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과 오지 사이, 하나의 차만 존재할 수 있다면”
-온로드의 품격과 오프로드의 본능 모두 아울러
럭셔리와 정통 오프로더. 본래는 서로 다른 차원의 존재였던 두 세계가 하나의 좌표에서 만났다. 영화 속에서 처럼 멀티버스가 충돌하듯 공존할 수 없던 두 개의 정체성이 섞이고 융합돼 '제 3의 차원'을 만들어냈다. 한쪽 세계에서는 조용하고 우아한 도심을 품격 있게 누비고, 다른 한쪽 세계에서는 바위, 모래, 진흙, 물과 싸운다.
렉서스는 이 극단적인 두 축을 억지로 타협하지 않았다. 각 세계의 규칙을 모두 존중하면서도 통합하는, 새로운 방식의 SUV를 완성했다. 그 존재가 바로 렉서스 LX700h다.
▲디자인 & 상품성
첫인상부터 두 세계의 공존을 시사한다. 외형은 분명히 도시적인 세련미를 갖추고 있지만 그 안에는 정통 오프로더 특유의 단단함과 단순함이 공존한다.
전면부는 LX만의 강인함을 드러낸다. 대형 스핀들 그릴은 수직과 수평 라인을 교차시키며 기하학적인 인상을 남기고 프레임 바디 SUV라는 존재감을 정면에서 드러낸다. 날렵하게 꺾인 헤드램프는 양쪽 끝단으로 시선을 유도한다. 헤드램프 내부에는 블레이드 타입의 주간주행등(DRL)을 날카롭게 삽입해 도시적인 섬세함도 놓치지 않았다. 강인함과 정제미가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한다.
측면은 공기역학보다는 신뢰감, 날렵함보다는 견고함을 드러낸다. 근육질의 조형미가 일품이다. 오프로더의 형상을 연상시키는 박스형 실루엣에 도어 하단과 펜더 주변의 입체적인 디테일이 더해져 요즘 SUV와는 결이 다르다. A필러는 비교적 직립 형태에 가까워 시야를 넓히는 동시에 오프로더의 태생을 숨기지 않는다.
후면 디자인은 렉서스 SUV의 최신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명확하게 담아낸다. 가로로 길게 뻗은 일자형 테일램프는 양끝을 시각적으로 확장시켜 차체를 더 넓고 안정감 있게 보이게 만든다. 가운데에 위치한 텍스트 로고는 고급 브랜드로서의 자신감을 드러낸다. 하단 범퍼는 깔끔하게 마감되었지만, 실용성을 고려한 접근각을 확보하며 오프로드 성능에도 타협하지 않았다.
실내는 멀티버스의 경계를 넘나드는 또 하나의 장면이다. '타즈나' 콘셉트로 설계된 운전석은 조작성과 집중도를 강조하며 두 개의 디스플레이는 각각 온로드와 오프로드에서 필요한 정보를 분리해 전달한다. 리어 시트는 오프로더답지 않은 고급스러움으로 충만하다.
한쪽 세계는 거친 자연을 정복하길 요구하지만, 다른 세계는 안락한 휴식과 몰입을 제공한다. 오토만 시트를 탑재해 리클라이닝과 마사지 기능, 신체 하중을 최소화하는 무중력 자세를 연출한다. 뒷좌석 전용 에어컨은 물론 디스플레이와 HDMI포트, 네 개의 C타입 포트와 무선충전 패드까지 갖춰 혼란한 바깥 세계와 단절된, 나만의 세상을 즐길 수도 있다. 야성을 숨긴 라운지, 멀티버스의 충돌이 만들어낸 가장 은밀하고 강력한 공간일지도 모른다.
▲성능
파워트레인은 3.5ℓ V6 트윈터보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 기반의 병렬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합산 출력은 464마력 최대토크는 66.3㎏∙m이며 당연히 사륜구동이다. 프레임바디라는 전통적인 설계에 트윈터보 엔진 기반의 최신 하이브리드 시스템. 이 또한 전혀 다른 세계관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가장 중요한 설정은 바로 LX700h가 프레임 바디 SUV라는 점이다. GA-F 플랫폼 기반의 구조는 험로 주파성이라는 오프로더 세계의 규칙을 지켜내면서도 알루미늄 도어와 보닛, 약 200㎏ 경량화 등으로 도심형 SUV의 감각과 효율성을 흡수한다. 이 구조적 이중성은, 마치 서로 다른 우주의 질서를 동시에 따르는 하나의 초월적 존재처럼 느껴진다.
온로드 주행에서는 놀라울 만큼 정숙하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이중 접합 유리, 던롭 타이어의 조합은 고요한 회의실처럼 조용한 실내 환경을 제공한다. 모터 어시스트 덕분에 도심 재가속 시에도 매끄럽고 끊김 없는 가속이 인상적이다.
프레임바디임에도 불구하고 조향은 안정적이다. GA-F 플랫폼과 캡 마운트 구조 개선 덕분에 2열 승차감은 놀랍도록 부드럽다. 프레임바디 특유의 진동이나 불편한 승차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섬세한 서스펜션 튜닝으로 렉서스다운 승차감을 다분히 만끽할 수 있다.
오프로드에 진입하면 이 차는 또 다른 세계의 문을 연다. 6가지 노면 모드를 제공하는 멀티 터레인 셀렉트, 크롤 컨트롤, 전후 디퍼렌셜 락, 그리고 최대 700㎜의 도하 성능까지. 저속에서도 EV 모드 주행이 가능해 정밀한 토크 제어가 요구되는 바윗길이나 눈길에서도 매끄러운 제어가 가능하다. 리어 에어컨 강제 냉각 시스템, 방수 설계된 배터리 트레이 등은 오지 환경에서의 실사용까지 고려한 결과다.
하이브리드의 특성을 살려 낮은 속도에서는 전기모터만으로 구동한다. 과거에는 엔진의 거친 회전으로만 가능했던 미세 조작이 한결 편리해졌다. 오프로드에서의 섬세한 제어 능력은 단순한 강인함과 최신 트렌드까지 갖추고 있는 차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오프로드와 하이브리드라니. 이 또한 두 세계 기술의 충돌과 융합이 만들어낸 결과다.
가장 인상적인 기능은 크롤 컨트롤이다. 운전자가 가속 페달이나 브레이크에 손을 대지 않아도 차량이 스스로 극저속을 유지하며 험로를 천천히 통과하게 해준다. 특히 미끄럽거나 낙차가 심한 바위에서 특히 유용하다.
또 다른 특이점은 턴 어시스트 기능. 마치 컴파스를 돌리는 것 처럼 가고자 하는 방향의 뒷바퀴를 잠궈 기준 축 처럼 활용한다. 결과적으로 좁은 구간에서 회전반경 성능을 키워주고, 커다란 차체에도 불구하고 마치 소형 SUV같은 기민한 조향을 보여준다.
▲총평
렉서스 LX700h는 럭셔리와 오프로더라는 이질적인 세계가 충돌한 뒤 그 경계에서 태어난 새로운 존재다. 프레임 바디 SUV라는 전통의 세계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라는 미래의 기술이 하나의 공간에서 상호 침투하며 탄생한 결과물인 셈이다.
이 차는 온로드에서는 품격을, 오프로드에서는 본능을 구현한다. 도심에서는 정제된 신사처럼, 험로에서는 생존을 계산하는 전략가처럼 행동한다. 그 이중성이 이 차를 특별하게 만든다. 한마디로, LX700h는 ‘멀티버스 SUV’라고 불러도 되겠다. 두 개의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가치만을 추출해 통합한 존재. 멀티버스에서는 모든 게 가능하다는 어느 영화의 명대사가 떠오르는 시승이었다.
렉서스 LX700h의 가격은 4인승 VIP 1억9,457만원, 5인승 오버트레일 1억6,587만원, 7인승 럭셔리 1억6,797만원이다.
인제=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