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빗오피스 서울, 아·태 소비자 아울러
-"무엇을 원하나요"가 아닌 "어떤 삶을 사시나요"
-직접 찾아가는 모바일 비스포크 서비스도 제공해
지난 4일 일본 치바현의 마가리가와 클럽. 블랙배지 스펙터의 시험 주행이 한창이었던 현장에서 롤스로이스의 주문제작 팀 비스포크 핵심 인물들을 만났다. 최원근 클라이언트 익스피리언스 매니저, 그리고 제임스 바준 리저널 디자이너. 우리나라와 아시아 태평양 지역 소비자들을 위한 '프라이빗 오피스 서울'을 이끌며 단 하나 뿐인 롤스로이스를 만들어가는 이들이다.
프라이빗 오피스는 롤스로이스의 핵심 철학인 비스포크를 온전히 구현할 수 있도록 설계한 공간이다. 영국 굿우드 본사를 제외하고는 두바이, 상하이, 뉴욕에만 있었고 최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최초로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다섯번째 프라이빗 오피스가 열렸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본사에서 파견된 비스포크 디자이너 및 매니저와 만나 차를 구상하고 디자인하며 인도 전까지 모든 여정을 함께한다. 단순한 디자인이나 선택지 변경이 아닌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삶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주제 기반 제작'이 핵심이다. 프라이빗 컬렉션, 프라이빗 커미션은 물론 차 자체를 새로 만들어내는 코치빌드까지 가능하다.
최원근 매니저는 “소비자들이 처음부터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그럴 때는 어떤 차를 타시는지, 어떤 삶을 사는지, 어떤 감성을 갖고 계신지를 파악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브레인스토밍부터 디자인 확정까지는 수개월, 이후 실제 제작까지 포함하면 평균 2년 이상이 걸리지만 한국의 경우 결과를 빠르게 보고 싶어하는 성격상 이들의 이해를 구하는 게 가장 어렵다고도 털어놨다.
이들은 단순히 롯데월드타워에서만 머무르지는 않는다. 두 사람은 최근 몇 주간 일본, 동남아시아, 뉴질랜드, 인도 등 10개국 이상을 돌며 소비자들을 직접 만났다. 서울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아시아 전역을 돌며 소비자들의 공간을 찾나가는 '모바일 비스포크 스튜디오'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비스포크의 핵심은 경청”이라고 말한다. 요구한 것 만을 수동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말하지 못한 감각과 무의식을 디자인으로 끌어내는 일. 그 과정에서 완전히 새로운 모티브와 콘셉트가 탄생하고, 종종 소비자조차 상상하지 못했던 결과물이 만들어진다.
특히 프라이빗 오피스 서울은 이 과정에 더욱 깊이 관여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제임스 바준이 직접 제작한 디자인 스케치를 바탕으로 차가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은 ‘이 차에는 디자이너의 손길이 실질적으로 담겼다’는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서울은 그의 디자인 감각에도 깊은 자극을 줬다. 바준 디자이너는 최근 서울의 하늘에서 본 '핑크빛 노을'에 매료됐다고 고백했다. 그가 살던 영국에서는 이런 색의 하늘을 볼 일이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 감각을 바탕으로 파스텔 톤을 활용한 새로운 컬러 스킴을 구상했고 이 제안은 실제로 최근 일본의 한 구매자에게 선택받아 실차 제작을 앞두고 있다.
롤스로이스의 비스포크는 이제 더 이상 ‘브랜드가 제시하는 럭셔리’가 아니다. 오히려 구매자의 내면으로부터 출발한 ‘새로운 럭셔리의 탄생 과정’에 가깝다. 그리고 그 여정을 함께 걷는 장소가 바로 프라이빗 오피스다.
일본(도쿄)=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