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의심, 전부 "페달 오조작" 사고

입력 2024년09월12일 08시52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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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과수, 5년간 급발진 의심사고 분석
 -모두 페달 오조작이 원인으로 밝혀져
 -페달 블랙박스 사업자, 공포 마케팅 비판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최근 5년간 분석한 급발진 의심 사고 원인은 모두 페달 오조작인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국과수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급발진 의심 사고 분석 현황'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 6월까지 총 364건의 급발진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이 중 국과수가 사고기록장치(EDR) 데이터 등을 분석한 결과 차가 완전 파손돼 분석이 불가능했던 경우(42건)를 제외한 나머지 사고(321건) 모두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이 원인으로 나타났다.
 
 최근 급발진 논란은 지난 7월 발생한 시청역 역주행 참사에서 비롯됐다. 이에 검찰은 과학수사 결과를 토대로 사고 원인을 가속페달 오조작으로 결론짓고, 사고 운전자를 구속 기소했다. 추후 재판 결과를 기다려봐야 하겠지만 EDR(사고기록장치), CCTV를 비롯해 신발 바닥의 패턴 흔적 등이 운전자 페달 오조작 사고에 무게를 둔 상황이다.
 
 하지만 공적 기관의 과학적 증거가 명확함에도 여전히 급발진 논쟁은 이어지는 중이다. 오히려 페달 블랙박스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부터 입증 책임을 제조사에게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게다가 급발진 논란은 유독 국내에서만 논쟁이 불거져 시선을 끈다. 
 
 급발진이 없다는 주장에 힘을 실은 사안은 최근 국과수가 공개한 두 건의 페달 블랙박스 영상 공개다. 운전자는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영상에선 명확히 페달 오조작이 실행된 것. 그럼에도 급발진의 존재 유무를 두고 과학적 근거가 없는 주장들이 쏟아진다.  

 

 국과수 등이 운전자 페달 오조작에 원인을 두는 또 다른 이유는 해외 사례다. 일본의 경우 인구 고령화에 따라 한 해 3,000건 이상의 페달 오조작 사고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급발진‘ 용어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급가속' 또는 '페달 오조작 사고' 등의 용어가 일반적으로 통용된다. 기본적으로 운전자 에러에 의해 사고가 발생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더욱이 페달 오조작 방지시스템을 2012년부터 도입, 급가속 사고를 꾸준히 줄여가는 중이다. 실제 2021년 신차 가운데 해당 장치를 탑재한 차는 93%에 달했으며 사고율 역시 10년 전에 비해 50% 가까이 축소됐다.
 
 미국은 급발진 대신 ‘의도하지 않은 가속(Sudden Unintended Acceleration(SUA)'이라고 용어를 사용한다. 아울러 미국 내에서도 아직 급발진이 인정된 사례는 없다. 2009년 발생한 도요타 급발진 사건은 전자계통의 오류가 아닌 가속페달 문제로 결론이 났다. 이후 페달 끼임 현상(pedal sticking down)을 급발진 이유로 바라보는 시각도 보편화 돼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급발진 논쟁이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번 국과수 조사 결과와 같이 급발진 주장 사고 대부분이 페달 오조작으로 결론이 나고 있지만 이제는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여론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급발진의 대부분이 운전자 본인 착각에 의해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페달을 브레이크로 확신한다는 것. 동시에 순간적인 가속을 차량 결함 등으로 의심하는 것이 더해져 급발진으로 여긴게 된다고 설명한다. 특히 다양한 미디어에 자극적인 급발진 영상이 노출될수록 확증편향은 더욱 심해진다고 덧붙인다. 
 
 급발진 주장 확산은 일부 페달 블랙박스 판매사업자의 매출을 위한 꼼수라는 주장도 끊이지 않는다. 특히 이들은 다양한 미디어에 등장, 급발진을 주장할 때마다 페달 블랙박스 판매를 함께 제안하는 등 자신들의 사업을 위해 급발진 공포심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특히 “신차 운전자는 더 조심스럽게 운전하기 때문에 실수할 가능성은 0%에 가깝다"라거나 "엔진 굉음과 백색 연기가 나는 현상은 급발진의 증거"라는 언급을 여과 없이 쏟아낸다. 더욱이 문제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반복하며 소비자에게 급발진이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다는 것. 
  
 이들이 공동적으로 주장하는 또 다른 내용 중 하나는 'EDR'의 신뢰성 문제다. EDR은 사고가 발생하면 사고 시점 이전 5초 동안의 각종 데이터를 휘발성 메모리에 기록, 저장하는 구조다. EDR에 기록이 필요한 정보들은 각각의 제어기로부터 수신한다. 사고 차의 EDR 분석의 핵심인 가속페달과 제동페달에 대한 정보 역시 각각 분리돼 수신된다. EDR로 데이터를 보내는 각각의 모든 제어기가 한꺼번에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가능성은 없다. 제어기에 오류가 발생할 경우 EDR에는 '고장', 또는 '유효하지 않은 데이터'로 기록된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에서도 의도하지 않은 가속 사고 발생시 EDR을 기반으로 조사한다.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 국가에서 EDR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여론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편, 급발진 논쟁이 커지면 커질수록 주목받는 시장이 있다. 바로 '페달 블랙박스' 시장이다. 해외에서 우리나라만큼 페달 블랙박스 시장이 활성화된 나라가 없을 정도다. 공교롭게도 급발진을 강력하게 주장할수록 간접적으로 페달 블랙박스 판매가 늘어나는 구조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페달 블랙박스 시장은 불안감과 공포심을 불러일으켜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게 하는 전형적인 공포 마케팅 사례"라며 "급발진 주장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밟고 있는 페달에서 발을 떼라'는 인식의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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