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보험 수리 때 사용 부품, 논란이 뭐길래

입력 2025년07월28일 17시2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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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과 사회의 재산권 충돌, 공론화 필요

 

 자동차가 고장 났을 때 사용 가능한 부품도 여러 기준에 따라 분류된다. 먼저 유통을 누가 하느냐가 기준이다. 한 곳의 부품 제조사가 공급하는 경로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때 우선 공급처는 자동차 제조사이고, 제조사는 공식적으로 별도 유통 사업자와 협력한다. 물론 직접 유통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공급되는 부품에 ‘순정부품(Genius Part)’이라는 용어를 쓴다. 법률상 용어는 아니며 공식 사업자 제공을 강조하는 선전 문구다. 소비자들은 ‘순정부품’을 속임이 없고 성능 등이 보장되며 문제가 생기면 애프터서비스도 자동차 제조사 또는 유통사가 책임진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동일 부품을 부품사가 다른 유통 사업자에게 공급할 수도 있다. 디자인과 설계, 기능, 소재 등이 똑같은 부품을 자동차 제조사 이외 유통 사업자에게 공급해 정비 현장에서 수리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를 ‘대체부품’이라 부른다. 쉬운 용어로 정리하면 순정부품은 브랜드 상품, 대체부품은 노브랜드 상품일 뿐이다. 하지만 제조사는 한 곳이며 모양, 소재, 성능도 같다. 

 

 이때 차이는 유통 경로와 가격이다. 동일 부품이 백화점과 재래시장에서 판매되는 것과 같은 논리다. 한 곳의 의류 공장에서 만든 옷을 백화점이 팔면 ‘백화점 의류’가 되며 가격이 비싸진다. 물론 해당 가격에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져야 할 백화점의 환불 교환 등도 포함된다. 한 마디로 애프터서비스는 확실히 보장되는 셈이다. 그런데 같은 공장에서 생산된 의류가 재래 시장에서 판매되면 ‘재래시장 의류’가 되고 가격은 저렴하다. 이때 구매한 의류에 문제가 발생하면 재래 시장 판매자가 애프터서비스를 해야 한다. 

 

 유통 경로 차이에 따라 발생하는 가격은 실제 자동차를 수리할 때 누군가 지불하는 정비요금과 직결된다. 이때 누군가는 바로 보험사를 의미한다. 보험사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대체 부품 사용을 원한다. 반면 직접 수리를 받는 소비자는 혹시 모를 불안감 때문에 순정부품 사용을 선호한다. 소비자 개인이 정비요금을 지불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대체 부품을 사용하면 모든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는 설득 논리를 내세운다. 반면 보험 가입자는 ‘내 차는 최대한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해 대체 부품을 외면한다. 

 

 보험 수리 때 대체 부품 사용 강제는 이전 제도의 비효율성에서 비롯됐다. 수리를 요청한 보험 가입자가 대체 부품을 사용하면 순정부품과 차이 나는 가격의 25%를 보험 가입자에게 개별 보상했다. 그럼에도 순정부품 선호 현상이 떨어지지 않자 국토부는 보험 수리 때 대체부품 사용을 강제해 보험료를 낮추려는 제도를 도입했다.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강제’라는 부문이다. 개별 선택권을 존중해 차액을 보상함에도 대체 부품 선택이 되지 않자 강제를 도입했고, 이를 두고 지나친 소비자 선택 제한이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중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유통 경로에 따른 자동차 제조사의 애프터서비스 책임이다. 자동차 제조사는 자신들이 공식 위탁한 경로를 벗어난 대체부품 사용 때는 애프터서비스를 책임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A라는 부품이 고장 나 대체부품을 썼는데 연동된 B라는 부품에 문제가 생기면 A와 B 모두 책임지지 않는다. 그런데 대체 부품은 대부분 안전과 무관한 것들이다. 외장 부품이 대부분이어서 정부도 자동차 제조사가 AS를 거절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만들었다. 

 

 그래서 이번 논란은 전체와 개인의 갈등이다. 자동차보험의 보상비를 낮춰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를 줄여줄 것이냐, 아니면 개인의 재산 선택권을 유지할 것이냐의 논란이다. 이른바 순정부품과 대체부품의 품질 차이는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보험 가입자는 보험료 인하를 요구한다. 그러자면 대제부품도 사용돼야 한다. 그러나 개별 보험 가입자는 ‘나만 아니면 돼’라는 입장을 내세운다. 순정부품과 대체부품 논란도 공론화가 필요해 보인다. 일정 연식이 지난 경우에 한해 대체제부품 사용 의무화를 도입하는 것을 포함해서 말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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