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M, 모터스포츠를 위해 태어나
 -람보르기니가 생산 맡을뻔한 이력도 
 -단종 이후에도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활약

 BMW코리아가 지난달 30일부터 6월 1일까지 BMW M FEST 2025를 기념해 공개한 M1은 클래식카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차다. M의 시작을 알린 M 배지가 달린 첫 차여서다. 

 BMW는 오랜 기간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활약해왔다. 유럽 모터스포츠의 전성기였던 1970년대도 마찬가지였다. BMW는 이 시기 3.0 CSL을 앞세워 유럽 투어링카 시리즈를 휩쓸었고 회사 내부적으로도 상당한 성취감에 빠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M1이 계획되기 시작한 것도 이 때 즈음이다. 3.0 CSL의 후계자로 계획된 M1은 1975년 BMW 모터스포츠 사업부를 이끌었던 요한 네르파슈. 그는 1972년 공개한 BMW 터보 콘셉트를 눈여겨봤다. BMW 2002에 얹은 2.0ℓ 4기통 터보 엔진을 미드십으로 배치한 차로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과 직접 경쟁하기 위해 계획됐지만 경영진의 반대로 출시가 무산된 차였다. 

 네르파슈가 이 차에 주목한 이유는 분명했다. 미드십은 가장 무거운 단일 부품인 엔진을 차체 중앙에 배치한 구조다. 이렇다 보니 안정적인 무게 배분을 구현할 수 있고 이는 결국 모터스포츠에서도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레이아웃이었다. 

 문제는 BMW가 미드십 스포츠카를 만들어본 경험이 없었다는 점이다. 결국 BMW는 협업 대상을 찾아야 했고, M1 레이스카를 개발하기 위해 이탈리아에 손을 내민다. 이들이 물색한 파트너는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진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이탈리자인. 그리고 생산 파트너로서 미드십 제조 노하우가 풍부한 람보르기니였다. 

 BMW와 두 파트너는 협업을 통해 M1 레이스카 개발에 속도를 낸다.  터보 콘셉트보다도 강력한 3.5ℓ 직렬 6기통 엔진을 미드십으로 얹었고 비슷한 시기 카로체리아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쐐기형 디자인을 채택했다. 로드카 버전은 277마력, 최고속도 260㎞/h를 발휘했고 레이스용은 무려 850마력을 냈다. 

 그런데 완성 직전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생산을 맡기로 했던 람보르기니가 재정난으로 프로젝트에서 손을 뗀 게 첫번째다. 결국 BMW 모터스포츠사업부는 울며 겨자먹기로 모든 레이스카를 독일에서 수작업으로 생산하기로 결정한다. 

 두 번째 위기는 곧바로 다가왔다. 국제자동차연맹(FIA) 측이 BMW가 출전을 염두하고 있던 그룹4 레이스 규정을 변경해버린 것. M1이 출전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400대 이상의 로드카, 즉 양산차를 판매해야 했다. 다행히 레이스카 판매량도 이 '400대'에 포함되었고 BMW는 이 점을 노려 1978년 포뮬러 원(F1) 그랑프리 프리레이스 성격인 M1 원메이크 레이스를 연다. M1이 대중에게 처음 선보여진 순간이었다.

 원메이크 레이스와 일반 판매를 통해 약 460여대의 M1이 세상에 나왔지만 성공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몇 번이나 개발 과정에서 암초를 만나며 돈은 돈대로 들었는데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빠르게 바뀌는 모터스포츠 규정을 따라잡기도 어려웠다. 결국 M1은 1981년 전격 단종된다. 

 하지만 단종이 끝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M1은 이후에도 여러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활약한다. 기존의 그룹4 레이스는 물론 더 혹독한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와 그룹 B 랠리에서도 활약했다. 회사 차원에서도 M1 개발 과정에서 터득한 노하우가 M을 BMW의 고성능 브랜드로 육성하는 밑거름이 됐다. 

 M1을 계승하려는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2008년에는 주지아로가 다시 설계를 맡은 M1 오마주 콘셉트가 등장했고 이는 2009년 이피션트다이내믹스 콘셉트로 이어져 양산형 i8의 뿌리가 된다. BMW는 최근 두 번째 M 전용 제품인 XM을 출시하고 브랜드의 새로운 시대를 알리고 있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