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어오는 반대 방향 향하는 게 기본
-고열 노출된 차도 위험, 화재 지역에서 멀어져야
-창문 닫고 내기 순환. 에어컨 사용 지양
산불이 우리의 일상을 덮쳤다. 건조주의보와 강풍주의보가 겹쳐 불길이 순식간에 번졌고 일부 지역은 전기와 통신마저 끊기며 혼란이 더해졌다.
도로도 예외는 아니다. 삽시간에 퍼지는 산불의 특성상 도로를 달리다 갑자기 불을 만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영화 속에서 처럼 불길을 거침없이 헤쳐 나갈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영화가 아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산림청에 따르면 불길은 강한 바람을 만나면 시속 30~40㎞/h로 이동할 수 있다. 도심에서의 자동차 운행 속도와 비슷할 정도이기 때문에 멀리서 연기가 보인다면 돌아서 가더라도 빙 돌아 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결국 방송, 공공기관의 교통 통제 정보, 내비게이션 안내 등 실시간 교통 정보를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불을 피하기 위해서는 바람을 기준으로 대피 경로를 판단하는 게 좋다.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산불 상황에서는 풍향을 등지고 이동하라고 권고한다. 즉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절대 이동하지 말고, 반대쪽으로 탈출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기상청 앱이나 지역 재난방송으로 풍향을 확인하는 게 좋다.
연기와 불길이 도로에 영향을 미칠 경우, 차 내부로 유독 가스가 유입되지 않도록 창문과 선루프를 닫고 공조 시스템은 내기 순환 모드로 전환해야 한다. 단순히 시야를 가릴 뿐만 아니라 질식 위험이 있는 미세 입자와 유해 물질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불과 연기 때문에 가시거리가 급격히 떨어진 상황에서는 시야 확보가 필수다. 전조등과 비상등을 켜고 차간거리는 평소의 두 배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도로 가장자리에 무단 주정차를 하거나 구경을 위해 속도를 낮추는 등의 행위는 자칫 연쇄 추돌을 야기할 수 있어 절대 해서 안된다.
산불의 열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림보호국에 따르면 나무는 연소할 때 까지 1,100도 이상의 열을 발산하며 낙엽과 건조한 솔잎은 불과 수 초 만에 300도 이상에 도달한다. 불길이 10~15m까지 접근했다면 더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운전자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바깥 공기를 직접 마주하는 자동차에게는 더 취약하다. 범퍼, 램프류를 포함한 플라스틱 소재 부품은 150~250도에서 연화 및 변형되기 시작한다. 타이어는 300도, 유리창은 600도 전후에서 파손된다. 각종 전기 부품과 배선이 녹아내리며 차 화재로도 이어질 수 있다. 연료 탱크나 배터리팩도 마찬가지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차 내에서 에어컨을 켜는 행위도 권장하지 않는다. 자동차의 관련 부품이 달아올라있는 상황에서 에어컨 가동은 냉각 팬 등 주요 부품에 무리를 줄 수 있고 이는 결국 엔진 과열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기 순환을 유지한 채 송풍 모드만을 유지하거나, 평소 대비 높은 온도를 유지하는 게 좋다.
실제 이번 산불로 관련 피해가 보고되기도 했다. 지난 3월 26일 경상북도 영덕군에서 요양원 관계자들이 대피 중 탑승한 차가 불길에 휘말려 폭발했고 탑승자 3명이 안타깝게 희생됐다. 미국 재난관리청에 따르면 차가 화염에 노출될 경우 생존 가능 시간은 불과 90~120초에 불과하다.
차는 안전 공간이 아닌, 오히려 불이 빠르게 퍼지는 ‘밀폐된 인화물’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차는 키를 꽂은 채 문을 잠그지 말고 두고, 코와 입을 젖은 천으로 막은 뒤, 바람을 등지고 도보 대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산불은 단순한 풍경 속 재난이 아니다. 예측 불가한 속도로 확산되는 불길은 도로 위 생존의 룰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운전자에게 필요한 것은 고급 운전 기술이 아니라, 단호한 판단력이다. 불길을 피하고, 연기를 막고, 빠르게 빠져나오는 것. 이 단순한 원칙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안전 장치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