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 감정과 드라마의 연속, F1 팀 라디오

입력 2025년05월26일 09시1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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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생한 현장으로 가득한 F1의 또 다른 재미 요소 
 -각종 규제 도입, 드라이버의 책임 있는 자세 요구

 

 F1에서 팀 라디오는 단순한 통신 수단을 넘어 드라이버의 감정과 팀의 드라마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중요한 엔터테인먼트 요소다. 이를 통해 팬들은 경기 도중 드라이버들의 생각, 감정, 성격이 날 것 그대로 담긴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 좌절과 환희, 유머와 감동이 묻어난 이 메시지들은 F1의 스토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며 팬들에게도 잊지 못할 순간을 전달한다. 

 




 그 중 가장 유명한 라디오 메시지는 냉정하고 과묵하기로 유명한 레전드 드라이버 키미 라이키넨의 한마디다. 2012년 아부다비 그랑프리에서 선두를 달리던 그는 우리 팀이었고 계속해서 코멘트를 보내던 엔지니어 사이먼에게 짜증 섞인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Just leave me alone, I know what to do. (그냥 날 내버려 둬, 내가 뭘 해야 할지 알아.)” 이 한마디는 키미의 직설적이고 냉철한 성격을 상징하는 명대사로 남았고 이후 사이먼은 팀을 떠났다.

 

 ▲논란과 규제의 시작
 F1은 최근 몇 년 동안 F1은 넷플릭스, 모바일 앱,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 대중성과 흥행에 성공했고 팀 라디오는 그 과정에서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팬들은 필터링되지 않은 팀 라디오를 들으며 드라이버들과 감정을 공유했고 그 사이 오가는 과격한 언어가 ‘인간적인 매력’으로 소비됐. 특히, 젊은 드라이버들 사이에서 무례하고 거친 언어 사용은 점점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결국 2024년, 욕설과 부적절한 언행에 대한 논란이 본격적으로 벌어졌다. FIA(국제자동차연맹)의 세계 모터스포츠 평의회는 공식적인 자리에서의 욕설과 무례한 언행을 제재하기 위해 제재 중심의 ‘바른말 규정(Language Rule)’을 도입했다.

 

 드라이버들은 팀 라디오에서 감정적으로 내뱉은 말들에 대해 벌금을 부과 받기 시작했고 팀과 팬들은 "F1의 진정성과 감정이 억압된다"고 이를 비판했다. 드라이버들은 “이 규정은 뭔가 수상해 보인다(all a bit suspect)”, “레이싱은 감정이며, 감정은 항상 정중하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결정적으로 2024 호주 그랑프리에서 사소한 욕설로 인해 과도한 벌금이 부과된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규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거세졌다.

 

 ▲FIA의 최종 결정
 모나코 그랑프리를 앞두고 열린 FIA의 회의에서 드라이버, 팀 대표, 법률 자문, 스튜어드들과 수개월간의 논의를 거쳐 다음과 같은 개정안을 확정했다. 먼저, 최초 위반 시 벌금은 최대 5,000유로, 반복 위반 시 최대 1만5,000유로로 상한 설정이다.

 



 

 또 심각한 수준의 욕설에만 스포츠 관련 제재를 적용하기로 했다(예: 시간 페널티, 그리드 강등). 이 외에 경쟁 중 감정적인 발언은 심판의 재량에 따라 처벌 유예 또는 면제 가능하고 마지막으로 공식 환경(기자회견, 시상대)과 비공식 환경(팀 라디오, 차량 내 통신)을 명확히 구분해 적용한다.


 이번 결정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규정이 명확해지면서 드라이버들은 감정을 표현할 자유를 되찾았고 팀들도 보다 명확한 기준에 따라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팬들은 솔직하고 인간적인 레이스를 계속 즐길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균형이 필요한 이유
 그러나 F1은 단순한 감정의 스포츠가 아닌 전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무대다. F1의 플레이어들은 감정의 표현과 무례함 사이의 선을 명확히 해야 할 책임은 분명 존재한다. 최근 일부 젊은 드라이버들 사이에서 과격한 언어 사용이 일상화되며 그 선이 모호해졌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무리 감정이 중요한 스포츠라 해도 타인을 향한 욕설이나 저주가 ‘인간적’으로 포장되어서는 안 된다. F1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김남호 F1 동력학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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