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뷰] "전기차는 수단일 뿐, 본질은 롤스로이스다"

입력 2025년06월19일 09시20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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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린 니케인·크리스토퍼 하디 인터뷰
 -"롤스로이스에게 EV는 목적이 아닌 수단"
 -"EV, 롤스로이스가 추구하는 성격 구현에 최적"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며 조용한 차는 더 이상 특별하지 않아졌다. 대부분의 전기차가 고요하고, 부드럽고, 빠르다. 하지만 롤스로이스 블랙배지 스펙터는 조용함보다 이를 어떤 방식으로 해석하느냐를 더 중요하게 봤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롤스로이스를 추구하는 블랙배지 스펙터는 조금 더 단단했고 날카로웠으며 조용하지만 긴장감이 넘치는 차라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이토록 운전하고 싶은 롤스로이스를 만든 철학과 의도는 무엇일까. 블랙배지 스펙터 개발에 참여한 크리스토퍼 하디 제품 매니저, 그리고 아이린 니케인 롤스로이스 아시아태평양 총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쇼퍼드리븐 성격이 강했던 롤스로이스다. 스펙터는 이와 반대 성향 같은데
 아이린) "스펙터가 전기차여서 오너드리븐을 염두한 건 아니다. 다만 최근 몇 년간 소비자들이 직접 운전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는 흐름을 목격했다. 럭셔리는 곧 기사를 둔다는 공식이 있었지만 이제는 차를 직접 운전하는 즐거움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팬텀 조차도 이제는 직접 몰겠다는 소비자들이 있을 정도다"

 

 크리스토퍼) "스펙터는 슈퍼 쿠페이고 전통적으로 팬텀 쿠페의 정신적 후속작이다. 전통적으로도 팬텀 쿠페, 던, 레이스 같은 차들은 직접 운전하는 성향이 짙기 때문에 이런 차들의 연장선에 있다고 이해해주면 좋겠다"

 

 -고속에서도 매우 조용했다. 어떤 점 때문일까
 크리스토퍼) "모든 롤스로이스는 고급스럽고 화려하다. 그리고 고요함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를 위해 더 두꺼운 유리, 더 두꺼운 도어 패널, 더 많은 흡음재를 아낌없이 사용한다. 이렇다 보니 실내는 평온함을 유지하고 전기차가 되며 이는 더욱 강화됐다. 우리의 주행 테스트를 맡는 한 드라이버는 평소엔 느끼지 못했던 자신의 숨소리가 정말 이상하다는걸 처음 느꼈을 정도였다(웃음)"

 

 -고성능 롤스로이스이다보니 에어 서스펜션도 특별할 것 같은데
 크리스토퍼) "부품은 일반적인 스펙터와 동일하지만 조율을 다르게 했다. 댐퍼가 조금 더 단단하고 스티어링 휠이 더 묵직하게 느껴졌을텐데, 더 좋은 제품이라기보단 차의 성격에 맞춰 세밀하게 조율한 결과라고 이해해주면 되겠다"

 


 

 -블랙배지 스펙터의 스피리티드 모드가 제법 인상적이었다. 차체에서 진동이 발생하던데 어떻게 구현한건가
  크리스토퍼) "댐퍼 시스템 쪽에서 전달되는 신호다. 차가 이제 주행 준비가 됐다는 감각을 드라이버에게 알려주는 상징적인 연출이다"

 

 -첫 전기차가 SUV가 아닌 쿠페라는 점도 인상적인데 이유가 있다면?
 크리스토퍼) "처음부터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해서 스펙터가 나온 건 아니다. 2도어 쿠페를 새롭게 만들고자 했고 그 시점에 전기차 기술이 충분히 성숙해있던 것이다"

 

 아이린) "2도어 전기 쿠페는 대화거리를 만든다. 전기차는 실용성 중심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정 반대의 형식으로 접근한 것이다. 전기차지만 럭셔리 2도어 쿠페라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상당한 임팩트를 줬다고 생각한다"

 

 -전기차 시대에 접어들며 정숙성과 성능은 상향평준화됐다고들 한다. 롤스로이스는 어떤 경쟁력을 갖고 가는지?
 크리스토퍼) "스펙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건 전기차라는 것 보다 롤스로이스라는 점이다. 전기 파워트레인과 무관하게 롤스로이스의 DNA는 일관되어야 한다. 고요함과 즉각적인 토크 같은 특성은 그간 롤스로이스가 추구해왔던 바와 잘 맞아떨어진다. 롤스로이스에게 있어 전기차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아이린) "럭셔리 브랜드에 있어 가장 중요한건 일관성이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이를 알아차리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많은 롤스로이스 오너들이 이미 여러 대의 차를 보유하고 있고 그 안에서 느끼는 감성, 소재 등에 있어 롤스로이스라는 게 분명하다는 인상을 주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스펙터를 전기차여서 선택하나, 롤스로이스여서 선택하나. 
 아이린) "아마 다양한 이유가 있을 테다. 최신 기술을 접하고 싶은 얼리어답터, 전기 롤스로이스는 어떨까 접근하는 소비자들. 그리고 모든 롤스로이스를 수집하는 이들까지 다양한 동기가 존재한다. 게다가 지금의 롤스로이스 라인업 중 유일한 2도어 쿠페라는 점도 가치를 높이는 요인이다"

 

 -롤스로이스의 아키텍쳐 오브 럭셔리 플랫폼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과 어떤 차이가 있나.
 크리스토퍼) "어떤 차종이건 롤스로이스의 주행 감성을 담기 위해 고안한 구조다. 이른바 '매직카펫 라이드'로 불리는 롤스로이스만의 주행 질감을 모든 차종에 일관되게 구현할 수 있는데 이는 아키텍쳐 오브 럭셔리 플랫폼의 유연성 덕분이다" 

 

 -최근 추세를 보면 완전 전동화를 선언했다가 하이브리드로 선회하는 브랜드도 있는데, 전기차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크리스토퍼) "전기차는 무게 중심이 낮다. 우리가 원하는 승차감과 퍼포먼스를 구현하기에는 최적의 구동 방식이다. 하이브리드로 간다면 오히려 이런 감성을 해칠 수 있을 것 같다"

 


 

 -전기차를 선택하는 소비자들 중 윤리적인 소비에 민감한 이들도 많다. 지속가능성 측면에선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크리스토퍼) "멸종위기 등에 처한 나무는 사용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임산물만 사용하고 있다. 가죽도 윤리적인 방식으로 사육된 목장의 소의 가죽만을 사용하는 중이다. 이 외 새로운 친환경 소재도 꾸준하게 연구되고 있다"

 

 -찰스 롤스와 헨리 로이스가 스펙터를 봤다면 뭐라고 반응했을지 궁금하다.
 크리스토퍼) "우리의 창업자들은 100년 전 이미 전기 드라이브트레인이 롤스로이스에 이상적일 것이라 예언했다. 그 조용함과 정숙함이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아마 스펙터를 보게 된다면 '드디어 내 예언이 실현됐구나' 하고 기뻐할 것 같다. 아마 스피리티드 모드도 좋아하지 않았을까(웃음)"

 

 일본(치바)=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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