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서 거기'인 전기차, 마세라티가 만들면 다르다

입력 2025년06월19일 09시15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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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 평준화의 시대, 감성으로 돌파하는 마세라티
 -차가 아닌 삶과 철학을 말하는 브랜드 지향해
 -소너스 파베르, 죠르제띠 등 같은 국적 브랜드와 협업

 

 전기차 때문에 거의 모든 자동차의 성능이 상향 평준화된 시대다. 이렇다 보니 '잘 만든 전기차' 라는 말은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다. 이미 모든 게 잘 돼 있기 때문이다. 

 


 

 정지 상태에서 100㎞/h 가속 성능이 5초 미만인건 이제 너무 흔하다. 300㎞ 이상 달리는 배터리 효율도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조용한 실내, 요란한 디지털 인터페이스, 똑똑하게 반응하는 운전자 보조 시스템까지 필수조건이 됐다.

 

 이런 시대, 전동화를 마주한 마세라티는 조금 다르게 가고 있다. 성능의 평준화 위에 이들만의 감성과 역사, 이탈리안 고유의 미학을 얹었다. 그래서 그레칼레 폴고레는 단순한 전기차라고 말하기 어렵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세라티는 그레칼레 폴고레를 통해 전기차 시대에도 여전히 브랜드만의 언어가 중요하다고 외친다. 

 

 그래서 그레칼레 폴고레는 단순히 새로운 동력계를 탑재한 SUV라고 볼 수 만은 없다. 로마 시대의 원형 극장을 거닐다가,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을 바라보고, 베르디의 오페라를 관람하는 것 처럼 시간과 사람의 손길, 예술, 철학이 살아있다. 전기차는 '기술'이지만 마세라티는 여기에 자신들만의 '유산'을 녹여냈다. 

 



 

 가장 인상적인 요소 중 하나는 '소리'다. 내연기관을 상징하던 배기음이 사라진 전기차에서 마세라티는 자신들의 정체성과 같던 소리를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우주선에서 들릴 것 같은 묘한 소리 대신 자신들의 심장에서 뿜어져 나왔던 음악성을 디지털로 재현해냈다. 단지 소음을 대체하는 게 아닌, 정체성을 구현하기 위한 시도다. 

 

 이 심장의 '고동감'은 같은 국적의 하이엔드 오디오 소너스 파베르를 통해 송출된다. 마세라티의 심장에서 태어난 울림이 이탈리아 장인이 만든 손끝에서 다시 태어난다. 단순한 사운드가 아니라 이탈리아라는 하나의 심장이 자동차 안에서 고동치는 방식인 셈이다. 

 

 그래서 소너스 파베르와 마세라티의 협업은 단순한 탑재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레칼레 폴고레에 적용된 소너스 파베르 시스템은 21개의 스피커, 1,285W의 앰프를 통해 실내 공간을 고음질 3D 서라운드로 채운다. 천연 소재의 진동판,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간의 시간 정렬, 개방형 서브우퍼 설계 등은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을 넘어, 이탈리아 오디오 명장이 빚어낸 하나의 작품으로 표현했다.

 


 

 그레칼레 폴고레의 특별함은 사운드에만 그치지 않는다. 죠르제띠 에디션이라는 또 하나의 감성적 결실 때문. 마세라티가 전기차를 단순한 '또 하나의 파워트레인'이라고 보는 게 아니라는 지극히 단적인 사례다. 

 

 죠르제띠는 1898년 설립된 이탈리아 럭셔리 가구 브랜드로 건축과 예술, 기능이 만나는 우아한 디자인을 추구한다. 천연 가죽과 목재, 최고급 직물, 그리고 가구에 쓰이는 비정형 알루미늄 디테일까지, 이 모든 것은 마세라티라는 공간 안에 거실 같은 따뜻함과 예술적 기품을 불어넣는다.

 

 그렇게 그레칼레 폴고레 죠르제띠 에디션은 죠르제띠의 로텐다 요소를 전기차 속에서 이탈리아 장인의 감성과 럭셔리한 생활양식이 공존하는 곳으로 재탄생시킨다. 마세라티가 단지 차를 파는 브랜드가 아니라, 이탈리아적인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브랜드라는 의미다. 

 


 

 색과 질감의 구성도 남다르다. 마세라티는 푸오리세리에 프로그램을 통해 소비자에게 단 하나뿐인 나만의 컬러를 제안한다. 이탈리아의 바다, 벽돌, 올리브나무, 베로나의 석회암에서 영감을 받은 외장 컬러는 기계가 아닌 회화에 가깝다는 느낌을 줄 정도다. 

 

 마세라티는 과거에도 단지 빠르기 위해 차를 만들지 않았다. MC20은 모터스포츠의 정수를 담았고, 전통적인 GT카의 미학을 간직한 신형 그란투리스모는 마세라티가 어떤 브랜드인지 잘 보여준다. 그리고 그레칼레는 이제 막 새로운 시장으로의 확장을 시작한 제품이다.

 

 자동차의 본질인 '달리기'는 어떨까. 그레칼레 폴고레는 105㎾h 배터리와 두 개의 전기모터를 통해 최고출력 558마력, 최대토크 82.4㎏·m을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단 4.1초에 주파하고 최고속도는 220㎞/h에 달한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33㎞. 

 


 

 이 성능이 경쟁 전기차에 뒤쳐지는 것 처럼 보일 지 모른다. 하지만 마세라티는 수치를 앞세우지는 않았고 과거에도 단지 빠르게 달리기 위한 차만 만들지 않았다. GT, 스포츠, 오프로드, 맥스레인지 등의 주행모드로 운전자가 상황에 맞춰 나만의 감성을 구현하도록 한다. 

 

 그레칼레 폴고레는 단순한 차가 아니다. 베로나의 석양이 머문 속도, 피렌체 골목길에서 들리는 현악기의 음, 장인이 칠해낸 하나의 색, 밀라노 디자이너의 손끝에서 완성된 가구, 그리고 엔지니어가 작곡한 사운드가 버무려진 이탈리아의 집합체다. 

 

 전기차 시대, 모든 것이 효율과 숫자로만 말해지는 이때. 마세라티는 그 너머를 말한다. 전기차 시대에도 마세라티는 여전히 마세라티라는걸 알게 해준다. 

 

 한편, 그레칼레 폴고레의 가격은 1억2,380만원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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