 이런 독점적 지위의 문제를 인식, 어떻게든 경쟁 구도를 형성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이다. 하지만 이용자 습관을 바꾸기란 결코 쉽지 않다. 게다가 우버는 택시 호출에 집중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대리, 퀵서비스 등 다양한 이동 방식의 연결을 확장해 지위를 견고하게 구축한다.
일부에선 카카오모빌리티, 우버 외에 제3의 슈퍼 앱이 택시 호출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을 제기한다. 대표적인 것이 쇼핑 및 물류 대형 플랫폼이다. 택시 호출은 수익이 적어도 호출과 쇼핑을 묶는다면 나름 가능성이 있어서다. 그리고 택시 업계도 새로운 사업자의 호출 시장 진출을 원한다. 호출 사업자의 경쟁이 치열할수록 택시 업계도 선택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우버의 본격적인 시작에 택시 업계가 기대를 거는 이유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