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준비 자세부터 남다르다” 포르쉐 금형 제작 살펴보니

입력 2025년09월29일 08시25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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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르쉐AG, 금형 제작 사업 인수 및 발전
 -전통과 장인정신, 하이테크의 결합

 

 양산을 확정지은 제품을 최종적으로 만들기 위한 첫 번째 과제가 바로 금형이다. 설계대로 완성한 정교하면서도 올바른 금형이 있어야 제품 완성도를 높이고 대량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금형은 맨 앞단에서 기틀을 잡고 완벽한 생산을 위한 첫 단추나 다름없다. 시작 단계인 금형에 누구보다 진심인 브랜드가 있다. 바로 포르쉐다. 아름다운 실루엣과 디자인 완성도를 높이는 이유이자 정교한 감각을 만들어내는 출발점. 포르쉐 금형 제작 기업을 찾아가 직접 살펴봤다.

 



 

 드레스덴에서 남서쪽으로 120㎞ 떨어진 슈바르첸베르크, 가을비가 내리며 목가적인 분위기가 흐르는 조용한 마을로 향하니 커다란 건물이 하나 나온다. 이곳이 바로 포르쉐 베르크초이크바우 그룹이 담당하는 금형 공장이다.

 

 먼저, 포르쉐 베르크초이크바우 그룹은 포르쉐AG의 100% 자회사로 8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슈바르첸베르크와 슬로바키아 두브니차에서 포르쉐를 위한 성형 및 절삭 공구를 생산하고 있으며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를 위한 제품도 생산한다. 이후 2015년 8월 포르쉐는 로봇 전문 기업 쿠카(Kuka)의 금형 제작 부서를 두 거점과 인수했고 지난 수년에 걸쳐 자동차 플랜트 엔지니어링 및 생산 시스템 개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강화해 왔다.

 

 포르쉐 베르크초이크바우 그룹은 외부 차체 부품 생산을 위해 프레스 공장에서 사용되는 성형 금형 개발에 오랜 시간 독보적인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대형 금형이 제작된 역사는 125년이 넘는다. 포르쉐를 위한 위탁 생산업무의 역사 역시 길어 1930년대 말에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가 설계한 폭스바겐 비틀의 성형 금형이 이곳에서 만들어졌을 정도다. 루프, 리어 윈도우, 카울 패널이 단일 강판 부품으로 만들어진 것은 독일 자동차 생산 역사상 처음이었다. 

 

 포르쉐 AG가 금형 제작 사업을 인수해 기술적으로 더 발전시킨 것은 2015년부터다. 자체 공장 건설 및 생산 컨설팅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했다. 당시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자동차 브랜드의 다양한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현재 포르쉐 베르크초이크바우 그룹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 거대한 금형 틀이 보였다. 그리고 필요로 하는 각 부품에 맞춰서 정교하게 거푸집이 형성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두께가 수 밀리미터에 불과한 알루미늄 판재를 활용하는 복잡한 부품들은 슈바르첸베르크와 슬로바키아의 두브니차에서 개발한 성형 및 절삭 기계로 제작된다. 이 같은 툴은 자동차 제조 공정의 개별 프레스와 자동화 프레스 라인에 쓰이고 스마트 프레스 샵에서도 활용된다.

 

 금형의 핵심은 정교함이다. 단 1mm의 오차도 허용해서는 안되며 완벽에 완벽을 거듭해 케이스를 만들어야 한다. 이에 포르쉐 베르크초이크바우 그룹은 최첨단 시뮬레이션 기술과 결합한 지속적 CAE (컴퓨터 지원 엔지니어링) 프로세스 체인을 토대로 고정밀 제품을 만든다. 이미 수년 전부터 괴팅겐에 본사를 둔 기계 엔지니어링 업체인 안트리츠 슐러의 2,500톤 급 서보 프레스도 공정에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주문받은 모든 프레스를 복제하고 최고의 정밀도로 금형을 가공할 수 있다.

 

 알루미늄을 성형할 수 있는 금형 제조에서도 독보적인 실력을 갖췄다. 콜드성형이 기본이며 다양한 노하우가 들어있다. 참고로 알루미늄을 성형하기 위해서는 표면에 윤활제를 발라야 한다. 윤활제는 몇 단계를 거쳐 매우 균일하게 도포해야 한다. 윤활제를 얼마만큼 양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완성도가 달라지는데 이 곳은 해당 영역에서 노하우를 갖고 있어 높은 품질을 구현할 수 있다.

또 알루미늄은 인장력이 강철보다 낮아 두께를 높게 가져가는 특성이 있다. 이와 함께 알루미늄은 성형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야 하고 그래야만 깔끔한 표면을 구현할 수 있다. 포르쉐 베르크초이크바우 그룹은 이 부분에서도 엄청난 기술 프로세스를 확보하고 있어 문제없이 완벽한 결과물을 뽑아낸다.

 

 이 외에도 강철 덩어리와 다름없는 금형은 무게가 최대 60톤에 이를 정도로 엄청나다. 그만큼 공장을 운영하는데에 있어서 환경 규제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금형 제작에 있어 경량 구조는 매우 중요한 과제로 부각했다.

 



 

 이를 위해 슈바르첸베르크에서는 생체공학 원리에 따라 금형을 제작하는 경우를 늘리고 있다. 마칸 일렉트릭의 금형이 대표적인데 벌집 구조가 특징이다. 언더컷과 같은 복잡한 형상을 구현하는 슬라이더 또한 생체 공학적으로 설계했다. 이를 통해 같은 방식으로 재료 사용량과 무게를 줄일 수 있어 동일한 강성을 유지하면서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줄일 수 있었다.

 

 중앙에는 거대한 프레스 기계가 놓여 있다. 위에서 2,500톤의 압력으로 누르고 아래에서는 500톤으로 충격을 저항해 온전한 패널이 나올 수 있게 도와준다. 한화로 약 160억원 정도의 설비이며 9개가 공장 곳곳에 위치한다. 이는 독일 할레에 위치한 스마트 프레스 숍과 동일한 기계이며 설계 값을 비롯한 각종 데이터를 바로 보낼 수 있다. 그만큼 실제 현장 투입 시 오차를 줄이고 빠른 피드백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디지털화 전환에 따라 금형 제조의 세계도 변화시키고 새로운 가능성을 개척하고 있다. 포르쉐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AI를 탑재한 새로운 도구를 개발하고 적용하는 것. AI 도구는 특정 영역의 설계를 자동화할 수 있도록 개발됐고 이미 툴 디자이너들을 지원하고 나아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더 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층 높은 수준으로의 기술적 도약과 함께 소비자에게 실질적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포르쉐 베르크초이크바우는 새로운 노터치(No-Touch) 전략을 발전시키고 있다. 자동화 기계 기반의 정밀 마감 공정이 더욱 성장하면서 금형 표면을 수작업으로 재가공하는 절차와 그에 따른 반복 작업의 필요성이 사라진 것. 이 공정은 거칠기를 마이크로미터(μ) 단위로 유지하도록 하고 사람의 눈으로는 도장 마감 관점에서 ‘보석’과 같은 효과로 인식하게 만들어 포르쉐 스포츠카의 우수한 품질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회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출시를 앞둔 카이엔 일렉트릭에 들어가는 배터리 모듈을 생산하는 자회사 포르쉐 스마트 배터리 샵을 설립하기도 했다. 포르쉐AG가 올해 3월 바르타AG 그룹으로부터 V4드라이브를 인수한 데 이어 V4스마트로 사명을 변경하며 포르쉐 베르크초이크바우 그룹의 사업 영역을 더욱 넓힌 것. 포르쉐 베르크초이크바우 그룹은 이미 뇌르틀링겐 공장의 배터리 생산 라인 확장을 주도하고 있었다. 참고로 V4스마트의 셀은 911 GTS와 911 터보 S에 부스터 셀로 사용 중이다.

 

 카를로 모데스토 포르쉐 금형·공구 제작 그룹 총괄 사장은 포르쉐가 우리가 단순히 좋아서 인수한 게 아니며 우리가 포르쉐 디자인을 알루미늄으로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인수한 것”이라며 “스포티하고 넓은 포르쉐 특유의 아이덴티티, 그리고 이를 완벽하게 구현하는 알루미늄 패널과 근본인 금형 제작 기술에서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어 환상적인 디자인의 포르쉐를 실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슈바르첸베르크) =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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