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테슬라 모르겠고 내연기관 회귀에 적극
“일론 머스크에게 특혜는 없었다. 오히려 뺨을 맞은 격이다.” 최근 트럼프의 EV 배제 정책을 두고 나오는 미국 내 여론이다. 무려 3,700억원 가량을 트럼프에게 후원했지만 돌아온 결과물은 BEV의 혜택 축소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트럼프 정부는 테슬라의 주력 시장인 미국 내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가진 내연기관 판매 금지 권한마저 빼앗았다. 당초 캘리포니아는 2035년 무공해, 즉 BEV 승용차 판매 의무화 정책을 확정했지만 최근 공화당이 주 정부의 권한을 박탈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일론 머스크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전기차 구매 때 부여하는 보조금 혜택도 점진적 축소로 돌아섰다. 구매 보조금 7,500달러를 2026년까지만 지급하고 폐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전기차 많이 파는 기업에게 주는 혜택도 올해 말에 종료키로 했다. 심지어 수소, 전기차 충전소, 가정용 재생에너지 세금 혜택도 없앤다. 한 마디로 미국을 ‘다시 기름 시대로 돌리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그 일환으로 연비 규제도 완화한다. 현재는 2031년까지 자동차회사가 판매하는 자동차의 대당 평균 효율을 50.4mpg(ℓ당 약 21.4㎞)로 맞추도록 했고, 제조사들은 BEV 및 HEV 판매로 효율 기준을 맞춰왔다. 트럼프 정부는 이 점을 파고 들어 평균 효율을 계산할 때 BEV를 배제시키고 기준 효율을 낮춘다는 방침이다. 일종의 ‘내연기관으로의 회귀’인 셈이다. 기후변화 등에는 일체 관심이 없는 모양새다. 오로지 미국 석유산업의 촉진에만 초점을 맞추는 형국이다.
미국 정부가 EV 혜택을 축소하면 가장 큰 타격은 테슬라가 받는다. 물론 BEV 생산을 준비했던 제조사도 영향을 받지만 이들은 BEV 촉진이 중단되면 다시 내연기관 생산으로 즉시 전환하면 된다. BEV가 아니라면 HEV라도 생산, 판매하면 그만이다. 반면 테슬라는 오로지 BEV 제품만 보유한 데다 그간 주요 수입원이었던 탄소 배출권도 연비 규제 완화에 따라 내연기관 회사에 판매할 수 없게 된다. 평균 효율 기준이 완화되면 기준 미달을 충족하기 위해 BEV 판매기업으로부터 배출권을 구입하지 않아도 충분히 맞출 수 있어서다.
물론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전기차 사업 외에 얻는 것은 있다. 우주항공기업 스페이스X에 돌아가는 혜택이다. 미국 정부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제공하는 스페이스X에 최대 29조원의 보조금을 부여할 태세다. 선거 때 최대 지원을 받은 트럼프로선 테슬라 전기차는 억제하되 스페이스X는 띄워주는 모양새다. 트럼프가 전기차 억제로 일론 머스크 뺨을 때렸다면 스페이스X 보조금으로 큰(?) 위로를 해주는 격이다.
이런 점을 들어 자동차업계에선 테슬라 자체의 미래를 두고 엇갈린 전망들이 쏟아진다. 먼저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제조업으로서 미국 정부의 BEV 억제는 테슬라에게 위기라는 분석이다. 제품이 팔리지 않으면 공장 가동이 어렵고 손실은 쌓이기 마련이다. 타개책으로 일론 머스크가 들고 나온 것은 자신들이 만든 자율주행 전기차를 유상운송 사업에 투입하는 것이지만 이 또한 일정 수준 규모에 도달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 사이 미국 정부가 바뀌지 않으면 일반 개인 및 렌탈사업자 대상의 판매는 더욱 위축돼 회사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다.
반면 전기차 부문의 위기를 타개할 방책이 로봇에 있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많다. 휴머노이드 작업용 로봇 판매로 제조 역량을 유지한다는 것. 이른바 전기차 제조는 줄이되 로봇 제조 확대로 테슬라의 기업 가치를 오히려 증대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미래적 가치 외에 테슬라가 당장 전기차 판매로만 수익을 낼 수 있느냐다. FSD 프로그램의 구독 확대로 판매 이익이 어느 정도 상쇄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자동차 제조사로 테슬라의 입지는 점점 위축되는 게 현실이다. 믿었던 트럼프마저 BEV 주력의 테슬라에 그리 우호적이지 않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