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수소차를 팔아야 한다?

입력 2025년01월07일 12시00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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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 보급에 '수소차 보급 실적' 따져
 -공정성에 대한 논란의 여지 배제할 수 없어
 -최근 상황, 삼성 옴니아 사태를 떠올리게 해

 

 환경부의 2025년도 전기버스(전기 승합차) 보조금 지침을 두고 업계에서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환경부의 올해 보조금 개편안은 수소버스 보급 실적, 국내 인력·장비 보유 여부 등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제조사에 추가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설계됐다. 표면적으로는 전기버스와 수소버스의 보급 확대를 목표로 하지만, 세부적으로는 특정 제조사에 편중된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업계의 지적이다.

 

 정부는 이번 지침에서 1회 충전 주행거리 기준을 500㎞로 상향 조정했다. 당장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전기 버스 중 해당 조건을 충족하는 제품은 전무한 상황. 이렇다 보니 모든 제조사들은 보조금이 깎였다. 문제는 이를 만회할 수 있는 '인센티브'다. 특정 시험설비 보유, 어린이 통학차 20대 이상 판매 등의 조건은 해결하더라도 '수소버스 20대 이상 보급' 이라는 조항이 걸림돌이다. 

 

 '최근 1년간 수소버스 20대 이상을 보급한 제조사에 추가 보조금을 제공한다'는 조건이 있는데 지난 1년간 국내에 수소버스를 공급한 제조사는 현대자동차가 유일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해외 제조사나 신생 기업에 진입 장벽을 만들 수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조금 편중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문제로 이어진다. 특정 기업 제품에 보조금이 집중되면 소비자는 경제적 이유로 다른 제조사의 전기버스를 선택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소비자가 국산 제품을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의 폭이 제한된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구매하게 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다양성과 경쟁은 소비자의 권리이자 시장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점에서 문제로 비춰진다.

 

 특정 조건으로 유리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건 세계무역기구(WTO)의 공정무역 원칙과도 맞지 않다. 만약 외국 제조사들이 이를 불공정한 경쟁으로 간주해 문제를 제기한다면 보복 조치나 무역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국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자동차 업계 한 전문가는 "세금을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데 써야 한다거나, 중국산 버스의 점유율 확대를 방어해야 한다는 논리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특정 기업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경쟁을 저해시킬 수 있는 문제이고 소비자에게 선택의 효율이 높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금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은 다양한 분야에서 효율적이고 공정한 방식으로 세금이 사용되기를 바란다. 이를 바탕으로 지금의 상황은 세금의 편향적 사용으로 비춰질 수 있으며 공정성과도 거리가 멀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약 15년전의 휴대폰 시장을 떠올려보자. 아이폰이 우리나라에 처음 상륙했을 당시 삼성은 혁신보다는 기존의 시장 점유율과 브랜드 파워를 활용해 외산 스마트폰에 대응하려고 했다. 그렇게 출시한 스마트폰 옴니아는 아이폰에 비해 부족한 제품력으로 신뢰를 잃고 실패했다. 그리고 삼성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내놓은 갤럭시 시리즈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제패했다. 소비자들은 아이폰이라는 또 다른 선택지를 알게 되는가 하면 더 좋은 '삼성 스마트폰'을 쓸 수 있게 된, 모두가 윈윈한 사례다. 

 

 옴니아의 실패와 전기버스 보조금 논란은 경쟁이 기술 혁신과 시장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삼성이 혁신의 부족과 소비자 신뢰 상실로 인해 실패했지만, 이를 통해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었듯이 전기버스 시장에서도 같은 선순환이 일어나길 기대해본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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