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 명절은 이동이다..'민족 대이동'의 기록

입력 2025년10월03일 08시20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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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각국도 명절·휴가 이동 수요 폭발
 -오랜 정체의 역사, 극복 위한 노력도 보여

 

 명절 연휴의 대규모 이동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풍경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민족 대이동' 이라는 말이 붙을 만큼 유별난 장관을 만들어낸다. 끝없는 고속도로 정체와 휴게소를 가득 메운 인파, 기차와 항공기 좌석을 사수하기 위한 대국민 티켓팅까지. 이제는 명절의 상징이 된 풍경이다.

 


 

 그러나 조금만 시야를 넓혀보면 이는 우리나라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 명절을 보내는 중국의 춘절이나 중추절, 일본의 여름휴가철 피크 오본야스미, 미국의 추수감사절까지. 사람들은 같은 방식으로 이동한다. 세계 어디에서나 명절에는 고향과 가족을 향한 발걸음이 일제히 폭발하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춘절은 매년 세계 최대의 인구 이동으로 기록된다. 올 한해에만도 90억 건의 이동이 관측됐고 이 가운데 도로를 통한 이동만 72억 건에 이른다. 철도는 5억건, 항공은 9,000만건에 이르지만 도로의 수요에는 못 미치는 모습이다. 일본도 비슷하다. 오본야스미 기간에는 철도와 항공, 고속도로가 일제히 포화 상태를 맞이한다. 일본 JR에 따르면 지난 여름 오본야스미 기간 중 철도를 이용한 인구는 1,317만명을 넘었다. 문화권이 다른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에서는 추수감사절마다 매년 8,000만명에 가까운 인구가 50마일 이상의 장거리 이동을 한다. 

 

 우리나라도 적지 않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번 추석에는 3,218만명이 이동할 것으로 조사됐고 최대 이동일은 추석 당일로 933만명이 몰릴걸로 예상된다. 수도권 인구의 대부분이 동시에 움직이는 셈이다. 고속도로에는 하루 평균 542만대가 오가며 추석 당일에는 667만대가 몰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심한 정체가 생기는 걸까. 이유는 단순하다. 같은 시각, 같은 방향으로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도로 용량은 한정돼 있는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 정체는 피할 수 없다. 두 번째는 구조적 병목 현상이다. 분기점과 요금소, 교량과 터널은 교통 흐름을 끊기 마련이고 그 지점마다 차량 흐름이 멈칫거린다. 여기에 운전자의 급정지나 무리한 차선 변경 같은 작은 행동이 연쇄적으로 파급되며 교통 파동을 일으킨다. 

 

 정체를 완화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은 오래전부터 이어졌다. 1995년 경부고속도로에 도입한 버스전용차로제가 대표적이다. 다인승 버스의 통행을 우대해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고 도로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취지였다. 이후 운영 구간과 시간을 확대하면서 명절에는 새벽까지 버스전용차로가 열린다. 

 

 2007년 전국으로 확대된 하이패스 역시 상징적이다. 과거 톨게이트에서 일일이 요금을 내던 병목이 전자 요금 징수로 크게 완화됐다. 최근에는 명절마다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해 이동을 유도하고 고속도로공사는 정체 예상 시간과 소요시간을 실시간으로 안내하며 분산 효과를 노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록적인 정체는 반복된다. 도로공사는 시속 40㎞ 미만 구간이 지속되는 시간을 ‘정체’로 정의하는데 추석과 설마다 이 구간은 수도권에서부터 전국으로 번져 나간다. 지난해 추석 서해안선 서평택 분기점에서 서평택 나들목까지 구간은 무려 47시간 동안 정체가 이어졌다. 경부고속도로 오산에서 남사진위 구간도 46시간 정체를 기록했다. 서해안선 당진에서 송악, 영동선 서용인에서 용인 구간은 매년 상습 정체 상위권에 오르내린다.

 

 올해도 그 장면은 어김없이 펼쳐질 것이다. 수백만 대의 차가 한 줄로 이어지고, 라디오에서는 교통 상황을 전하며, 휴게소에는 긴 줄이 생긴다. 길 위의 정체는 불편이자 고통이지만, 동시에 가족을 향한 마음이 모여 만들어낸 사회적 풍경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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