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거점이던 태국, '전략 변화'에 中 매각
-호주, 판매 부진·원가상승에 수입 판매만
GM한국사업장의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전국 9개 직영 정비센터 운영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부평공장의 유휴 부지를 매각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회사 측은 "계획된 생산 활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우려의 시선은 여전하다. '계획된' 생산 활동 이후의 행보가 답보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신차 배정에 대한 논의와 요구가 지속됐지만 GM 본사가 이렇다 할 확답을 주지 않은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실제로도 GM한국사업장의 수익은 절대적으로 미국 시장에 의존하는 구조다. 2024년 GM한국사업장의 생산 대수는 49만9,559대. 이 중 95%에 해당하는 47만4,735대가 미국으로 수출길에 올랐다. 이에 마땅한 다른 시장이 없는 상태에서 신차 배정이나 정책 변화에 따라 한순간에 휘청일 수 있는 취약한 구조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해외 사례에서도 GM은 취약 시장에서의 내수 철수, 수출 중심 전환, 정비망 축소, 공장 매각 또는 폐쇄라는 전략을 여러 차례 반복해왔다. 대부분은 예고 없이 빠르게 진행했고 각국 정부 지원에도 수익성을 우선시하며 과감히 시장에서 발을 뺐다.
유럽에서는 2013년 쉐보레 브랜드 철수를 단행하며 전초전이 시작됐다. 이후 2017년 연간 100만대 이상을 판매하던 오펠과 복스홀을 PSA 그룹(현 스텔란티스)에 매각하며 유럽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당시 GM 유럽은 연평균 약 1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며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었고 2000년대 초 유럽 점유율 10%를 차지하던 GM은 2016년 기준 6.5%까지 하락한 상태였다.
호주에서는 홀덴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공장 운영을 지속해왔으나 생산비용 상승과 판매 부진으로 2013년 엘리자베스 공장 폐쇄를 선언했다. 그리고 2020년 브랜드 자체를 폐지했다. 2002년 17%에 달했던 시장 점유율은 2019년 0.5% 이하로 급감했고 현재 GM은 호주에서 수입 제품 판매만 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2015년을 기점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같은 해 연간 14만대 이상의 픽업트럭을 생산하던 아세안의 거점 태국 라용 공장은 지역 전략 변경에 따라 중국의 장성기차에 매각했다. 같은 해 당시로선 최신 시설이었던 인도네시아 공장도 폐쇄했다. 가동 2년 만이었다.
GM은 1995년 진출한 인도 시장에서 내수 점유율 1%를 넘기지 못하자 철수했다. 2017년 내수 판매 중단을 선언하고 10억 달러 규모 신규 투자 계획도 취소했다. 그나마 탈레가온 공장을 수출 전용 기지로 전환했으나 이 또한 전략 변경과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현대차에 매각했다.
뿐만 아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쉐보레 철수 및 이스즈와의 상용차 합작 법인 지분도 모두 팔아치웠다. GM 산하에 있던 사브는 수 차례의 정부 지원 요청과 매각 시도 끝에 결국 2017년 청산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과거의 전례들이 현재 GM한국사업장에 처해있는 상황과 겹치지는 않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부평공장 증산을 이야기한지 불과 몇 개월 만에 유휴자산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한 점은 인도와 태국을 수출 전진기지로 쓰겠다고 했던 공언을 떠올리게 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수입 판매 비중이 늘고 있다는 점은 호주와 유사하다.
이에 한 업계 전문가는 "메리 바라 GM 회장은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과감한 구조조정 드라이브를 걸어왔다"며 "최대 시장이라는 중국도 예외 없이 50억 달러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한 GM을 비춰볼 때 지금 GM한국사업장의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