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국내 자동차시장은 다양한 종류의 신차가 등장하며 소비자 선택 폭을 넓혔다. 저마다의 기술력을 드러내며 완성도 높은 제품을 출시했지만 판매와 관심에 있어서는 온도차이를 보였다. 우수한 상품성에도 불구하고 높은 가격 및 시장 인지도, 소비자 선호도 등에 따라 외면을 받은 차도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본지가 "올해의 아쉬운 차 5"를 선정했다.
▲현대차 ST1
ST1은 '전동화 비즈니스 플랫폼'을 지향하는 현대차의 새로운 상용 전기 트럭이다. 섀시캡을 기반으로 다양한 특장차와 물류차를 만들 수 있는 게 특징으로 냉동 밴, 캠핑카, 구급차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 가능하다. 캐빈은 세미 보닛 타입을 채택해 기존 상용차의 문제점으로 지적 받아왔던 충돌 안전성 문제도 해결했다.
전동화 파워트레인의 성능 자체도 높다. 모터 최고출력 160㎾(214마력), 최대토크 350Nm(35.7㎏∙m)의 성능을 발휘하며, 76.1㎾h 배터리를 통해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최장 317㎞(카고 기준)에 달한다. 다만, ST1은 시장에서 예상만큼 주목 받지 못했다. 전기차 캐즘으로 승용차는 물론 상용 시장에서의 전기차 수요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5,595~7,195만원에 육박하는 가격도 문제다. 업계에서는 고상 탑차가 익숙한 국내 화물 운송 인프라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판매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프 어벤저
어벤저는 지프의 첫 전기 SUV로 유럽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각진 차체와 세븐 슬롯 그릴, X자 제리캔 디자인이 반영된 LED 테일램프 등 지프 특유의 디자인 요소를 담고 있으며 다양한 컬러와 블랙 루프 옵션으로 스타일링 선택지를 제공한다. 유커넥트5 시스템과 10.25인치 디스플레이, 무선 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 등 풍부한 편의기능도 장점이다.
파워트레인은 54㎾h 배터리를 탑재해 최고출력 115㎾(154마력), 최대토크 27.5㎏·m를 발휘하며 1회 충전 주행거리는 292㎞다. 오프로드 특화 셀렉터레인 시스템도 갖췄다. 이 같은 제품력과는 별개로 어벤저의 출시 타이밍은 썩 좋지 못했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소형 전기차 시장을 주도할 것이란 기대를 받았지만 비슷한 시점에 시장에 나온 기아 EV3, 캐스퍼 일렉트릭 등 국내 저가 전기차가 시장을 휩쓸었기 때문이다. 가격(5,290~5,640만원)은 물론 제품력에서도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기 힘들었다.
▲쉐보레 콜로라도
2019년에 국내에 들어온 2세대 콜로라도의 3세대 완전변경 제품이다. 세련된 디자인과 고성능 파워트레인, 첨단기능을 모두 갖춰 완성도를 높였다. 2.7ℓ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54.0㎏·m를 발휘하며 오토트랙 액티브 2 스피드 4WD 시스템과 기계식 디퍼렌셜 잠금장치를 갖춰 오프로드에서도 다재다능하다.
실내는 더욱 고급스러워졌다. 11.3인치 터치스크린과 11인치 디지털 클러스터를 적용했고 무선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한다. 또 열선 및 통풍 시트, 듀얼존 에어컨, 스마트 키 등 다양한 편의기능을 갖췄다. 이를 바탕으로 일상 주행부터 오프로드까지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키는 '프리미엄 픽업'을 지향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다만 크게 오른 가격은 아쉬웠다. 신형 콜로라도의 가격은 7,279만원이다. Z71 단일 트림으로 구성한 신차는 이전 2세대(3,830~4,649만원)와 비교해 최대 3,449만원 올랐다. Z71 트림(4,499만원)만 놓고 비교해도 2,780만원 올랐다. 일반적인 인상 폭과 비교해보면 높다고 느낄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KGM 액티언
액티언은 쿠페형 디자인을 채택한 도심형 SUV다. 건곤감리 패턴의 LED 주간주행등을 더해 한국적인 요소를 더했으며 파노라믹 디스플레이, 앰비언트 라이트, 스웨이드 시트 등 고급감을 키웠다.
파워트레인은 1.5ℓ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28.6㎏·m을 낸다. 저공해 3종 자동차 인증을 통해 공영 주차장 요금 감면 혜택을 제공하며 LPG로 개조가 가능한 옵션도 추가로 선보였다.
제품 경쟁력 자체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 중형 SUV를 지향하지만 시장의 주류로 떠오른 하이브리드가 없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그랑 콜레오스가 하이브리드를 앞세워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또 업계에서는 토레스와 비슷한 체급을 두고 내부 간섭을 피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마이바흐 EQS SUV
마이바흐 EQS SUV는 벤츠 전기차의 패밀리 룩과 마이바흐 브랜드 엠블럼 및 레터링 등 고유의 디자인 요소를 조화롭게 담아냈다. 실내는 전용 나파 가죽 시트와 마이바흐 엠블럼 등을 적용해 더욱 감각적이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연출했다.
뒷좌석에는 통풍 및 마사지, 목 및 어깨 온열 기능과 최대 43.5도의 리클라이닝 기능이 포함된 이그제큐티브 시트, 종아리 마사지 기능과 앞 동반석을 움직여 바로 뒷좌석을 더욱 넓게 이용할 수 있는 쇼퍼 패키지를 넣었다.
실내와 트렁크 차단은 물론 단열재 및 이중 접합 유리, 파노라믹 선루프의 윈드 디플렉터, 차체 하부 패널의 특수 어쿠스틱 폼 등으로 소음 및 진동 유입을 줄여 최고의 실내 정숙성과 승차감을 제공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는 4.4초만에 주파하며 WLTP 기준 약 612㎞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제공한다.
초호화 전기 SUV 타이틀을 가지며 야심 차게 등장했지만 출시 한 달도 안 되서 터진 벤츠 전기차 화재 사건은 모두를 놀라게 했고 한 지붕 식구인 마이바흐 EQS SUV에 대한 관심을 크게 떨어트리는 계기가 됐다. 이와 함께 고물가, 고금리 여파, 연두색 번호판 도입으로 인한 소비 심리 약화 등 고가 자동차의 판매를 떨어트리는 요소까지 겹치면서 주목에서 멀어져 갔다.
오토타임즈 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