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 중국산 전기버스 50% 시대, 과연 싸서 그럴까

입력 2025년10월09일 09시00분 박홍준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중국 버스 점유율 50%, 대통령도 우려
 -한정적인 국산 전기버스 수리, 결함 등
 -수소버스, 인프라와 가격 등 한계 있어

 

 중국산 전기버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절반을 넘어섰다. 보조금을 쓸어 간다는 비판 여론도 커지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마땅한 선택지가 없어서라고 말하기도 한다. 특히, 중국산 전기버스를 견제할 국산 전기버스의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유가 무엇일까?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2021년 37.8%(480대)에 불과했던 중국 전기버스 점유율은 2023년 54.6%(1,499대)까지 치솟았다. 같은 해 국산 전기버스 판매는 1,246대에 그친 상황. 올해 6월 기준 누적 등록 대수는 국산 7,547대(59.5%), 수입 5,136대(40.5%)로 격차도 크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통령까지 나서 우려를 표명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수십조원의 보조금이 중국 업체 배만 불렸다”며 정책 실패를 지적했다. 값싼 가격을 무기로 동일한 보조금을 챙겨간 중국산 버스가 국내 시장을 잠식한 결과라는 인식이다.

 

 그러나 지금의 환경을 단순히 ‘저가 공세’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 현장에서는 국산 전기버스 품질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현대차의 일렉시티 2층버스는 휠 모터와 배터리 냉각장치 고장이 잦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개선품을 교체해도 고장이 재발하고 절연 부품 내구성 부족으로 수천 대가 리콜된 사례도 있다. 수도권에만 350여대의 전기 버스가 운행되고 있지만 이를 고칠 수 있는 곳은 경기도에 2곳에 불과하다.

 


 

 정비 체계도 부족하다. 2층 전기버스는 배터리팩 6개를 정비사가 수작업으로 빼야 하는 구조라 서너 명이 투입돼도 4시간 이상 걸린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작업 난이도가 높은데도 공임은 일반적인 저상형 일렉시티와 동일하다. 정비사들이 기피하는 이유다. 결국 버스는 고장 나면 방치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업체와 시민에게 돌아간다.

 

 2층 버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일렉시티는 이전에도 화재와 모터 결함 문제로 여러 차례 품질 문제에 대한 부침을 겪었다. 디젤·천연가스버스 시기부터 현대차만을 고집해왔던 일부 운수업체들이 다른 제조사로 눈길을 돌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수소버스도 녹록지 않다. 경찰은 2020년부터 경찰버스를 수소버스로 전환한다며 2028년까지 800여 대를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5년간 100억 원 넘는 예산을 투입하고도 도입은 16대에 그쳤다. 내년도 예산에서는 수소버스 구입 항목이 전액 삭감됐다. 원인은 충전 인프라 부족이다. 전국 수소충전소는 228곳에 불과하고 서울에는 9곳뿐이다. 긴급 출동이 잦은 경찰 버스 특성상 충전 대기 시간은 치명적이었다. 

 

 종합적으로 미뤄볼 때 중국산 전기버스의 점유율 확대는 단순히 ‘싸서’만은 아닌 듯하다. 국산 전기버스의 결함과 미흡한 정비 체계로 신뢰를 얻지 못한 빈자리를 중국산이 메우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눈을 돌려 수소버스는 인프라와 경제성의 한계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대중교통 수단의 핵심은 값이 아니라 신뢰다. 시민이 안심하고 탈 수 있는 버스, 업체가 유지·운영할 수 있는 버스가 필요하다. 싸서가 아니라 믿을 만해서 선택되는 버스를 만들 수 있는가. 그것이 국산 친환경 버스 산업의 생존을 좌우할 결정적 과제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