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뷰] "좋은 차는 철학에서 시작", 처완기능양성부를 만나다

입력 2024년12월03일 11시20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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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타 처완기능양성부장, 마스터드라이버 인터뷰
 -"모리조의 의중 반영한 좋은 차 만드는게 목표"

 

 좋은 차란 무엇일까. 이 단순한 질문은 토요타의 모든 제품 개발 과정의 중심에 자리해 있다. 이들이 말하는 '좋은 차 만들기'는 단지 품질 높은 자동차를 생산하겠다는 것 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운전자가 차와 함께 느끼는 감각, 주행의 즐거움, 그리고 타고 난 뒤의 여운까지 포괄하는 깊은 철학이다. 이 철학을 이끌어가는 핵심 조직이 '처완기능양성부'다. 그리고 이 조직은 모리조(Morizo)라는 가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토요다 아키오 회장 스스로가 '부장'을 자처할 만큼 내부적으로 신임을 얻는 조직이다. 처완기능양성부의 토요오카 사토시 부장(이하 토요오카)과 야부키 히사시 마스터 드라이버(이하 야부키)와의 인터뷰를 통해 토요타가 '좋은 차'를 완성해가는 과정을 들어봤다.

 


(왼쪽부터) 야부키 히사시 마스터드라이버, 토요오카 사토시 처완기능양성부장 사진=토요타 공동취재단

 

 -처완기능양성부의 미션이나 비전이 있다면 무엇인가.
 토요오카) "현재 공식적으로 부장 직함을 달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부장 대리라고 생각한다. 평소 모리조 스스로가 "내가 부장이다" 라고 말하기 때문이다(웃음). 농담 같지만 굉장히 깊은 의미가 있는 말이다. 모리조가 70여명이 있는 조직의 부장을 자처하는건 그만큼 거는 기대가 많다는 뜻이며 모리조가 원하는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한 최 전선에 있는 부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가장 큰 사명은 좋은 차를 만드는것이지만 모리조의 생각과 마음을 읽고 이를 상품으로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하다. 내가 느끼기 좋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판단은 모리조가 하는 것일 뿐이다."

 

 야부키) "부서의 이름대로 드라이버를 '양성' 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뉘르부르크링, 루키레이싱, WRC, S2, GR 등 다양한 부서가 있다. 토요타 전체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토요오카 사토시 처완기능양성부장 사진=토요타 공동취재단

 

 -전문 드라이버를 쓰는 것 보다 테스트드라이버를 양성해내는 게 더 비효율적이진 않나.
 토요오카) "최근에는 현역 레이싱 드라이버들도 개발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 이는 모리조의 생각을 반영한 부분인데 이들은 빠르게 달리고자 하고 이 과정에서 일반적인 운전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을 발견할 수도 있다. 좋은 차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

 

 -시모야마 테스트트랙은 뉘르부르크링을 모사했다고 들었다. 어떤 특징이 있나.
 야부키) "브레이킹, 가속 방향, 좌우 입력값, 점프 등 차가 영향을 받는 부분을 뉘르부르크링과 거의 같게 설계했다. 특정 코너가 똑같다기 보다는 뉘르부르크링에서 자동차가 받게 되는 부하가 비슷한 수준이라는 뜻이다. 테스트카는 100km 정도의 속도로 달려서 평가를 하고 있고 실제 여기에 투입되는 드라이버는 5명 정도에 불과하다. 다른 제조사들도 마찬가지로 뉘르부르크링을 달릴 수 있는 드라이버는 많지 않다."

 

 -마스터드라이버로서 어떤 테스트를 받는지 궁금하다.
 야부키) "드라이버들에겐 총 5개 레벨이 있다. Z등급이 있고, 중급, 상급, S1, S2 등급이 있다. Z급은 지도원이 동승한 채 120km까지만 가속할 수 있고 중급 드라이버는 160km, 상급은 200km까지 달릴 수 있다. S급은 250km까지 가속할 수 있으며 이 외 각종 스킬을 쓸 수 있다는 기준과 평가 항목이 있다. 모리조는 현재 가장 높은 S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토요오카) "S2나 S1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1년에 한번 갱신을 통해 레벨을 유지해야 한다. 다만 모리조는 갱신이라던지 하는 면허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야부키 히사시 마스터드라이버 사진=토요타 공동취재단

 

 -'좋은 차 만들기'라는 슬로건을 강조하는데 좋은 차의 의미란 무엇인가
 토요오카)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게 빠른 차일수도 정숙한 차일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풀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는 건 토요타의 강점이다.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차를 많이 만들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운전의 즐거움을 알게 하고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지게 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

 

 -회사에 따라 디자이너가 영향력이 강한 회사도, 엔지니어가 힘이 센 회사도 있다. 토요타는 어떤가
 야부키) "옛날에는 실제로 그런 게 있었다.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간지 15~16년 정도 지난 것 같다. 지금의 토요타는 각자의 의견을 고루 듣는 편이다. 디자인을 담당하는 그룹과 엔진을 담당하는 부서가 어떤 차를 만들지 치열하게 논의하고 있다."

 

 -직업상 다양한 브랜드의 차를 경험할텐데 인상적인 차가 있었나
 토요오카) "시승을 많이 해보는데 좋은 점이 있으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저런 차를 타보며 여러 느낌을 받는데 개인적으로 포르쉐를 좋아한다."

 

 야부키) "일전에 시승회를 열면 각 부서가 자신들의 목표만 주장하기에 바빴다. 소음 담당 부서는 차가 시끄러워서 안된다고 말하는데 다른 쪽에서는 그렇게 하면 성능이 떨어진다고 하고 결국 싸움이 벌어지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신차를 처음 개발 할 때 부터 모든 부서가 지속적으로 만나 소통하고 있다. 디자이너들도 야부키상이 운전하는 차를 타며 놀라고는 자연스레 우리의 의견을 따르게 되기도 한다(웃음). 이런 활동을 많이 하고 있고 실제로 원팀이 될 수 있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하고 있다."

 


토요오카 사토시 처완기능양성부장 사진=토요타 공동취재단

 

 -전기차 시대, 처완기능양성부의 역할도 달라지게 될까.
 야부키) "평가 방식은 달라지지 않는다. 전기차이기 때문에 가속력이 좋고 무게 중심 측면에서 유리할텐데 자동차로서 이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부분들이 있을 것 같다. 응답성이 좋은 차의 '맛'을 잡아나가는 과정에서 방향성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토요타 다운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토요오카) "전기차 이야기가 나와서 첨언하자면 최근 아이오닉5 N을 타봤는데 굉장히 완성도가 높았다. 실제로 모리조도 매우 놀랐다. 가상의 엔진 사운드를 연출한 측면 또한 사람들의 감성을 잘 건든 것 같다. 다양한 EV 모드가 있다는 것도 다양한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좋은 차였다."

 

 -처완기능양성부의 입사 조건이 있나.
 토요오카) "구체적인 채용 조건을 말하기가 어렵지만 가장 중요한건 인간성이다. 운전 스킬이나 기계에 대한 지식도 높다면 금상첨화다. 무엇보다 모리조의 마음을 얻고 그의 생각을 이해해 공유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겠다. 자격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지원해보길 권한다(웃음)."

 

 -모리조가 말하는 '맛'은 무엇인가. 
토요오카 사토시) "모리조의 스승이었던 초대 마스터 드라이버 나루세 상은 자동차에 있어 중요한 게 첫 맛과 중간 맛, 마지막 맛이라고 표현했다. 어떤 자동차를 타보고싶게 만드는 욕구가 첫맛이고 타봤을 때 느끼는 게 중간맛, 타보고 난 뒤에 남는 여운이 마지막 맛이다. 마스터 드라이버로서의 모리조는 이 같은 토요타의 맛을 결정하는 책임자 역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토요오카 사토시 처완기능양성부장, 야부키 히사시 마스터드라이버 사진=토요타 공동취재단

 

 -모리조의 맛과 개발자의 맛에 의견 차이도 있을 것 같다.
 야부키) "1990년대 쯤으로 기억하는데 토요타의 맛이 다 달랐던 시대가 있다.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모두가 각자 원하는 맛을 만들었던 시절이다. 마스터드라이버 제도를 통해 맛을 통일하는 게 필요하다고 느낀 시점이다. 지금은 각 그룹의 리더가 방향을 설정해 조율하고 있다. GR은 모터스포츠를 중요시 하는 브랜드기 때문에 디자인보다는 주행성능, 움직임 등 감성에 집중하고 있다."

 

 토요오카) "모리조는 자동차를 좋아하지만 워낙 바쁘기 때문에 한정적인 시간을 쓸 수 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GR야리스를 만들 때 조금 더 야성미 넘치는 차로 해야겠다고 하는 등 추상적인 방향을 제시할 뿐 디테일한 언급을 하지는 않는다. 품질에는 문제가 없을지 기분 좋은 주행을 할 수 있을지, 스티어링과 브레이크의 조작감은 어떤지의 여부는 처완기능양성부가 결정하고 있다. 

 

 -토요다 아키오 회장의 가명이 왜 모리조인지 궁금해하는 이들도 있다.
 야부키) "사실 이 부분은 홍보부가 더 잘 알 것 같긴 한데(웃음) 2000년 쯤 모리조가 부사장일때 운전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당시 마스터 드라이버였던 나루세상에게 운전을 배우고 싶다고 했고 각종 모터스포츠 대회를 통해 스킬을 향상시켜왔다. 2007년 쯤 나루세상이 모리조에게 뉘르부르크링 레이스 출전을 권했고 회사에서는 이 때 본명을 쓰지 않길 원했다. 이 과정에서 모리조라는 이름을 쓰게 됐다. 토요타 가주레이싱의 시작을 2007년으로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토요오카) "한때 토요타가 차를 많이 파는 데에만 집착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모리조는 토요타에 대한 세간의 평가, 그러니까 고장나지 않고 접근하기 쉬운 차라는 평가를 넘어 좋은 차라는 반응을 얻어내고 싶어했다. 그 때에는 여전히 윗사람들이 많은 부사장 직급이었는데 그가 현재의 위치에 올라갈 때 까지 마음의 준비를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운전을 잘 할 수 있을까
 야부키) "빨리 달린다거나 차를 미끄러뜨려 타이어를 회전시키는 게 운전을 잘 하는 게 아니다. 교통 법규를 지키고 주변에 폐를 끼치지 않으며 옆에 탄 동승자가 불쾌하지 않아야 한다. 그게 좋은 운전이라고 생각한다. 평상시 의지를 갖는 게 중요한데 주행 중 차를 세울 곳을 미리 보고 이 과정에서 반발력이 없도록 천천히 세운다고 의식하며 운전해보라. 가속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페달을 밟아 주변을 놀라게 하는 것 보다 목표 속도와 도로의 흐름을 잘 생각해야 한다. 안정적으로 주행하는 게 잘 하는 운전이다. 속도나 스킬은 그 다음이다."

 

 나고야=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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