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vs 전기, 결국은 에너지 패권

입력 2026년03월27일 14시41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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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행정부가 캘리포니아 배출가스 규제 무력화에 나선 데는 정치적 목적이 숨어 있다. 표면적 소송 이유는 BEV 의무화가 소비자 비용을 높이고 연방 법률에 위배된다는 것이지만 민주당 출신 주지사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짙게 깔려 있다. 하지만 미국 또한 자동차 연료 가격이 치솟자 BEV로 시선을 돌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오히려 기름 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에너지 비용이 저렴한 BEV 제공은 자치단체가 시행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라며 연방정부의 소송을 방해로 표현한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신차의 연비 기준을 완화하는 데도 집중한다. 한 마디로 석유 중심의 미국 에너지 패권을 보다 강화하려는 차원이다. 수송 부문은 석유를 마음껏 쓰면서 미국이 석유에 대한 절대적 권한을 유지하겠다는 심산이다. 이른바 ‘석유패권’의 강화다. 

 

 반면 중국은 수송 부문의 석유 사용을 억제하려 한다. 대신 전기를 구동에 활용, 탄소 감축과 전기차 주도권 확보를 동시에 추진한다. 미국이 석유패권에 매진할 때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전기패권’에 눈독을 들인다. 이럴 때 미국은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진다. 신흥 강대국이 부상해 기존 패권국 지위를 위협할 때 양국이 결국 전쟁으로 치닫는 구조적 상황이 투키디데스 함정이다. 미국은 중국의 전기차 부상을 억제하기 위해 석유 중심의 ‘자동차 전쟁’을 펼치려 한다. 중국산 전기차의 미국 진입을 막고 소재와 원자재 유입도 철저하게 차단한다. 이때 중국은 미국 이외 국가를 겨냥해 전기차를 쏟아낸다. 이 과정에서 전기패권 속에 포함될 산업적 기반도 함께 제공한다. 흔히 ‘일대일로’로 표현되는 전략이다. 

 

 석유와 전기의 패권 갈등 속에 놓인 여러 나라들은 그래서 혼란스럽다. 내연기관도 유지해야 하고 스스로 전기를 만들어 사용하는 에너지 독립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해외 에너지 의존도를 낮출수록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때 중요한 지표가 예측이다. 연간 판매되는 신차 내 내연기관과 전기차 비중을 정확히 전망할수록 대책도 구체화된다. IHS 마켓에 따르면 2021년 14억대 수준의 세계 자동차 숫자는 2050년 20억대 이상으로 늘어난다. 이 가운데 6억1,000만대 정도를 전기차로 내다본다.

 



 

 동시에 2050년에 판매되는 신차의 절반을 전기차로 예상한다. 이렇게만 보면 전기패권이 유리해 보인다. 그러나 석유패권도 만만치 않다. 하이브리드 등의 고효율화가 진행되면서 여전히 석유는 수송의 중심 에너지다. 오히려 단위 거리당 사용 연료량이 줄어 내연기관을 굳이 포기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 그래서 전기차가 내연기관의 종말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실제 롤스로스이는 2030년 전동화 계획을 전면 폐지했다. 혼다 또한 미국에서 생산, 판매하려던 전기차 계획을 취소했고, GM 또한 미시건주 전기차 공장을 내연기관으로 재빨리 전환했다. 미국 정부의 석유패권에 동참한 형국이다. 

 

 그러나 전기차로 산업 지형을 바꾸려는 국가도 많다. 특히 개발도상국에게 전기차는 새로운 먹거리다. 친환경이 명분이지만 이면에는 그들 또한 자동차산업의 육성을 꿈꾼다. 그간 글로벌 내연기관 자동차기업 유치에 적극적이었던 전략을 전기차로 바꾸는 중이다. 

 

 이런 이유로 글로벌 대형 자동차기업은 고민이 많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이때 멀티모달(Multi Modal) 전략을 떠올린다. 내연기관도 하고 전기차도 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예측이 너무 어렵다. 해마다 다양한 시장 예측 보고서가 쏟아지지만 제대로 들어맞는 것도 별로 없다. 소득 수준, 정부 정책, 인구, 에너지 수급 현황 등 다양한 변수를 넣고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지만 변화 속도가 빨라 제품 대응이 늦기 일쑤다. 또한 예측이 틀려 공장별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따라서 어쩔 수 없이 전기차 부상을 막으려는 미국의 석유패권과 이를 능가하려는 중국의 전기패권 모두에 대응할 수밖에 없고 이제는 비중 예측의 정확도가 곧 지속 생존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

 

 박재용(공학박사, 자동차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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