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이 뭐길래'..中 전기차 옭아맨 환경부 규정 살펴보니

입력 2025년03월11일 15시55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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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C 제공 안하면 보조금 지급 대상 제외
 -공격적인 프로모션도 보조금 감액 요인

 

 연초부터 자동차 업계의 큰 화제가 됐던 중국 BYD 아토3의 국내 진출이 예상보단 잰걸음이다. 

 


 

 왜 늦어지고 있을까. BYD코리아에 따르면 아토3는 전기차 보조금 산정 및 환경친화적자동차 고시 등재 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효율 인증, 국토교통부 제원 통보, 환경부 배출가스·소음 인증 절차는 모두 마친 가운데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차인지 적합성 여부를 따지는 사실상의 마지막 절차 때문이다. 

 

 그렇다면 환경부가 의도적으로 인증을 지체시키고 있는걸까. 환경부는 BYD 아토3가 배터리 충전량 정보(SoC, State of Charge) 관련 증빙 자료 입력이 되지 않아 보조금 산정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관련 조항은 환경부가 올해 초 발표한 '2025년 전기차동차 보조금 업무처리지침'에 나와있다. 지침에 따르면 보조금을 받고자 하는 전기차는 충전 중 SoC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해야 한다. 제공하지 않을 시 안전계수 항목을 0점 처리하고 보조금 일체를 지급 받을 수 없다. 

 


 

 예외는 있다. SoC 관련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확약서를 올해 안에 제출하면 1년간의 유예 기간을 준다. 다만 그 이후부터는 SoC 관련 정보를 반드시 제공해야 하고 이를 충족하지 않을 시 마찬가지로 해당 차종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된다.

 

 뿐만 아니다. 일부 규정은 사실상 중국 전기차의 진입을 어렵게 하는 요소들을 담고 있다. 배터리 인증제 시행 등에 따라 배터리의 ID, SOH(배터리 상태), 전압·전류·온도 등의 데이터를 환경부에 제공해야 하는 게 대표적이다. 그 결과 중국계 배터리 제조사(CATL, BYD)의 내부 데이터 공개 부담은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직영 A/S 정비 센터를 권역별(서울, 경기, 강원, 충청, 영남, 호남, 제주)로 운영해야 보조금을 온전히 받을 수 있는 것도 약점. A/S 제휴사만 운영한다면 보조금은 최대 30% 삭감된다. 아직 네트워크가 부족한 BYD에겐 서비스 네트워크도 약한 고리 중 하나다. 

 


 

 정부는 "할인 폭이 크면 보조금 추가 지원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음" 이라며 차 가격 할인 규모가 클 경우 보조금 지급 자체도 축소될 수 있다고 적시했다. 보조금을 받기 위한 차 가격 조작을 방지하고, 제작사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가격 할인만으로 시장을 왜곡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항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자체 보조금' 이라는 명목 하에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지속적으로 이어간다면 본래 받을 수 있던 보조금도 깎여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이 같은 규정이 중국차를 직접 겨냥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보조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BYD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전기차를 파는 모든 브랜드가 동일한 기준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BYD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는 KG모빌리티(KGM)도 자체적인 솔루션을 마련해 관련 데이터를 제공한 바 있다. 

 

 그렇다면 중국 전기차는 불리한 여건에도 국내 전기차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는걸까. 업계는 한국에서의 성공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역량을 확대하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 같은 강력한 내수 브랜드가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프리미엄 브랜드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 만으로도 영향력이 높아진다는 것. 이는 결국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의 신뢰도를 높이는 양분으로 이어진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차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건 선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품질과 관련한 이미지"라며 "까다로운 한국 시장에서 성공한다면 이는 곧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을 의미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테슬라처럼 보조금 없이도 경쟁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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