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 대선, 모빌리티 공약으로 보는 정치의 진심

입력 2025년05월28일 07시55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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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빌리티, 이동 수단 아닌 국가 철학의 문제
 -산업·기후·복지·노동 모두 관통할 수 있어야

 

 각 정당의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모빌리티 공약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이들이 어떤 방향으로 대한민국을 끌고 나갈 것인지에 대해 어렴풋이 알 수 있다. 

 


 

 어떤 후보는 고속도로와 철도망을 대대적으로 깔겠다고 말하고 어떤 후보는 내연기관을 퇴출하겠다고 선언하며 누군가는 번호판 색을 바꾸겠다는 공약까지 제시한다. 그럴싸해보이지만 실상은 정치적 유불리만 계산한 조각난 구상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 특정 계층이나 지역의 표심을 얻어보겠다는 의중 정도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교통은 국가 운영의 핵심 기반이자 산업, 기후, 복지, 노동 정책을 관통하는 중요한 의제다. 그렇기 때문에 선심성 혜택이나 감성적인 구호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우리나라를 넘어 전 지구적인 대혼돈에 빠져있는 지금. 이 나라에 필요한건 철저한 전략과 명확한 우선순위다. 긴 호흡과 실현 가능한 계획 없이 해왔던 것들, 기존의 정책을 비틀거나 뒤집는 방식으로는 무리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후보들의 공약에서 이러한 전략적 통찰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전기차 전환, 자전거 도로 확대, GTX 완공, 통합 대중교통 패스 등 개별 정책은 나름의 필요와 논리를 갖추고 있다. 문제는 그것들이 한결같이 단선적이라는 데 있다. 국민이 ‘무엇을’ 누릴 수 있을지를 강조할 뿐, 국가가 ‘어떻게’ 그것을 실현하고 감당할지를 말하는 후보도 드물다. 

 


 

 교통 인프라 개발에만 매달리는 공약은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 도로와 철도, 공항은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전 세계가 탈탄소 시대를 준비하는 전환의 시기다. 교통 정책 또한 기후위기 대응과 녹색 전환을 염두에 둔 종합 전략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탄소배출 감축 없이 교통 인프라만 늘리는 계획은 현실을 외면한 공허한 개발주의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다른 정책들이 더 우위에 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모빌리티 분야의 공약을 출산장려나 복지 및 노동정책의 수단으로 끌어오는 정책도 더 꼼꼼한 검토가 필요하다. 별도 번호판을 다자녀 가구에 부여하고 도로 이용을 우대하겠다는 발상은 출산 장려 대책으로선 차치하더라도 기존 교통 체계의 공공성과 형평성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재원 조달 문제에서도 지적할 부분이 많다. 마이너스 성장의 공포가 도래하는 가운데 재정 적자가 확실시된 지금, 친환경차 보조금을 늘리고 대중교통을 공영화하며, 대규모 도로와 철도망을 깔겠다는 계획을 말하면서도 이러한 정책에 소요되는 천문학적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희미한 언급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직한 정치라면 유권자에게 반드시 설명해야 한다. 필요한 재정이 얼마이고, 그것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그에 따른 부담은 사회 각 계층에 어떻게 배분될 것인지. 부담은 뒤로, 혜택만 앞세우는 공약은 결국 국민 모두에게 고통으로 되돌아올테고 그 다음 정부의 발목을 잡을 일이다. 

 

 모빌리티 공약은 포퓰리즘으로 얽혀서는 안된다. 이 나라가 앞으로 어떤 산업 구조를 만들고, 어떤 도시를 설계하며, 어떤 식의 기후 대응 체계를 가질지를 가늠하는 지표다. 이동 수단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국가 운영 철학에 대한 선언이다. 당초 계획보다 빠르게 치러지는 대선이라지만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공약이 얼마나 화려하고 특이한지를 볼 것이 아니라 그 공약이 어떤 철학과 전략 위에 세워졌는지를 살펴야 한다. 선심과 전략은 공존할 수 없다. 표를 얻기 위한 공약이 아닌 미래를 준비하는 계획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번 선거는 그 진심을 가려내는 시험대가 되어야 한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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