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기술연구소 환경시험동
-극심한 온도차 극복하며 구슬땀
-전기차 열관리, 안정성 개발에 매진
현대차·기아가 지난 23일 미디어를 대상으로 남양기술연구소의 모빌리티 개발 핵심 시설을 공개했다. 특히, 다양한 날씨와 기후 조건을 갖추고 테스트 중인 환경시험동에서는 극심한 온도차를 극복하며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엔지니어들의 열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새로운 자동차가 개발을 거쳐 최종 양산되기까지는 수많은 시험실에서 혹독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50℃에 달하는 사막 기후와 영하 기온의 설원 같은 극단적인 기후 조건에서도 안정적인 주행 성능과 쾌적한 실내 환경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환경시험동은 이같은 기후 조건에서 차의 성능을 검증하는 출발점이다. 이곳은 차의 열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모든 시스템의 성능 개발을 진행한다. 구체적으로는 엔진과 변속기의 냉각 성능, 냉난방 공조 성능, 실내 쾌적성까지 차 내 주요 열 관련 시스템의 모든 성능을 연구한다.
특히, 전동화 차 비중이 확대되면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의 배터리, 수소전기차의 스택, 전장 부품, 자율주행제어기 등 열에 민감한 전기·전자 부품의 회로 설계와 성능 검증, 공조 전비 개선까지 담당 범위를 넓히며 역할이 한층 확대되고 있다.
환경시험동의 핵심 시설은 전 세계 다양한 기후와 주행 조건을 정밀하게 재현할 수 있는 환경 풍동 챔버다. 환경 풍동 챔버는 온도, 습도, 풍속, 밝기 등 다양한 환경 조건을 세밀하게 설정할 수 있으며, 차의 주행 부하와 속도까지 정교하게 제어 가능하다.
환경 풍동 챔버는 시험 환경에 따라 고온 풍동, 저온 풍동, 강설 풍동으로 구분되어 차의 다양한 사용 조건을 재현한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50℃ 고온의 중동 지역, 영하 30℃ 혹한 지역의 강설 환경 등 세계 각지의 극단적인 기후를 그대로 구현한다.
이를 바탕으로 냉·난방 공조 시스템과 배터리 열관리 성능을 검증한다. 얻은 데이터는 단순한 열효율 증가를 넘어 주행 안정성과 실내 쾌적성, 전비 효율까지 전반적인 차 성능을 최적화하는 데 활용한다.
먼저 살펴본 건 고온 환경 풍동 챔버다. 고성능 전동화 제품인 현대차 아이오닉 6 N의 평가 검증이 한창이었다. 아이오닉 6 N은 섀시 다이나모미터 위에 단단히 고정돼 있었고 시속 50km로 설정된 속도에 따라 바퀴를 연신 굴리고 있었다. 차 위로는 수많은 조명 장치에서 눈부시도록 밝은 빛이 내리쬐고 있었다. 이는 '솔라'라고 하는 인공 태양광 제어 램프로 최대 1,200W/㎡의 일사량으로 태양광 노출 환경을 모사한다.
챔버 내 설치된 전광판이 고온 시험 환경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기온은 무려 50℃, 주행풍 속도는 시속 50㎞를 가리키고 있다. 주행 중인 차 안에는 인체 모형에 다수의 온도 센서를 부착한 서멀 마네킹이 탑승하고 있었다. 송대현 열에너지차량시험1팀 책임연구원은 "서멀 마네킹은 실제 사람을 대신해 차량 내부의 열적 쾌적성을 측정하는 장비"라며 "에어컨 송풍구 위치나 공조 시스템의 작동 방식에 따라 체감 온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실내 쾌적성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는 정 반대 영역인 저온 환경 풍동 챔버다. 최근 선보인 기아 PV5가 시험 중이었고 챔버 내부 온도는 영하 20℃를 가리키고 있었다. 차 표면에는 성애가 얇게 내려앉아 있었다. 차가운 주행풍을 맞으며 다이나모 위를 주행 중인 PV5는 마치 혹한의 북유럽 겨울 도로 위를 달리는 듯했다.
이곳에서는 실내 난방 성능, 모터나 배터리의 저온 제어 성능 등을 시험한다. 두꺼운 방한복을 입은 연구원들은 혹한 조건에 노출된 차 상태를 자세히 살피면서 난방 성능과 저온 제어 시스템 관련 데이터를 꼼꼼히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겨울철 전기차 배터리 효율의 검증 역시 이곳에서 이뤄진다. 담당 연구원에 따르면 고효율 히트펌프를 비롯해 최소 전력으로 최대 난방 효과를 내는 기술의 시험과 평가가 이뤄진다고 한다.
여러 환경 챔버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곳은 강설 강우 환경 풍동 챔버였다. 이곳에서는 앞서 방문한 저온 환경에 더해 눈과 비를 인공적으로 만드는 장치가 추가로 구동되고 있었다. 챔버 내부 온도는 영하 30℃로 설정돼 있었고 현대차 아이오닉 9이 시험대에 올라 있었다. 시험이 시작되자 차 앞에서 거친 눈보라가 일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챔버 내부를 가득 채울 정도로 눈보라가 거세졌다.
강설 분사와 주행풍 속도를 줄이고 챔버 내부로 들어가 볼 수도 있었다. 입장 전 두꺼운 방한복을 걸쳤지만, 영하 30℃는 그야말로 살을 에는 듯한 추위였다. 이곳에서 연구원들은 강설이 차에 미치는 영향을 꼼꼼히 관찰하고 있었다.
전기차는 충전구와 프렁크의 눈 유입 여부도 굉장히 중요한데 연구원들은 눈이 쌓이는 위치와 실링 구조의 밀폐 상태를 세밀하게 점검했다. “눈이 쌓여 배터리나 전장 계통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프렁크에도 눈이 들어가지 않는지 확인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홍환의 열에너지차량시험2팀 연구원이 해당 시험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전동화 차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극한의 환경을 재현한 시험 과정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또 남양기술연구소는 이러한 검증을 통해 주행 안정성과 효율, 쾌적성까지 고려한 차 성능을 담금질하고 있었다. 초고온과 극저온을 넘나들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엔지니어들의 열정이 돋보였고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집중에 날씨는 전혀 제약이 되지 않았다. 글로벌 무대에서의 활약은 이렇게 시작하고 있었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