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살리기 위해 달리지만 책임은 운전자 몫
-구급차 보호를 위한 명확한 기준 필요해
최근 강원도 원주에서 환자를 긴급 이송하던 119 구급차가 교차로에서 승용차와 충돌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구급차가 전도돼 장기 손상으로 이송 중이었던 50대 환자가 끝내 숨을 거뒀고 구급대원 3명과 보호자도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 더욱이 사고가 발생한 충주에서 권역외상센터가 있는 원주로 약 50분을 달린 뒤 병원까지 10분 정도를 남겨놓은 시점에서 벌어진 일이라 안타까움을 더했다.
<사진 : 내용과 무관>
이 사고는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라, 긴급자동차를 둘러싼 법과 현실의 간극을 그대로 드러낸 사례다. 이후 사건에 대한 책임이 구급차 운전자로 향했으며 현행 법과 실질적인 논리라는 부분에서 문제점을 야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도로교통법(제30조)상 구급차는 ‘긴급자동차’로 규정하고 실제 응급환자 이송 중 사이렌과 경광등을 사용한 경우 신호위반과 속도 제한에 대한 특례를 인정하고 있다. 즉, 구급차의 신호위반 자체는 불법이 아니라는 뜻이다. 문제는 이 특례가 허용에 그칠 뿐 사고 발생 시 책임 범위를 보호하는 기준으로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긴급자동차라 하더라도 다른 차량의 통행을 방해하거나 사고 위험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법에 명시돼 있다. 즉, 신호를 어길 권한은 있지만 사고를 내면 운전상 주의의무 위반은 따로 따진다는 것이다. 사이렌·경광등이 켜져 있었는지, 교차로 진입 전 충분히 감속했는지, 상대 차량이 구급차를 인지할 수 있었고 교차로 구조상 시야 확보가 가능한지에 대한 부분까지 종합해서 주의 깊게 운전을 했느냐를 본다. 사고 당시의 상황에서 이 같은 부분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구급차 운전자인 구급 대원은 교통사고 특례법 위반으로 금고형에 처해질 수 있다. 사이렌을 울린 이유보다 사고를 피하지 못한 책임을 먼저 설명해야 하는 구조다.
물론 안전을 위한 기준이고 법의 해석이 타당한 건 맞지만 현장에서는 역설을 낳는다. 사고는 언제 어떻게 순식간에 발생할 지 모르는데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며 증명하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결국 사고가 발생하면 형사 책임과 민사 책임, 징계 가능성까지 모두 개인에게 집중되는 구조 속에서 구급대원들이 긴급한 환자를 제대로 이송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지금의 제도 아래에서는 빠르게 달리는 구급차가 오히려 가장 위험한 선택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생명의 골든타임보다 사고 회피가 우선되는 운전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를 두고 현장에서는 "긴급자동차는 이름만 남았다"는 볼멘소리도 쏟아내고 있다. 생명을 실은 차를 일반 교통 규범 속에 그대로 밀어 넣으면서 결과에 대한 책임만 강화하는 구조가 과연 합리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구급차를 무조건 면책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긴급 이송 상황에서 적용될 수 있는 명확하고 현대적인 기준 없이 현장에 판단과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긴급 이송 상황에서 어느 수준의 위험 감수까지 허용되는지 사고 발생 시 책임을 어디까지 감경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하고 현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구급차를 보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의 법과 원칙으로는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오히려 줄이고 있을 뿐이다. 법은 안전을 지키고 있지만 동시에 생명을 늦추고 있는 건 아닌 지 깊은 생각과 모두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