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시간 30분 과제, 6~7분만에 해결하자 '탄성'
-영업사원의 능숙한 대처에 심사위원도 웃음 터져
-"판매 대수보다 만족하는 소비자 수가 더 중요"
지난 9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토요타 트레이닝 아카데미에서 열린 '2024 렉서스 스킬 콘테스트'는 차분하면서도 열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열렸다. 푸드트럭을 즐기는 가족단위 방문객부터 오락기를 즐기는 어린이들까지. 직무 역량을 평가하는 '경연'이라기보다는 여느 기업에서 열 법한 패밀리데이 같은 느낌이었다.
이날 한국토요타자동차가 주최한 스킬 콘테스트는 2002년부터 이어져오고 있다. 딜러들의 역량 강화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으로 2013년부터 렉서스와 토요타가 번갈아가며 격년으로 열리고 있다.
현장은 다양한 표정이 교차했다. 각 딜러사 임원들은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면서도 자신들의 직원 역량에 자신감을 내비치며 묘한 신경전을 펼쳤다. 아빠의 경연에 방해가 될까 숨죽이며 지켜보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은 물론 현장 자체를 즐기며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고 있는 대학생들의 모습은 행사에 담긴 따듯한 인간미를 보여주는 한 장면이었다.
이번 스킬 콘테스트는 서비스 어드바이저, 부품 스페셜리스트, 세일즈 컨설턴트, 소비자 지원, 일반 정비, 판금, 도장 등 총 7개 부문에서 전국 딜러 자체 예선전을 거쳤다. 그 결과 54명의 딜러 직원들을 선발해 치열한 경합을 펼쳤다.
특히 올해에는 세일즈 컨설턴트 부문을 신설해 소비자에 대한 응대 스킬과 차 재구매 요청에 대한 금융 상품 제안 및 중고차 상담 활용 능력을 평가했으며 '서비스 어드바이저'와 '부품 스페셜리스트' 간의 협업을 평가 요소로 추가해 두 직무간의 긴밀한 협업과 고객 만족을 위한 서비스 제공의 중요성을 보여줬다. 또한 변화하는 자동차 시장 흐름을 반영해 판금과 도장 부문에서는 전기차를 대상으로 한 외관 관리 평가를 진행했다.
가장 인상적인건 4층에서 진행한 판금과 도장 분야 경연이다. 렉서스 RZ의 범퍼를 분해하고 다시 재조립하는 게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제한시간이 30분인 작업을 단 6~7분만에 끝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단순히 빠르기만 해서 될 일도 아니다. 요령이나 꼼수 없이 지정한 모든 작업 절차를 빠짐 없이 준수 해야 한다. 단순히 볼트를 체결하는 일도 공구 여러개를 바꿔가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렉서스코리아 관계자는 해당 경연에 대해 "빠르고 정확하게 작업할 수 있다는 건 작업자 개인의 능력을 넘어 서비스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라며 "결국 소비자들에게 더욱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단순히 차를 판매하는 것 이상의 기술과 열정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바로 아래층에서는 세일즈 컨설턴트 분야의 롤플레잉이 펼쳐졌다. 소위 '진상손님'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부터 기존 렉서스 오너의 재구매를 유도하는 시나리오까지. 현장에서는 전문 연기자와 대치하는 영업사원들의 노련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현장은 각본없는 연극과도 같은 팽팽한 대결이 이어졌다. 환불을 요구하는 격앙된 소비자에게 진심으로 공감하며 자신의 경험담을 꺼내기도 하고 "잠시 고객님 옆자리에 앉아도 되겠습니까" 라며 넉살 좋게 구수한 사투리를 섞어가며 대처하는 모습에 심사위원들마저 웃음을 참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각 딜러사 임원들은 중요한 장면을 메모하거나 동영상으로 기록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다.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부품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늘지를 평가하는 부품 스페셜리스트 평가,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가상의 고장을 유발하고 전기 시스템의 원인을 파악해 이를 1시간 내에 해결해야 하는 일반 정비 분야에서도 긴장감 넘치는 대결이 펼쳐졌다.
경연장 취재를 마치고 나오다 마주친 콘야마 마나부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은 "어떤 점이 인상적이었냐"며 인사를 건넸다. 그는 "(판매) 대수보다는 미소짓는 소비자들이 얼마나 많은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행사의 의의를 설명했다. 토요타와 렉서스가 단순히 제품을 파는 걸 넘어 소비자들의 만족과 행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단순히 듣기 좋은 말을 한 건 아니다. 지난 10월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2024 자동차 연례 기획조사'에서 토요타와 렉서스는 각각 서비스 만족도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흥미로운 점은 두 브랜드가 2015년 이후 10년간 번갈아가며 1위를 차지했다는 것. 스킬 콘테스트가 서비스에 대한 이들의 진심을 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던 순간이었다.
돌이켜보면 창업자 토요다 기이치로는 고장난 트럭의 주인을 찾아가 직접 사과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을 백방 뛰어다녔다. 이를 곱씹어본다면 토요타와 렉서스에 있어 서비스와 품질, 그리고 소비자들에 대한 헌신은 오랜 기간 이어져온 이들의 DNA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